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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Feb 08. 2021

[Leader] 의사결정자로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소양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리더가 해야하는 것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대를 떠난 지 2분이 채 되지 않아 공중 폭발로 사라졌다. 이 사고로 챌린저호에 타고 있던 대원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안타까운 것은, 챌린저호가 발사되기 전에 기술진으로부터 발사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로 인해 고무로 된 일부 부품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NASA의 의사결정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연기한 챌린저호의 발사 일정을 다시 연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챌린저호는 바로 그 문제 때문에 7명의 목숨과 함께 사라졌다.

리더 혼자 조직을 성공시키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그 반대는 생각보다 많이 일어난다. 특히, 잘못된 의사결정은 조직을 쉽게 위험에 빠뜨리곤 한다. 활발한 논의를 거쳐서 좋은 의견들이 나오고 좋은 아이디어가 발굴되어도, 위험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피해 갈 대책을 강구하여도, 의사결정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물론 주변의 의견을 항상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때로 자신의 신념을 굳게 믿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라도, 자신의 결정이 조직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늘 좋은 의사결정자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좋은 의사결정자가 되기 위해 리더가 갖추어야 할 것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팀과 프로젝트를 중심에 두자.


어떤 역할이든,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 자신이 그 역할에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중요한 역할일수록, 자신이 원했던 역할일수록, 그런 마음은 더 강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대체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리더의 경우에는 그것이 오히려 조직과 프로젝트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의 역할을 맡은 직후에, 자신이 충분히 좋은 리더라는 것을 입증하려는 함정에 빠지곤 한다. 물론, 좋은 리더임을 보여주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리더는 누구나 좋은 리더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팀과 프로젝트의 성공보다 중요한 요소로 여겨질 때 발생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도구로, 혹은 리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한 도구로 팀과 프로젝트를 이용할 때, 프로젝트는 위기에 빠지기 쉬워진다.

프로 스포츠에서 이런 모습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새로 부임한 감독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팀을 자신의 신념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그 사람의 지론은 충분히 훌륭한 것이지만, 그것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고집하는 것이 불행한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챌린저호의 경우에서도, 의사결정자가 프로젝트를 중심에 놓고 생각했다면 기술진의 의견을 무시하고 넘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발사 일정을 연기한 것 때문에 심한 압박감을 느꼈겠지만, 자신을 중심에 놓지 않고 프로젝트를 중심에 놓고 생각했다면 과연 발사를 강행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리더는 조직이 목적을 이루도록 이끄는 사람이다. 자신이 좋은 리더임을 보여주는 것보다, 조직이 목적을 이루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리더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가치관에 갇혀있지 말고, 조직과 프로젝트의 관점에서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의사 처럼 말이다.


미래를 예측하자.


아주 간단한 게임들도 있지만, 대체로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들은 보통 2년 이상의 제작 기간을 거쳐 세상에 출시되는 것 같다. 따라서, 게임 제작 초기에 이루어지는 결정들은 2년 이상 이후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초기에 이루어지는 결정들이란게 그 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들이기도 하다. 어떤 시장을 공략할 것이며, 어떤 장르로 만들 것이며, 핵심 재미를 어디에 둘 것인지 등이 초반에 주로 결정된다. 중간에 이런 결정들이 바뀌기도 하지만, 그때로부터 또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출시가 이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예전부터 게임 제작PD에게 필요한 역량 중 하나가 미래를 읽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당장의 트렌드만 쫓아가서는 이미 정점이 지난 트렌드에 맞춘 게임을 출시하는 결과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잭 웰치가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꼽은 네 가지 중에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이 역량이 좀더 일반적으로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우리가 예언자도 아니고,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훈련을 통해 오차를 줄여나갈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이다. 사람의 마음이 작용하는 원리는 몇 만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고 있으며, 기술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다. 10년이나 20년 후의 세상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1, 2년 뒤를 예측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모습만 보는 것보다는 충분히 의미있는 범위에 들어있을 것이다.

