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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섭섭박사 Jun 24. 2021

떨어지지 않는 돌

반댈루행성의 밍맹몽 #8

떨어지지 않는 돌

밍맹몽과 하파나는 마을 맨 끝에 있는 아주떠대학교의 실험실로 돌을 들고 왔다. 알고 보니 바닥에 붙어 있던 돌은 그냥 돌이 아니라 자철석이었다. 자석처럼 자기력을 가지고 있는 돌이었다. 그런데 왜 자기력을 가진 돌만 바닥에 붙어 있는 걸까?

“그래! 마을 바닥이 거대한 자석으로 되어 있다면 이렇게 자기력이 있는 돌이 바닥에 붙을 수 있잖아!”

밍이는 마치 유레카를 외친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옷을 벗고 있지는 않았다. 여긴 목욕탕은 아니니까.

“아냐, 자석이라면 철로 된 것들은 모두 바닥에 붙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그래, 자석이 아니라 돌이 자석이니까 바닥이 자석에 붙는 철로 되어 있는 게 아닐까?”

밍이는 실험실을 막 뒤져서 자석을 하나 찾았다. 그리고는 자석을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아 보았다. 정말 자석이 바닥에 붙었다.

“그것 봐, 그것 봐! 바닥에 붙었잖아!”

밍맹몽이 예상한 대로 마을의 바닥은 자석이 붙을 수 있는 무엇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 이제 자석을 이용하면 물건들을 묶어둘 필요가 없겠어.”

“맞아! 우리 우주선 작업을 할 때 자석 신발을 신는 것처럼 자석 신발을 신고 다니면 사람들도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밍맹몽은 신났다. 위대한 발견을 한 발명가의 기분이라고 할까.

“잠깐. 그럼 혹시….”

밍이가 미간을 찌푸려 눈썹을 모았다. 탐정처럼 뭔가를 의심하거나 생각할 때 나타나는 표정이다.

“마을이 원래부터 그런 게 아니라 옛날에는 괜찮았다는 거잖아.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중력이 사라지고 이렇게 둥둥 떠다니게 되었다면….”

“되었다면?” 

맹이와 몽이가 밍이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누군가 마을 바닥에 거대한 철로 돼 있는 무언가로 행성의 중력을 막은 게 아닐까?”

밍이가 예리한 눈초리로 친구들을 노려보았다.

“헐….”

“야! 그게 말이 되냐? 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냐? 그럼 누가 나타나서 마을을 한 번에 휙 하고 들었다가 철판을 깔고, 다시 내려놨다는 거냐?”

아무리 우주여행을 이벤트로 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것까지는 좀 너무 간 거 아닌가.

“아냐. 그게 그냥 말도 안 되는 얘긴 아니지. 반대루 행성 자체도 거대한 하나의 우주선처럼되어 있다고 은디요가 늘 말했거든.”

하파나는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밍맹몽도 하파나를 따라서 바로 뛰어나갔다.

“돌이 있던 그 동굴로 다시 가 보자!”

하파나와 세 친구는 동굴로 향했다. 동굴은 지구에서 봤던 돌굴과 똑같이 어둡고 침침했다. 동굴을 어느 행성이 나 다 똑같은가. 하여간 춥고 축축하고 그랬다.

“뭐 다른 동굴하고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왠지 좀 더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건 나만 그런 거니….”

그때였다. 갑자기 땅이 쑥 꺼지는 것처럼 느꼈다. 그리고는 밍맹몽과 하파나는 미끄럼틀을 타듯 아래로 끝없이 떨어져 내려갔다.

“으아아~악!!!”

동굴이라서 그런가. 밍맹몽이 외치는 메아리가 화음처럼 울려퍼졌다. 어떤 롤러코스터를 타도 꿈쩍도 안 하던 밍맹몽인데, 이건 차원이 다른 롤러코스터였다.

얼마나 떨어졌을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희한한 것은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으…, 여기가 어디지? 우리가 동굴 아래로 떨어진 건가?”

밍이가 비몽사몽 말을 꺼내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환하게 빛이 들어왔다. 아니 야구장 조명탑에 불이 켜지듯이 엄청나게 밝은 빛이 켜졌다. 

“으….”

하파나도 밍맹몽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와있는 곳은 마치 거대한 우주선의 조종실 같은 곳이었다.

“잠금장치가 해제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시스템을 가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문 인식기를 작동하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기계음이 들려왔다.

“지문 인식? 뭐…, 뭐지?”

“잠금장치가 해제됐다잖아. 그럼 뭔가 되는 거 아냐?”

“그래! 일단 한번 해 보자고.”

밍맹몽 앞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나타났고, 앞에 있는 조종 데스크 같은 곳에 세 사람이 동시에 지문을 인식할 수 있는 장치가 보였다. 밍맹몽은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그래! 한번 해 보자고! 하나, 둘, 셋!”

밍이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은 지문 인식기에 손을 댔다. 마치 동시에 스위치를 누르는 것 같았다. 그러자 진동과 소리가 나면서 흔들렸다. 뭔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쿠구궁, 쿠구궁’

알고 보니 맹이의 말대로 마을 아래에는 거대한 우주선과 같은 기계장치가 숨겨져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우리 할아버지가 매일 그렇게 말씀하셨거든. 세 손가락이 모이는 날. 세상이 열릴 거라고…. 그냥 치매 때문에 그런 소릴 하신다고만 생각했는데.” 

우주선은 거의 마을 크기만 했다.

“이 마을은 사실 거대한 우주선이었어. 우주선 자체가 중력을 방해하는 역할을 했던 거야. 이제 우주선이 작동하기 시작했으니 중력이 다시 돌아올 거야.”

하파나의 말처럼 둥둥떠더니던 마을은 다시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사라진 동물들도 이게 머지않아서 돌아오겠지. 모두 감격하며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데, 밍맹몽이 눌렀던 지문인식 장치 아래에서 뭔가가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어? 저건?”

열쇠였다. 마치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칼 모양으로 생겼지만, 열쇠라는 사실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게 혹시 은디요가 말한 비밀의 열쇠가 아닐까?”

첫 번째 열쇠. 거대한 행성 반대루를 움직일 첫 번째 열쇠였다. 이상한 건 밍맹몽의 지문으로 잠금장치가 풀렸다는 게 풀리지 않은 비밀이었다. 정말로 밍맹몽은 반대루 조상들이 말해왔던 전설이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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