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렌, 하더 쿨룸
인원 : 41세 남자, 10세 여자
기간 : 2015. 5. 20. ~ 6. 6. (17박 18일)
일정 : 파리(5박) - 런던(4박) - 암스테르담(2박) - 인터라켄(3박) - 파리(3박)
아침에 일어났더니 온몸에 벌레 물린 자국이 있었다. 다행히 가려움이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순간, 베드 버그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베드 버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는 안 물리고 나만 물린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가 멀미약에도 조금 들어있기 때문에, 다음 날 파리로 이동하기 전에는 멀미약을 먹고 이동하기도 했다.(원래 멀미를 잘하는 편이라 늘 가지고 다닌다.)
숙소 조식이 입에 잘 맞지 않아서, 이 날은 아이를 푹 재우고 다소 늦게 일정을 시작했다. 하이킹 코스가 길지 않기 때문에 시간에 여유도 있었다. 이 날의 하이킹 코스는 뮤렌에서 그러취알프로 이동하는 코스였는데, 해발 1645미터 정도에 위치한 코스로 1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쉬운 코스여서 아이와 함께 걷기에 적당했다.
먼저 열차를 타고 라우터브룬넨으로 이동한 후에 곤돌라를 타고 그러취알프로 이동했다. 이때 타는 곤돌라는 휘르스트에 올라가는 곤돌라와 달리, 몇십 명이 탈 수 있는 큰 곤돌라였다. 곤돌라로 그러취알프에 도착한 후에 다시 열차로 갈아타고 뮤렌으로 이동했다.
뮤렌은 아주 작은 마을이다. 마을 길을 크게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하면 금방 돌아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작은 마을이 너무나 아름답다. 내가 살면서 본 여러 마을 중 가장 아름다웠던 마을이고, '그림 같다'라는 말에 정말로 어울리는 마을이다. 마을뿐만 아니라 마을 주변으로 보이는 설산의 풍경도 너무나 멋지다. 지금도 뮤렌에 살면서 글을 쓰면 글이 참 잘 써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이 테니스장이다. 바로 옆에 절벽이 있는 테니스장이어서, 공이 밖으로 나가면 찾을 길이 없는 곳이었는데, 알프스 산이 바로 옆으로 보이는 공기 좋은 곳에서 테니스를 치면 어떤 기분일까 무척 궁금했다. 그 외 우체국도 보기 좋았고, 건물 옆에 쌓여있는 장작더미, 사방에 가득 피어있는 꽃들,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들까지, 이 마을에서는 알프스 산보다 마을 사진을 훨씬 더 많이 찍었던 것 같다.
마을에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를 잠깐 놀게 한 후, 그러취알프로 향하는 하이킹을 시작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코스였지만, 날씨가 더운 것이 조금 힘들었다. 철로 옆을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계속 평탄한 길이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휘르스트 코스에 비하면 사람이 적은 편이기는 한데, 그래도 간간이 하이킹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쉬엄쉬엄 걷다가 그러취알프에 도착했다. 곤돌라를 타고 라우터브룬넨으로 이동한 후, 열차를 타고 다시 인터라켄 동역으로 이동했다. 인터라켄 동역 가까운 곳에는 하더 쿨룸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전차) 역이 있다. 원래는 전날에 가려던 곳인데, 아이가 휘르스트 하이킹 중 두통을 호소했기 때문에 생략했다가 이날 올라가게 되었다.
하더 쿨룸은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 반대쪽 산으로 올라가는 코스다.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지만, 우리는 푸니쿨라를 타고 이동했다. 걸어서 올라가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걷기에 쉬운 코스는 아니다.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고, 전망대에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세 봉우리가 잘 보인다. 인터라켄 전경과, 인터라켄 양쪽으로 있는 툰/브리엔츠 호수도 한눈에 들어온다. 하더 쿨룸은 전망대에서 보는 이 풍경이 핵심이기 때문에 날씨가 흐린 날은 올라갈 필요가 별로 없다. 다행히 이날은 날씨가 과할 정도로 좋았다.
올라가자마자 내려가는 푸니쿨라 시간부터 확인해 놓고, 한 시간 정도 머물렀다. 전망을 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잠깐 올라갔다 내려온다고 생각하면 좋다. 한 시간 동안 사진도 많이 찍고, 휴식도 좀 취한 후에 내려왔다.
내려온 후에 저녁을 먹으로 전날 가려다 못 간 음식점에 갔다. 파스타와 피자를 시켰는데, 파스타는 그럭저럭 먹을만했지만, 피자는 너무 짜서 절반만 먹고 남겼다. 스위스는 물가가 비싼 데다가, 음식이 한국 사람 입맛 하고는 잘 안 맞는 편이어서, 배낭여행하는 사람들도 식사를 조리해 먹거나,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새삼, 맥도널드가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이 날의 여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