게다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법들도 개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이미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의 확정된 결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가 이 부분에서 자주 거론되는 사례일 것이다. 고령화 사회는 천천히 다가오면서 동시에 확실히 다가오는 미래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쉽다. 고령화만큼 천천히 변화하지는 않지만, AI에 의한 변화도 몇 가지 영역에서는 이미 확정된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세대가 갖는 특성도 크게 변하지 않는 요소로 생각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또 한가지 기법은 인접한 영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먼저 진입한 국가에서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성공을 이루어냈는지 살펴본다던가, 퍼즐 게임이 새로운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발전해 갔는지를 살펴 비슷한 이슈를 가진 다른 장르에 이용하는 것들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영역이 발을 맞추며 행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서 나간 비슷한 영역의 행보를 살펴봄으로써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단순히 의견을 수집하는 것 만으로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려야 실질적인 진행이 시작된다. 그리고 바로 이 책임의 동반 여부가, 의견을 내는 것과 결정을 하는 것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 된다. 의견에는 책임이 필요없지만, 결정에는 책임이 필요한 것이다.

의사결정은 늘 불확실한 상황에서 요구받는다. 확실한 상황에서는 의사결정의 과정 자체가 그다지 필요 없을 것이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그 의사결정이 잘못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의사결정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신이 책임져야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한번 오고 마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마주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냉철하고 과감하게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리더는 일단 의사결정이 가져오는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리더가 내리는 결정이 잘못된 결정일 수 있고, 그래서 조직과 프로젝트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압박감은 리더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방해한다. 그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휘둘리면, 너무 늦게 혹은 너무 조급하게 결정을 내려버릴 수도 있고, 올바른 선택을 찾는 것 보다 자신을 지키는 선택을 찾는 것을 지향하게 될 수도 있다.

의사결정의 압박감이 너무 강할 때면, 세상에 실패하지 않는 의사결정자는 없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게임 '문명' 시리즈로 유명한 시드 마이어는 수 많은 실패작을 가지고 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도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경우들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모든 의사결정을 성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실패할 가능성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늘 성공할 수는 없지만, 늘 최선을 다할 수는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무리 최선을 다하더라도 실패한 의사결정의 결과를 만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럴 때, 자책하지 말고, 책임을 피하지도 말며, 그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배워내고, 실패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들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발생한 실패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것으로부터 긍정적인 무언가를 끄집어 낼 수는 있다. 그리고 실패로부터 소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의사결정자는 의사결정의 압박감으로부터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1%의 차이가 프로를 만든다.


포커는 바둑과 달리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다. 바둑은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기기 어렵지만 포커는 아마추어가 얼마든지 프로를 이길 수 있다. 한두판만 놓고 보면 말이다. 하지만, 한 두 판이 아닌 여러 판을 진행하다 보면, 결국 프로가 아마추어의 칩을 모두 가져가며 게임이 끝나게 된다. 이기는 게임에서는 조금 더 칩을 얻어가고, 지는 게임에서는 조금 덜 칩을 잃는다. 간혹 질만한 게임을 이기는 게임으로 만들기도 한다. 수많은 의사결정이 반복되는 포커 테이블에서, 의사결정의 작은 차이가 누적되어 최종 승패를 가르게 된다.

팀과 프로젝트도 단 한번의 의사결정으로 성공과 실패가 정해진다면 운에 맡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의 의사결정만으로 성패가 결정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많은 의사결정이 쌓인 결과가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는 좋은 의사결정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반복적인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야만 성공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팀과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리더가 팀과 프로젝트가 원하는 '좋은' 리더일 것이다.


1. 팀과 프로젝트를 중심에 두자.

리더는 자신을 입증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과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이다.

팀과 프로젝트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진행하자.

2. 미래를 예측하자.

시장의 미래 모습을 생각하며 의사결정을 진행하자.

이미 시작된 변화의 결과를 예측하거나, 지역별, 영역별 시간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3.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실패할 수 있다는 압박감은 올바른 판단을 방해한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실패도 성공을 위한 재료로 이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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