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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섭섭박사 Jun 24. 2021

둥둥떠이키지지

반댈루행성의 밍맹몽 #7

멈추지 않는 마을, 둥둥떠이키지지

“으으아악! 사람 살려~!”

밍맹몽을 태운 랜드스피더는 미끄러지듯이 공중에 떠서 달렸다. 아니 미끄러졌다. 아니 날아갔다. 바닥에 닿지 않으니 이동하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마찰력이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무서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랜드스피더가 ‘스이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멈췄다.

“으아악~!”

관성의 법칙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듯 밍맹몽은 랜드스피더에서 튕겨나갔다. 원래 이렇게 서는 게 맞나. 세 사람은 모두 정신이 하나도 없이 엉망진창 내던져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 이게 또 무슨 일이지?”

바닥에 쿵 하고 소리내며 부딪혀야 하는 게 정상인데, 밍맹몽은 둥둥 떠서 날아가고 있었다. 

“아이고 이건 또 뭐야~! 밍이 살려~!”

날아가던 세 사람은 또 갑자기 멈춰 섰다. 아니 멈춘 게 아니라 그물 같은 것에 걸려 있었다.

“너희들이 밍맹몽이구나!”

정신을 차려보니 누군가 그물을 잡고 쳐다보고 있었다.

“난 하파나라고 해. 은디요에게 얘기 들었어.”

반대루 행성에 온 뒤로 두 번째로 만나는 외계인이다. 이름은 하파나. 물론 은디요와 같이 허리가 유난히도 가느다란 외계인이었다. 그런데 딱 봐도 성별은 알 것 같았다. 은디요는 남자. 하파나는 여자아이였다.

“잠금장치 열쇠를 찾아 줄 전설이라고 하던데 기대보다는 좀 아닌걸? 하여간 어찌 됐건 너희들은 내 스타일은 아니다.”

하파나는 게다가 은디요의 여자 친구였다. 말하는 투나 행동을 보니 은디요가 꼼짝도 못 할 것 같다고 밍맹몽은 똑같이 생각했다.

“여기가 어디지?”

“여기는 중력이 없는 마을, 둥둥떠이키지지야.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어느 샌가부터 중력이 사라지고 마을 모두가 둥둥 떠다니게 되었어.”

그러고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마을에 있는 모든 물건이 떠다니지 않게 다 뭔가에 묶거나 붙여 놓은 것 같았다.

“정말 물건들을 모두 묶어놨네….”

맹이가 혼잣말하듯 말했다. 이상한 것은 마을 자체는 다른 마을과 전혀 다른 점이 없다는 거다. 만약 아주 오래전부터, 아니 원래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중력이 없는 마을이라면 집도 물건도 다른 무엇들이라도 좀 다른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집이 우주선처럼 생기거나, 그게 아니라면 마을 자체가 없을 수도 있고. 

“헉! 저…, 저긴?”

밍맹몽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마을 옆에 강이 있는데 물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물도 없는데 강인지 아냐고? 그러게 왜 그런지 모르지만 하여간 누가 봐도 거긴 강이었다. 아니 강이었었다.

“응. 저긴 원래 물고기가 많이 사는 아름다운 강이었어. 중력이 사라지면서 물도 모두 사라졌어. 중력이 없으면 대류현상도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공기나 물처럼 흐르는 유체는 제자리에 있을 수 없어. 한번 볼래?”

하파나는 가방에서 우유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는 뜯어서 쏟기 시작했다.

“어? 우유가 하나로 뭉치네?”

우유는 바닥에 쏟아지지 않고 마치 커다란 구슬처럼 뭉쳐졌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었다. 우주선에서 블랙홀랑쿠키를 먹을 때 먹던 물이 공중에 흩어졌던 것과 똑같았다.

“잠깐, 그럼 비나 눈은 어떻게 되나요? 내리지 않고 공중에서 막 날아다니는 걸까요?”

이번에는 맹이가 정말 궁금해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비도 역시 중력이 있어야 생기고,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이 마을에서는 그렇게 안 돼.”

하파나 마음이 무거웠다.

“그럼 농사도 못 짓겠다….”

“맞아. 농사뿐만 아니라 나무들도 모두 죽고 있어. 동물들도 모두 사라져 버렸고….”

하파나는 무거운 마음이 더 깊어져 울먹거렸다. 이 마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분명 동물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마을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얘들아, 우리 산으로 한 번 올라가 볼까? 마을을 멀리서 보면 뭔가 보일지도 몰라.”

밍맹몽과 하파나는 마을 뒤에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정말 생각보다 말로 한 것보다 더 엉망이었다. 바닥만 있을 뿐 돌이나 나무들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바닥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식물들도 말라서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정말 산도 죽어가고 있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새들도 모두 사라져 버렸나 봐.”

밍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산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새들은 날아다니는 것도 힘들어. 허공에서 허우적대긴 하는데 뭔가 똑바로 날지 못하더라.”

허공을 날아다니는 새조차도 영향이 있을 줄은 몰랐다.

“동물이 먹이를 삼키는데도 중력이 필요하다고 들었어. 먹이를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날아다니는데도 어려우니 당연히 마을에서 사라질 수밖에….”

밍이도 어이가 없는지 혼잣말로 이야기했다.

“맞아. 새들이 나무 열매를 먹고 다시 배설해서 씨앗을 퍼뜨리잖아. 그럼 그것도 안 되겠네. 어휴. 정말 심각하네.”

몽이도 하파나와 같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산길을 걷다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맹이가 소리를 질렀다.

“어? 얘들아, 저길 봐!”

계곡 쪽에 있는 작은 동굴 주변에 있는 돌들은 바닥에 붙어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라 많은 돌이 마치 중력과 아무 상관이 없는 듯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Part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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