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템에 대하여
프로젝트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다른 부산물을 얻을 수 있기도 한데, 바로 프로젝트 참여자의 성장이다.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구성원들은 성장이라는 열매를 얻는다. 자신의 직무를 더 잘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기술이 늘어나기도 한다. 프로젝트의 목적과 관련된 통찰이 늘어나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위협하는 리스크에 대응하는 역량이 향상되기도 한다. 이렇듯 프로젝트는 구성원을 성장시켜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단순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프로젝트가 주는 기회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 것이 된다.
모든 효율적인 교육에는 회고의 과정이 수반된다. 수학 문제를 풀고 나서,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만 확인한다면 학습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다. 틀린 문제들의 풀이를 살펴보고 다시 풀어보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진정으로 수학 문제를 푸는 역량을 향상할 수 있다.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여서, 단순히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반드시 프로젝트를 회고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프로젝트의 경험을 온전히 역량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람의 기억과 인식은 왜곡되기 쉽기 때문에, 차근차근 되짚어 보고 정리하는 과정이 있지 않으면 잘못된 통찰로 역성장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가 종료되었으면, 혹은 프로젝트 중간에라도 꼭 회고의 과정이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포스트모템'이라는 단어가 '사후(死後) 부검'을 의미하다 보니, 아무래도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 수행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성공한 프로젝트에도 포스트모템은 필요하다. 성공한 프로젝트에도 역량으로 전환시켜야 할 중요한 경험들이 존재함은 물론이고, 성공의 이유에 대해 잘못 인식하게 되면 이후의 프로젝트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회사가 빠르게 성공을 맛 본 이후에, 더 이상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오랜 기간 정체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체로 반복되는 실패에 대해 제대로 된 회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성공에 대한 회고 부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성공 공식을 고집하고 있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근본적인 실패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다른 것들만 바꿔 보면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따라서,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제대로 알아내기 위해서도, 그리고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통찰을 역량으로 전환시켜 팀과 구성원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성공한 프로젝트든 실패한 프로젝트든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회고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큰 회의실에 모여서 프로젝트 회고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진행하는 회의는 그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있기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회고를 진행하는 담당자는 가급적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보는 것이 좋다.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보면, 그동안 듣기 힘들었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프로젝트나 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확인할 수도 있다.
개별적으로 만난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좋은 얘기야 누구나 쉽게 하지만, 쓴소리는 꺼려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무래도 조직에서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익명을 보장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도 필요하다. 기획자들의 입장만 살펴본다던가, 너무 개발팀 위주로 회고를 진행한다던가 하면 프로젝트에 대한 편향된 입장만 남기게 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핵심 팀의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잠깐이라도 협업을 진행한 팀의 구성원들까지도 폭넓게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 그러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들을 접할 수 있게 되고, 더 넓은 통찰과 깊은 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게 된다.
회사에는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이 여러 개 있을 수 있다. 게임 회사의 경우, 게임을 만드는 팀과 프로젝트가 여러 개다. 큰 회사의 경우에는 수십 개의 게임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프로젝트가 얻은 경험과 통찰을 다른 프로젝트에 전파하는 것과 전파하지 않는 것은 당연히 큰 차이로 귀결될 것이다. 한 프로젝트의 실수가 다른 프로젝트의 실수를 예방하는 예방주사가 되는 것과 모든 프로젝트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의 차이가 될 테니 말이다.
보통 포스트모템을 하면,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그런데, 기록으로 남기기만 할 뿐, 다른 팀에 공유하지는 않는 경우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애써 회고를 통해 얻은 통찰이 그 팀 안에만 남게 된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회고하는 과정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실패한 프로젝트의 경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빨리 정리하고 덮어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인들이 실패한 경험을 통해 다른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려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면, 프로젝트의 회고 내용을 전파하는 행위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성과와 관계없이, 회고 과정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고, 심지어 보상까지 연결해 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프로젝트 회고 과정은 철저하게 프로젝트만을 바라보는 게 좋다. 물론, 사람이 진행한 일이니 사람을 생각하지 않기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배제하고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회고가 참여자의 공과를 가리는 과정이 된다면, 회고 과정을 통해 오히려 갈등이 유발되고 팀워크가 와해될 수 있다.
사람은 원래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한 편이다. 회고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자신을 높이고 남을 낮추는 경향이 더 강화될 수 있다. 그러면 정보가 왜곡되기 시작하고, 해당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게도 잘못된 통찰을 전파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어차피 다른 기회가 존재한다. 어느 조직에나 있는 인사 평가 기간에 진행하면 된다. 따라서, 프로젝트 회고 과정에서는 철저하게 진행된 과업만을 다루는 것이 좋다. 물론, 사람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최대한 억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평가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프로젝트는 끝났다. 결과가 성공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그 프로젝트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을 모두 얻어내는 것이다. 본래 어떤 목적이 있어 진행된 프로젝트였지만, 본래의 목적과 상관없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최대한 얻어내는 것이 비즈니스의 미덕일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부산물이 본래의 목적보다 더 큰 효용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모든 조직이 구성원의 성장에 열을 올린다. 구성원의 성장이 곧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성원이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만큼 구성원의 성장에 좋은 재료가 되는 것은 없다. 따라서, 구성원의 성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도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같은 실패가 반복되는 일이 잦은 업계라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조직은 큰 경쟁력을 얻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 실패한 프로젝트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을 역량으로 전환시키려면 회고가 필요하다.
성공한 프로젝트에서도 경험을 역량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성공의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또 다른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 같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개별적으로 만나야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솔직한 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을 골고루 만나봐야 한다.
3.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자
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통찰을 여러 프로젝트가 함께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실패한 프로젝트라도 회고의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어야 전파하는 행위가 이루어진다.
4. 사람을 평가하지 말자
회고가 사람의 공과를 가리는 과정이 되면 팀워크를 해칠 수 있다.
심지어는 왜곡된 통찰이 회고의 결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최대한 사람은 배제하고 진행된 과업만을 다루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