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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섭섭박사 Jun 24. 2021

소리가 사라진 마을

반댈루행성의 밍맹몽 #10

소리가 사라진 마을

“슈우욱~ 텅!”

작은 우주선을 타고 물속에 떨어지는 훈련처럼 똑같은 충격을 받으며 소리가 안 들리는 마을에 도착했다. 아무리 설명을 자세히 들었어도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 장소였다. 세상에 소리가 안 들리다니. 아니 그럼 생방송으로 중계를 해도 소리가 안 들리는 거 아닌가. 그럼 재미없을텐데. 아니면 시청자들만 몰래 들리는 건가. 하여간 의심 반 걱정 반. 밍맹몽은 안들리오키지지에 도착했다. 

“으…. 왠지 기분이 으스스한데….”

산소가 들어있는 헬멧을 쓰고 연결된 무선 송수신 장치로 서로 대화했다. 사실 우주선에서 자주 사용해 봤기 때문에 익숙하긴 했다. 밍맹몽은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뭔가 의심나는 게 있는지 찾아보았다. 마치 모든 생물체가 사라진 죽음의 도시 같았다.

“저쪽으로 가 보자.”

역시 어디를 가나 소름 끼치도록 조용했다. 

“어? 여기 좀 봐.”

작은 교회 같은 건물을 돌아서 가 보니 바닥에 맨홀이 하나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을 여기저기에 맨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 맨홀은 살짝 열려있었다.

“들어가 보자….”

호기심 많은 밍맹몽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맨홀 아래로 잠깐 내려가 보니 작은 계단이 하나 나왔다. 어두워서 한 발짝 옮기기가 어려웠지만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앞장섰던 몽이가 깜짝 놀랐다.

“어? 얘들아, 여기 좀 봐!”

계단 끝까지 내려가니 작은 공원이 나왔다. 그곳에는 재래시장 같은 곳이 있었다. 비록 어두웠지만, 생선이랑 과일이 수레에 담겨 있었다.

“몽아. 소리는 크게 세 가지 성질이 있다고 했지?”

“응. 훈련할 때 배웠잖아. 반사, 회절, 간섭. 소리는 메아리처럼 부딪혀 돌아오고, 장애물이 있을 경우는 휘어져 들린다고….”

기록의 달인 몽이가 훈련할 때 배운 내용을 술술 얘기했다. 밍이는 몽이의 얘기를 들으면서 수레에 있던 사과를 집어서 옆에 있는 유리 창문에 힘껏 던졌다.

‘와장창~’

유리 창문은 산산조각이 나면서 깨졌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퍼져나갔다.

“야! 위험하게 그렇게 깨뜨리면 어떻게!”

맹이가 소리쳤다.

“방금 들었지?”

생각해 보니 유리 깨지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이곳에서는 소리가 들려….”

밍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주변이 대낮같이 환하게 밝아졌다.

“도망쳐!”

누가 소리 질렀는지 모르겠지만 세 사람 모두 흩어져 도망쳤다.

“결국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너희들이 전설인가….”

은디요가 말하는 것 같은 반댈루 행성 외계인의 목소리였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반댈루 행성 외계인이 분명했다. 

‘휘-익’

누군가 밍맹몽이 서 있는 자리 뒤로 빠르게 지나갔다.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동물인 것 같기도 하고. 다시 휙 하고 지나갔다. 밍이는 어두컴컴한 골목 큰 상자 뒤로 숨은 무엇을 보았다.

“누…, 누구야!”

맹이가 상자를 툭하고 쳐보았다. 상자 뒤에서 누군가 웅크리고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작은 꼬마 외계인이었다. 밍맹몽은 조심스럽게 다시 나왔다.

“너… 넌 누구지?”

“난 하쿠나라고 해. 이 마을의 주인이지.”

이렇게 작은 아이가 주인이라고? 흩어져 있던 밍이랑 몽이도 맹이가 있는 쪽으로 와서 새로 만난 외계인 아이를 보았다.

“너 여기에 사니? 여기에 너 말고도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니? 소리도 안 들리고 공기도 없는데? 여기서 살 수 있어?”

그런데 그렇게 물어보고 나니 좀 뭔가 이상했다. 외계인 아이 하쿠나는 밍이가 쓰고 있는 헬멧을 손으로 가리켰다. 생각해 보니 하쿠나는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다.

“벗어보라고? 산소가 없으면 외계인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지구인은 숨을 쉴 수 없다고!”

몽이가 당황해서 말하고 있는데, 밍이가 헬멧을 휙 벗어버렸다. 그러자 얼굴이 빨개지면서 숨이 막히는 듯 목을 잡고 소리쳤다.

“으…, 사람 살려!”

“빨리 써 이 바보야!”

맹이랑 몽이가 밍이의 헬멧을 붙잡고 막 씌우려고 했다.

“하하하, 속았지? 여긴 공기가 있는데? 소리도 잘 들리고 말이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은디요를 만나서 이야기 나누거나 생활하는 공간에서도 밍맹몽은 지구와 똑같이 숨을 쉬고 편하게 지냈다. 여기 반댈루 행성에도 지구와 똑같이 공기가 있고, 반댈루 행성 사람들도 공기가 있어야 산다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상황이지. 마을은 공기가 없는데, 여기 마을 지하에는 공기가 있다니.


<Part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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