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유럽 여행 - 13일 차, 인터라켄

휘르스트

by 취한하늘

인원 : 41세 남자, 10세 여자

기간 : 2015. 5. 20. ~ 6. 6. (17박 18일)

일정 : 파리(5박) - 런던(4박) - 암스테르담(2박) - 인터라켄(3박) - 파리(3박)


이날은 휘르스트-바흐알프 코스를 하이킹하는 날이었다. 인터라켄이라고 하면 역시 융프라우지만, 우리는 융프라우에 올라가지 않기로 했다. 아이가 평소에 멀미를 자주 했기 때문에, 융프라우에 올라가면 고산증으로 고생할 것 같았다. 검색을 해보니, 70~80%의 사람이 고산증을 겪게 되며, 겪는 정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게다가, 고산증이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직 잘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위험한지 안전한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어느 산은 아이들의 입산을 아예 금지한 곳도 있다는 것 같았다. 결국, 융프라우는 아이가 성인이 된 후에 알아서 가보라고 하고, 이번에는 해발 2500m가 넘지 않는 코스를 하이킹하기로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가고, 크게 힘들지 않은 휘르스트-바흐알프 코스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는 이 선택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해발 2300m 높이까지 하이킹을 했는데, 하산을 시작할 즈음에 아이가 두통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두통은 아래에 내려와서는 괜찮아졌다.


숙소는 인터라켄 서역 근처에 있고, 기차는 인터라켄 동역에서 타야 했다. 서역에서 동역까지는 도보 10분 정도의 거리여서 동역까지 걸어갔다. 중간에 동역으로 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미리 지도를 확인했기 때문에, 무사히 동역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동역으로 가는 중간에 공원 같은 곳이 있었는데, 패러 글라이더들이 착륙 장소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공원 한편에 장비가 펼쳐져 있었고, 하늘에도 몇 명의 패러 글라이더들이 비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겁이 많아서 패러 글라이딩 같은 것은 하지 못하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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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위를 나는 기분은 어떨까>


인터라켄 동역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미리 뽑아온 동신항운 인쇄물을 보여주고 티켓을 받았다. 티켓에는 어린이 두 명까지 무료라고 쓰여 있었다. 잠시 후 기차를 타고 그린데발트로 이동했다. 그린데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휘르스트까지 이동해야 했다.

산에 가까워서 그런지, 인터라켄보다 그린데발트의 풍경이 더 멋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라켄 말고 그린데발트에 숙소를 잡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았다. 숙박비가 부담될 것 같기는 하지만, 나도 다음에 오면 그린데발트나 라우터브룬넨처럼 산에 좀 더 가까운 쪽에 숙소를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곤돌라 탑승장이 나왔다. 원래는 곤돌라 티켓을 사야 했지만, 우리는 인터라켄 동역에서 휘르스트까지 가는 티켓을 구매했기 때문에, 추가로 곤돌라 티켓을 구매할 필요는 없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는 풍경이 아주 멋있었다. 다만, 아이는 예전부터 곤돌라나 케이블카를 조금 무서워하는 편이어서, 올라가는 동안 떨어지면 어떡하냐고 여러 번 물어봤다. 그럴 때마다 나는 '떨어져도 우리는 무사할 테니 걱정 말아라'하고 안심시켰다.(이 말을 듣고 더 무서워했던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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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는 풍경이 멋지다. 저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린데발트로부터 세 번째 정거장이 휘르스트였다. 그린데발트까지는 무척 더웠는데, 휘르스트에 올라오니 덥지는 않았다. 사실, 해발 2000m가 넘는 높이라서 추울까 봐 안에 입을 옷을 하나씩 더 챙겨갔는데,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라서 옷을 더 입을 필요는 없었다.

휘르스트 역에서 바흐알프제 호수에 다녀오는 길은 왕복 2시간이 걸리는 하이킹 코스였다. 거의 평지라서 힘들지는 않지만, 화장실이 없다고 하여 휘르스트 역에서 먼저 화장실에 다녀온 후 하이킹을 시작했다.


바흐알프제 호수로 가는 길은 거의 외길이라서 어렵지 않다. 바흐알프제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5월 말이었는데 며칠 전에 눈이 왔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러지 눈이 쌓여 있는 곳이 많았다. 그리고,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도 같았다. 6월 초중순에 오면 꽃이 활짝 핀 풍경을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꽃은 덜 피었어도 워낙 풍경이 멋있어서, 가는 길에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이동했다. 지금 사진을 다시 꺼내봐도 풍경이 너무 멋지지만, 실제로 눈앞에 그 풍경을 두고 있으면 뭐라고 말로 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진다. 정말 풍경 하나 때문에 '여기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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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가리고 사진 찍는 방법을 터득했구나.>


휘르스트-바흐알프 코스 말고도 하이킹 코스가 여럿 있는데, 하이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융프라우 꼭대기를 보는 것보다 하이킹 코스를 하나 더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내가 스위스에 다시 가게 되는 일이 있다면, 하이킹만 하다가 올지도 모르겠다.


중간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쉬기도 했다. 며칠 전에 내린 폭설이 아직 녹지 않은 곳에서는 눈을 가지고 놀기도 하였다. 어떤 용도인지 알 수 없는 건물들과 돌무덤들을 만나기도 했고, 아직 조금밖에 피지 않았지만, 부지런히 봄을 맞이하는 꽃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렇게 풍경에 취해 걷다가 드디어 바흐알프제 호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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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다 이름도 쓰고, 벤치에 앉아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도 하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가지고 간 김밥으로 시장기부터 해결했다. 김밥을 먹고 있는데 우리말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한국인 가족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가족사진을 몇 장 찍어 드리고 다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우리도 풍경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호수 주변의 풍경은 너무 멋있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 호수에 쌓인 눈이 다 녹지 않은 것이다. 호수에 알프스 산이 거꾸로 비친 모습이 정말 멋질 것 같았는데, 눈이 다 녹지 않아서 일부만 볼 수 있었다. 그래도 호수와 주변 풍경도 좋고, 가는 길도 좋아서 아이와 함께 가기에 참 좋은 하이킹 코스인 것 같다.


23134149563CC2C815 <호수 위에 있는 눈이 다 녹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돌아오는 길에는 아이가 두통을 호소해서 최대한 빨리 내려왔다. 휘르스트에서 내려올 때는 플라이어나 서서 타는 바이크 같은 어트랙션이 있는데, 아이가 타기에는 모두 위험해서 그냥 곤돌라를 타고 그린데발트까지 내려왔다.

인터라켄까지 와서 기념품을 사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케이크를 산 후에, 맥도널드에서 저녁을 먹었다. 원래는 따로 가볼 식당이 있었는데,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니었는데도 이미 문을 닫은 후였다. 밑으로 내려와서인지, 저녁을 먹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두통은 사라졌고, 이 날 본 풍경들에 충분히 만족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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