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aum im Wind

0과 1의 차이

1과 10의 차이보다 큰 값

by 폐관수련인

이번에는 꼭 마음 편히 들러야지....

미루고 미루었던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이 짧은 티켓팅 시간과는 다르게 결정하는 데에는 굉장히 오래 걸렸다. 무엇이든 마음먹는 순간이 쉽지 않다.


캐나다가 독일보다 한결 가볍게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마음만 계속되고 있다. 몇 년간 해외에 머물렀어도, 결국 이 국가는 처음이라는 거다.


여유가 갈수록 없어지는 것 같다.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보다, 몰려오는 불안감을 처리하는 게 더 곤욕이다. 이전엔 연구실까지 S-bahn을 1시간이나 타서 멀다고 투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눈에 들어왔던 베를린의 풍경이 나를 도와줬던 것 같다. 일터와 가깝다는 건 많은 장점이 있지만,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적어졌다.


혼자서도 이모양인데, 아버지는 내 나이 때 어떻게 살았지. 참 막막하다.

그래도 지금 고난이 그렇게 못 헤쳐나갈 건 아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어떻게든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사실 내가 이런 막막함에 있으면, 조그마한 낌새로라도 알아채는 부모님이 있다. 그러고는 언제나 당신의 모질이 아들의 앞길을 밝혀주려 말해준다. 놀러 갈 생각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해라.


이곳으로 여행 오라는 내 말에 화를 급작스럽게 내신다. 돈이 없다는 핑계로, 시간 일정이 안된다는 이유로, 기어코 안 오겠다며 고집부리시지만 누구보다 먼저 오고 싶은 마음을 알고 있다.

혹여나 당신의 아들이 부담될까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어머니지만, 이들에게도 담담한 말 꺼내기가 0과 1의 차이만큼 쉽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다.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건 내 연습이 부족해서가 아닌 것 같다. 말을 꺼내려는 그 순간 입이 자물쇠를 걸어 잠근듯 또 말하지 못했다. 0과 1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래도 매번 시작이 어렵지만, 미루어 후회하기는 싫다.


멀지 않은 미래에 1과 10의 차이를 알았을 때는 이런 생각이 더는 필요 없는 생각이라는 걸 깨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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