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도 나의 일부란다

by 취한하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세상에 막 태어난 아기에게는 몸에 상처가 거의 없어. 대부분 상처 없는 깨끗한 몸으로 태어나지.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몸에는 하나둘 상처가 생기게 돼.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긁히거나, 혹은 어떤 병을 치료한 흔적으로 상처가 하나씩 쌓여가게 되지. 어떤 상처들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회복되기도 하지만, 어떤 상처들은 몸에 분명한 표식을 남겨두어 평생 우리와 함께 하기도 해. 그런 면에서는 상처가 아니라 상처의 흔적이 남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네.


상처가 남은 부분이라고 해서 그것이 우리 몸의 일부가 아닌 것은 아닐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처의 흔적을 담고 있는 부분도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어. 그런데,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상처는 사람의 마음에도 생기지. 태어났을 때는 상처 없는 깨끗한 마음이지만,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을 겪고, 때로는 사람 때문에, 때로는 환경 때문에, 혹은 다른 어떤 것 때문에 힘들어하다 보면, 우리 마음에도 점점 상처가 쌓이게 돼. 그리고, 마음의 상처 역시 어떤 상처는 없었던 것처럼 회복되기도 하지만, 어떤 상처는 평생 우리와 함께 하기도 해. 그런데 그런 마음의 상처는 몸의 상처처럼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사람이 몸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마음으로도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 마음에 난 상처도 우리 자신의 일부임에 틀림없을 거야.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상처를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분명 우리 마음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평생 모른 채로 살아갈 수는 없어. 얼마 동안은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나타나 자신이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하게 될 거야. 그러니 너무 외면하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 마음의 상처를 인정하고 끌어안아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마음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고 나면, 그리고 그것도 나의 일부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그전에 느꼈던 부끄러움이나 아픔이 오히려 잦아드는 것을 느끼게 돼. 그리고 스스로를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되지. 내 마음에 병이 있다고 생각되던 것이, 이제는 병이 아니라 흔적으로 느껴지게 돼. 그러고 나면, 주저하며 나아가지 못했던 방향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하는 거야.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밝은 부분뿐만 아니라 어두운 부분까지 내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온전히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많은 용기를 가지게 되거든.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을 거야.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 삶에 열심인 만큼 우리 몸과 마음에는 상처가 쌓일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상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삶을 진지하게 대하고 치열하게 살았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 상처가 발견되면 숨기지 말고 보듬어 주자. 너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 위로해 주고 응원해 주자. 열심히 살아왔던 흔적을 소중히 여겨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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