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고 싶어서다. 팀이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다. 당연히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제품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개발팀이 직접 제품을 이용해 보고 평가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끝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개발팀의 입장과 고객의 입장에는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애착도 다르고, 그동안 경험해 본 제품의 종류도 다르다. 각자의 삶과 주변인도 다르다. 따라서, 개발팀의 평가만으로 고객의 평가를 예상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고객의 입장을 바로 알려고 노력해야 하고,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해야 한다.
개발팀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고객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그 위에 개발팀의 통찰을 덧붙인다면, 제품과 서비스가 바라보아야 할 방향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이게 될 것이다.
하루 동안 우리 제품을 이용한 고객이 50만 명이라면, 그 50만 명이 모두 같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각각의 고객이 모두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50만 명을 모두 개별적으로 케어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기준을 잘 설정하면, 고객 집단을 의미 있는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흔한 것은 성별에 의한 구분, 나이에 의한 구분, 지역에 의한 구분 정도이고, 제품을 얼마나 열심히 이용하는 가로 나누기도 한다. 제품에 따라서는 조금 다른 구분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쇼핑 앱이라면, 사려고 한 물건이 있어서 방문한 고객,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려는 고객, 그냥 재미 삼아 보기만 하는 고객 등으로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이렇게 몇 개 집단으로 나누면 각 집단마다 적합한 대응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20대 여성과 40대 남성에게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만 쇼핑 앱을 이용하는 사람과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면서 이용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도 다를 수 있다.
고객을 몇 개 집단으로 분류할 때, 혹시 잠재적인 고객 집단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제품과 서비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충성도가 높거나 구매력이 높은 집단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는 집단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잠재 고객 집단이 확인된다면 선제적인 대응으로 기대치 않았던 성과를 올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기획하는 사람들 중에는 고객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여전히 감과 상상력으로 고객을 정의하는 기획자도 간혹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훌륭한 논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논리의 시작이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제 고객과 정의한 고객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고객은 내가 모르는 존재다. 설혹 과거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 존재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상상하지 말고 관찰해야 한다. 물론, 관찰을 통해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상상력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작은 관찰에서 시작해야 한다.
게임을 예로 들어 무엇을 관찰해야 할지 나열해 보자. 일단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게임을 많이 즐기는지 관찰해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많이 하는지, 극장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에 게임을 많이 하는지, 집에서 혼자 편안하게 있을 때 많이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알아야 한다. 어떤 콘텐츠를 많이 이용하는지, 싱글 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비중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지, 비슷한 제품들을 비교할 때 어떤 부분을 많이 언급하는지, 반대로 어떤 부분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지 알아야 한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을 전부 직접 관찰하기는 어렵다. '관찰'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라는 의미에서 쓴 것이다. 일부는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 로그를 남겨 확인할 수도 있고, 일부는 고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게시판이나 커뮤니티를 탐색하여 확인할 수도 있다. 어떤 정보들은 고맙게도 먼저 조사해서 공유해주는 통계자료를 통해 알 수 있기도 하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고객에 대해 먼저 '사실'을 나열해 놓고, 그 사실들로부터 어떤 '판단'이나 '추정'을 논리적으로 끌어내야 정의한 고객과 실제 고객 사이의 괴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고객들도 자신들의 욕구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끔, 고객들 자신도 인지하지 못했던 숨은 욕구를 만족시켜 줘서 대박을 터뜨리는 제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통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존경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정말 드물게 나타나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보기에는 정말 멋지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람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그냥 감에 의지해 제품을 설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보다는 고객을 관찰함으로써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고객들의 욕구부터 해결해 주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일 것이다.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알았다면 그 지점에서 다른 제품보다 좋은 장점을 확보하면 될 것이다. 고객이 반복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의 불편함을 먼저 제거해 주면 될 것이다. 고객이 돈을 써서라도 얻고 싶어 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 가치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면 될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관찰되지 않은 부분에도 '사실'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게임의 경우, 어떤 부분에 대해 불만을 가진 고객은 글을 남기지만 만족하는 고객은 굳이 글을 남기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불만이 노출된 곳을 수정할 때는 그 불만이 대부분의 유저에게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한 상황에 처한 고객들에게만 불만이 집중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기호의 문제인지 등을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때로는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냥 놔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으며, 때로는 이미 만족하고 있는 고객과 불만이 있는 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흥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고, 감독이 표현하고 싶었던 바를 표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다. 게임도 흥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고, 자신이 꿈꾸던 게임을 구현하고 싶은 목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만약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프로젝트가 흥행을 목적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미의 기준보다는 고객으로부터 관찰되는 재미의 포인트를 따라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인 '흥행'에 더 가까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에는 회사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커리어가 같이 걸려있기 때문에, 개인의 '꿈'을 실현하는 것보다는 프로젝트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물론 지금의 대한민국 게임업계는 너무 획일화된 문제점이 있다. 이미 성공을 보여준 게임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에 익숙해진 회사들이 많다. 이런 현상을 지나치게 '흥행'에 몰두한 결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게임회사의 획일성은 오히려 큰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한국 게임 중 세계적으로 성공한 게임이 별로 없는 것은, 한국 게임들이 고객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아서다. 그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공 공식을 따라가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을 몇 개나 만들어낸 '슈퍼셀'은 어지간한 대한민국 게임회사보다 역사도 짧고 직원도 적다. 대한민국의 많은 게임회사는 슈퍼셀보다 게임 사업도 일찍 시작하고 직원도 많고, 게임도 더 많이 냈지만 슈퍼셀만큼 성공적인 게임을 만들지는 못했다. 글로벌에서 성공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그 이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1. 고객은 다 똑같지 않다
고객을 여러 집단으로 구분하여 살피는 것이 좋다.
성별, 나이, 제품 사용성 같은 공통적 기준도 있고, 제품에 따른 고유한 기준도 있을 수 있다.
잠재적인 고객 집단이 있는지도 같이 살펴보면 좋다.
2. 고객을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자
고객을 이미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실'을 알아보려고 해야 한다.
고객들의 행동과 요구를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비스 로그, 커뮤니티 게시판, 각종 통계 자료 등을 활용할 수 있다.
3. 고객의 경험을 개선하자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알아내는 것은 매우 힘들고, 성공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
고객에 대해 관찰하여 알아낸 사실을 근거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해야 할 것들을 결정해야 한다.
관찰되지 않은 부분에도 '사실'이 존재함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