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aum im Wind

검은 머리 외국인

이방인들의 땅에서의 시간

by 폐관수련인

사람이 극복해 나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새로운 환경 또한 적응력과 시간이 함께 필요하게끔 만든다. 내 연구를 떠나서 사람관계, 자기 계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제 5개월째, 이곳은 독일과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업무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생활하는 면에서는 한국과 가깝게 느껴져 정겹다고 생각한다.


해외생활 6년 차, 어느 순간부터 외국어가 한국어로 들리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나 외국어로 떠들어대는 스스로가 신기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당시에는 왜 이리도 신이 났었던 건지 몰랐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극복했다는 점이라기보다는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으니 내 가족들도 결국 나처럼 할 수 있다는 점에 더 신났었던 것 같다.


진작에 했었으면 더 빨랐을걸... 이따금씩 조금 더 노력하지 않은 어린 시절의 내게 후회하고 있다.

한국에 다시 돌아갈 거예요? 자주 받는 질문에 모르겠다는 대답만 익숙해졌다. 정말 모르겠다. 내 연구를 한국에서 계속할 수 있을지.


이런저런 이들이 복잡하게 겹쳐 마음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돌을 쌓고 싶었다. 이런 먼 땅에 오게 된 것도 인연이 있었겠지. 이미 나 말고도 누군가 돌을 쌓아놨었다. 그 옆에 자리 앉아 하나씩 마음 가는 대로 쌓다 보니 10개의 돌을 넘겼다.


이곳도 본래 가기로 했던 도착지에 화장실이 없어 근처 호텔 언덕으로 향하다가 보게 된 호수 전망대였다. 나는 이곳에 올 줄 알았었나. 갑작스러운 여행에 심란한 속은 여전히 성치 않은데, 돌을 쌓고 소원을 비니 머리가 좀 가벼워졌다.


이쯤 되면 가족들이랑 같이 올만 하잖아...라고 빌면서 가족들이 건강하기도 바랐다. 하도 소원을 꺾어 빌어서 잘 안 들어주는 듯하다. 사실 가족들이 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흘러가는 시간이 더 애석하다.

국적이 다른 외국인들과 친해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속마음을 터놓고, 술이 가진 진솔함의 유도로도 감정 공유를 해봐도 넘을 수 없는 특이벽이 있다. 그렇다고 지금껏 혼자 살아와서 외로움을 느끼거나 인간관계의 친분이 생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굳이 사람들과 친밀히 어울리며 지내지 못해도 된다. 결국 이곳에서 모든 걸 끝낸다고 해도 나는 돌아갈 곳이 있다고 깨달았다.


언제 돌아갈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연구가 끝난다고 해도, 목적을 이룬다고 해도, 이다음 모험지는 알 수 없다. 어디로 향하든 어디서 머무르든 나는 그들이 가장 듬직하게 생각하는 모질이 아들로 살아갈 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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