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섭섭박사 Jun 24. 2021

하쿠나의 마음

반댈루행성의 밍맹몽 #11

소리가 사라진 슬픈 사연 

“우리 조상들이 반댈루 행성을 거대한 우주선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문제가 있었어. 공전과 자전 방향이 조금 바뀌면서 반댈루 행성 안에 햇빛이 잘 닿지 않는 곳이 생겼어.”

하쿠나는 마을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우리 마을은 하루에 단 한 시간만 햇빛이 비추게 되었지. 그래서 마을은 점점 어두워지고 사람들은 우울증에 빠졌어. 마침내 사람들은 마을을 하나둘씩 떠나게 됐어.”

“그런데 공기는 왜 없어진 거지?”

몽이가 물었다.

“히히. 아까 보고도 모르니? 공기가 없다는 건 사람들이 상상해낸 거짓말일 뿐이야. 소리가 잘 안 들리니까 공기가 없다고 하는 거지.”

“그럼 소리는 왜 안 들리는데?”

이번에는 밍이가 물었다.

“이쪽으로 와 봐.”

밍맹몽은 하쿠나를 따라서 가 보았다. 작은 건물들 몇 개를 지나고 나니 커다란 연구소 같은 건물이 나왔다. 건물 안에는 거의 건물 크기만 한 기계 장치가 놓여 있었다.

“이…, 이게 뭐지?”

밍맹몽은 입이 떡 벌어졌다.

“이건 간섭 교란 장치야.”

“간섭 교란 장치? 그게 뭔데?”

“소리가 파동이라는 것 알고 있지? 파동은 마치 파도처럼 높낮이가 있어서 주기적으로 움직이지. 소리에는 모두 그런 높낮이가 있는데, 여러 소리가 겹치면 높낮이에 따라 크게 들리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해. 그걸 간섭 현상이라고 하지.”

하쿠나가 말했다.

“그럼 간섭 교란 장치는 간섭 현상을 이용해서 소리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계구나?”

기계장치의 원리를 단숨에 이해한 밍이가 말했다. 그랬다. 안들리오키지지의 비밀은 이 거대한 기계에 있었다.

“그런데 이 장치는 누가, 왜 만든 거지?”

몽이 말에 하쿠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리 아빠야…….”

순간 밍맹몽은 당황했다. 왠지 사연이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빠는 유명한 과학자야. 소리를 조절하는 연구를 하셨지. 소음을 줄이는 청소기부터 소리가 나지 않는 전투기까지 개발하셨어. 이 장치는 아빠가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었어. 그런데…….”

“그런데?”

몽이가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이 물었다. 밍이와 맹이도 마찬가지였다.

“기계장치에 알 수 없는 이상이 생기면서 마을에 소리가 모두 사라져 버렸어. 자동차 소리를 듣지 못해서 사고가 나고, 텔레비전․라디오․음악 모두가 사라지게 됐지. 서로 말조차 통하지 않게 되자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어.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빠는 그만…….”

하쿠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너는 왜 혼자…… 아빠 때문이니?”

밍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난 오랫동안 아빠의 기계장치를 지켜 왔어. 장치를 멈추게 할 열쇠도 내가 갖고 있지. 아빠가 떠나기 전에 남기신 마지막 선물이야.”

하쿠나는 밍맹몽에게 열쇠를 보여 주었다. 중력이 없어졌던 둥둥떠이키지지에서 찾아낸 열쇠와 비슷한 크기의 열쇠였다. 무늬나 모양 색깔이 달라서 그렇지 누가 봐도 은디요가 찾던 전설의 열쇠였다. 그렇게 두 번째 열쇠를 찾았다.

“그럼 장치를 멈추게 하면 되잖아? 뭐가 문제지?”

“기다렸어. 장치를 멈추게 할 전설. 전설이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야 이 열쇠를 사용할 수 있대.”

하쿠나는 열쇠를 밍이에게 주었다.

“간섭 교란 장치는 중앙 제어 장치와 연결돼 있어. 이 열쇠로 우리 마을과 반댈루 행성을 구해 줘.”

두 번째 열쇠를 구했지만 밍맹몽은 가슴이 아팠다. 열쇠가 있더라도 당장 소리가 안들리는 마을에 소리를 찾아 줄 수가 없다. 열쇠 아홉 개를 모두 모아 중앙제어를 하고 있는 반댈루 행성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소리가 안 들리는 마을에 소리를 다시 찾아 줄 수가 있다.

“얘들아, 우리 이거 말이야. 아무리 방송이라도 우리 끝까지 해 보자.”

“그래, 그래야 하쿠나의 마음도, 하쿠나 아빠의 마음도 풀릴 것 같아.”

밍맹몽이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여기가 중력이 없는 마을 둥둥떠이키지지였다면 조금 더 가볍게 돌아갈 수 있었겠지만.

이전 10화 소리가 사라진 마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