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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im Oct 07. 2023

당신이 함께라서 완성되는 소울푸드

나의 소울 푸드를 소개합니다. 

얼마 전 내가 참여하고 있는 미국한인북클럽 회원 중 한 분이 여러분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김밥, 떡볶이, 김치찌개 등 온 국민의 소울 푸드라고 할 만한 후보 중 떡볶이가 단연 일등이었다. 마침 한국 방문 중 고등학교 친구와 학교 앞 즉석 떡볶이 집을 찾아간 터라 사진을 한 장 올려드렸더니 각자 학창 시절 유명했던 떡볶이들을 떠올리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떡볶이를 좋아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나올 정도니까. 한국인에게 공통적으로 가장 힘든 시절이 입시를 준비하던 학창 시절이라 그 시절 위로해 주었던 대표적인 음식이라서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와 비슷한 세대라면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이 떡볶이 일 테니까. 학교 끝나고 친구랑 용돈을 합쳐 나눠 먹던 떡볶이 한 그릇, 초등학교 앞 포장마차부터 여고 앞에 있던 즉석떡볶이까지. 잘생긴 아르바이트생 오빠라도 생기면 그 떡볶이집은 문전성시 대박이었다.   

소울 푸드(Soul Food)란 영혼을 뜻하는 솔(Soul)과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가 합쳐진 말이다. 미국 남부에서 노예 제도를 통해 고향을 떠나온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전통 요리의 총칭에서 유래되었다. 노예로 팔려와 고단한 삶에 유일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 그들의 고향 음식이었던 조금은 슬픈 역사를 담긴 말이다. 이제는 주로 자신만의 추억을 간직한 음식이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일컬을 때 사용하기도 한다. 


나에게도 소울 푸드란 고단할 때, 우울할 때, 힘이 들 때 먹어서 힘이 나는 음식이다. 나의 소울 푸드에는 변천사가 있는데 꽤 오랫동안 대한민국 소울푸드인 떡볶이였었고, 20대엔 시원한 냉면이 소울푸드이기도 했다. 외국에 나와서 살면서 나의 소울 푸드는 한인들이 모일 때마다 먹었던 삼겹살이었고, 해외에 갔다 집에 돌아올 때면 엄마가 해주던 김치찌개였던 적도 있다. 

그러다 최근에 또 바뀐 음식이 있다.  


첫 번째는 생굴이다. 이는 남편과 나의 공통 소울푸드인데 한국을 추억하며 먹는 음식이기도 하고, 몸보신을 위한 음식이기도 하다. 활어회도 굴과 함께 같은 이유로 추억도 하고 몸보신도 할 수 있지만 ‘소울 푸드’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하다. 여러 몸보신 음식 중 굴이 선택된 것은 다른 음식은 한국식당에 가야만 먹을 수 있지만 굴은 미국 시푸드 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접근성도 한몫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남편과 나의 추억이 더해져서일 테다. 우리는 매년 휴가 때마다 미국 해안가를 따라 여행을 하며 그 지역 굴을 맛있게 먹고 있다. 그렇게 추억을 하나씩 쌓고 있으니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의 스토리가 더해져 ‘소울 푸드’라는 명칭을 획득했다. 


두 번째 나의 소울 푸드는 핫팟(훠궈)이다. 이 음식은 미국에서 친하게 지내는 지인과 함께 즐기는 음식이다. 남편은 마라맛을 싫어해서 꼭 핫팟을 좋아하는 친한 지인과 함께 먹으러 간다. 우리는 둘 다 힘이 들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서로 전화를 해 "갈까?" 한마디만 해도 될 정도로 핫팟에 진심이다. 나는 여러 나라 생활 중 중국에서의 생활이 가장 그립고 소중한 추억이 있어서 이 핫팟에 대한 추억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단순히 추억이 많아서인가 생각해 봤지만 그건 아니다. 한 번은 핫팟을 나만큼 좋아하지 않는 다른 친구랑 핫팟을 먹으러 갔다. 그렇게 좋아하던 핫팟인데 많이 먹지도 못하고 든든함도 없었다. 그제야 나에게 중요한 건 음식뿐 아니라 함께 즐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의하는 소울푸드에는 음식 플러스 사람이 있었다. 어릴 적 나를 위해 만들어준 김치피자하면 엄마의 사랑이 생각나고, 떡볶이는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서로 이야기하던 재잘거리던 친구가, 굴은 함께 여행을 가는 남편이, 핫팟은 미국에서 나와 함께 고단한 이민생활의 고난을 주고받던 동료가 함께여서 만들어진 추억의 음식이다.  


나는 먹을 것을 좋아해서 음식이 중요한 줄 알았는데 그 음식에는 모두 소중한 사람이 있었다. 

 “당신이 있어야 내 소울푸드가 완성되는 거예요”

어찌 보면 음식이 중요한 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음식이 매개체가 되어 누군가와 추억을 만들고, 기억하고, 삶을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서 힘이 났던 건 아닐까. 오늘은 또 어떤 음식으로 어떤 추억을 함께 쌓일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으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 그런 음식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앞으로도 나의 소울 푸드가 많이 많이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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