겹겹이 나이테
어렸을적엔 외식을 자주 했었다. 특히 갈비집, 육지 고기를 좋아하는 나와 내 동생에 맞춰갔다.
아버지는 굽기 바쁘고 나는 먹기 바쁘고. 그러다 한번은 조개구이를 먹으러 갔었는데, 연탄불에 갑작스럽게 조개가 터져 아버지 눈가에 뜨거운 조개껍질이 튀었다. 한 입 가득 채워 넣기 바쁜 나와 동생도 아버지가 소리내는 것에 놀라 수저를 멈추게 됐다.
깜짝 상황에 놀라 허둥지둥 물수건을 집어든 어머니를 달래며 아버지는 괜찮으니 신경끄고 먹으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근데 그건 조개구이 사장이 봐도 아플 것 같다던데.
아버지는 좀처럼 속마음을 잘 안 드러내셨다. 대화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무뚝뚝하다. 맥락 없이 싫다 좋다의 결론만 있다. 나는 아버지가 감정표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등학생 때 알게 됐다. 내 올라간 성적을 매우 자랑했다고 아버지 친구들한테 줏어듣고 나서 말이다.
결국 당신의 가족이 당신을 걱정할까봐 못하는 거였다. 이 떡갈나무 같은 존재는 매번 본인의 열매를 애지중지 비바람 다 막고 키우고 키워서 결국 새싹에게 주려고 하는 것이다. 좋은 것만 듣고, 보고, 느끼게 말이다.
때는 당신의 모질이 새싹이 사춘기가 와서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적이 있었다. 이때의 아버지의 행동은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아버지가 자식에게 어떻게 조심스러워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거다.
지금보면 아버지는 그렇게 마음을 표현해온것 같다.
아버지는 속마음 뿐만아니라 일부러 숨기려 드는 것들이 많았다. 큰 아버지가 사다리에 떨어져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것, 족저근막염 때문에 걷는것조차 힘들었다는 것, 그리고 본인 이가 썩어 1달을 넘게 아파하다 결국 뽑았다는 것. 왜 이런 중요한 이야기들을 묻어두려고만 하나 화를 내는 당신의 모질이에게 화로 돌려주는 떡갈나무 우리집 대장.
결국 먼 이국 땅에서 가족 걱정 없이 공부하라는거겠지. 나는 모르게, 아무 일도 없는 희소식으로.
한참을 생각해도 더욱 화가난다. 공부가 뭐라고. 내 가족도 못 보는데 앞길이 보이겠나. 이따위 학위들 두 나무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언제든지 갖다 버릴 수 있다.
아버지는 치아를 4개나 뽑으셨다. 한달이나 끙끙 앓았을 당신의 고집. 표현도 안하고 비밀로 꽁꽁 싸매둔 그 떡갈나무 같은 고집이 화가 나지만, 당신이 가장 지키고 싶은 푸름이 나니까 그런거겠지.
나에게도 이들이 푸름이다. 지 멋대로 흘러가는 시간이 애석하기만 한데, 내가 변하면 이들이 떠날까 두렵다. 그러다 결국 언젠간 나도 아버지처럼 되겠다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