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슈퍼를 갈 때는 지도가 필요하지 않다.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 없이 그냥 다녀오면 된다. 하지만, 서울에서 부산을 갈 때는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자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산이 아니라 전주로 갈 수도 있고, 강릉으로 갈 수도 있고, 심지어 서울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
프로젝트도 보통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만큼, 중간중간 상황을 점검하고 공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혹은 필요 없는 곳에 자원을 낭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프로젝트의 중간 점검과 공유에 대해 간단히 생각해 보고자 한다.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면 전체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길이 어떻게 뻗어 있는지, 랜드마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잘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골목길을 걸어가면서는, 도시 전체는 커녕 내 주변의 풍경조차도 다 확인하기가 어렵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실무팀은 프로젝트를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야를 놓치기 쉽다. 당장 눈앞의 작업과 마일스톤에 매몰되기 쉽다. 그러면 사고가 경직되고, 주변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내 눈으로 보는 시야 외에 넓은 범위에서 내가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가르쳐 줄 보조적인 시야가 필요하다. 프로젝트의 중간 점검과 공유는 그런 시야를 프로젝트와 구성원들에게 부여해 준다.
작업을 직접 진행하지 않는 관계자들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그들은 프로젝트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문제가 아니라 프로젝트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문제가 된다. 마치 안개가 낀 날씨에 전방을 살펴야 하는 것처럼, 대강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는 알지만 잘 굴러가고 있는지, 혹시 멈춘 것은 아닌지,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알기가 어렵다.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지 않는 사람들도 프로젝트의 중요한 이해 관계자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도 프로젝트 결과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명확하게 알려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그들 역시 프로젝트 중간 점검의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유받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와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일 수도 있고, 여러 명일 수도 있는데, 중요한 의사결정이 프로젝트의 운명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사결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런 의사결정의 품질은 당연히 프로젝트와 주변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유지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정보가 이미 낡은 것이 되어 있거나, 왜곡되어 있다면, 아무리 판단력이 좋은 사람도 좋은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의사결정자들을 위해서도 프로젝트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점검과 공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려주어야 할까? 일단은 프로젝트가 완수해야 하는 구체적인 과업들이 있을 텐데, 그 과업들이 어느 정도 완수되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자동차 주행으로 치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몰고 가는데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정보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예상했던 일정에 수정이 필요한지 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 프로젝트의 생산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알아야 한다. 말하자면, 병목 지점을 파악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최초의 계획대로 수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예상보다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게 된다. 이때, 아무 계획 없이 마구잡이로 자원을 추가 투입하거나 프로젝트를 수정한다면, 투입하는 노력에 비해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부족해서 프로젝트 일정이 늘어지고 있는데 프로그래머를 늘리는 조치를 취한다면, 투입 비용만 늘어나고 생산성은 그대로일 것이다. 심하게는 문제가 더 커지는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시장 상황도 주기적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게임처럼 2년, 3년 진행되는 프로젝트라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시장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퍼즐 게임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1년 뒤에 퍼즐 게임의 트렌드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을 수 있다. 혹은, 프로젝트에서 만들고 있는 게임과 거의 비슷한 게임이 경쟁사에 의해 먼저 출시되어 고객을 확보해 버렸을 수도 있다. 이럴 때 변화된 시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수맥이 말라버린 곳에서 우물을 파고 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따라서 시장을 비롯하여,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전제 조건이 되었던 것들에 대해 주기적으로 재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곳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병목 지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같이 확인되기도 하지만, 병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자원이 낭비되는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당장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낭비도 기회비용을 소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결국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일을 할 때 What과 Why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 데, 사실 How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때로는 How가 일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How가 커뮤니케이션 결과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일단, 점검 결과를 간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점검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 확인이 중요하고, 빠짐없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점검 과정과 결과가 장황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장황하게 진행이 되더라도 점검을 진행한 사람에게는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본인이 그것을 진행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를 전달받는 사람은 얘기가 다르다. 정리된 계획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된 정보를 머릿속에서 정리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보의 양이 많으면 일단 복잡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사람은 너무 복잡하게 느껴지는 정보를 자기 마음대로 단순화시켜 기억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어떻게든 정보를 간결하게 정리해서 전달해야 왜곡된 전달을 예방할 수 있다.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프로젝트라도 사람들마다 관심을 두는 포인트가 다르다. 새로운 인공지능 모듈을 만들었을 때, 기술 조직이라면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어느 정도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지 등에 관심을 둘 것이다. 반면, 사업 조직은 그런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그것이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서비스에 투입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일정이 더 필요한지 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렇게 대상에 따라서 관심 있어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만 잘 취합해서 전달한다면 간결하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은 다 들어있는 정보 전달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의 중간 점검은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그 형식을 잘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하는 중간 점검이 오히려 프로젝트의 생산성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중간 점검의 과정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고, 그렇게 고민된 결과를 잘 정리된 프로세스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프로세스 속에 점검 결과를 기록으로 잘 남기고 관리하는 것이 꼭 포함되어 있어야 모처럼 진행된 중간 점검이 이후에도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몰고 가는 것에 비유했지만,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해보면 오히려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는 항해와 같다는 느낌을 더 자주 받는다. 정보가 늘 필요한 만큼 있는 것도 아니고, 선택할 수 있는 액션의 종류도 제한적일 때가 많다. 그 와중에 배의 방향을 바꾸려는 파도는 끊임없이 몰아친다. 따라서,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지 않으면 금방 표류하게 된다. 그리고 자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표류가 길어지면, 그대로 프로젝트의 실패로 귀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중간 점검이 무척 중요하다. 어떤 면에서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계획을 잘 세우는 것보다 중간 점검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시작이 잘못되었어도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금방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작이 아무리 좋았던 프로젝트도, 중간 점검에 소홀하면 용두사미는커녕 지렁이 꼬리도 되지 못한 채 프로젝트를 접어야 할 수 있다.
그러니 점검 계획을 잘 세워두고,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프로젝트를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모든 것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점검하도록 하자. 그것이 실패를 예방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홀히 하는 프로젝트들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도록 하자.
1. 누구에게 필요한가
프로젝트 실무자들은 눈앞의 업무와 마일스톤에 매몰되기 쉽기 때문에, 넓은 시야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실무를 진행하지 않는 관계자들은 프로젝트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상황을 공유해 줄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자들이 좋은 의사결정을 진행하기 위해,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보를 주기적으로 갱신해 주어야 한다.
2.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완료된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정리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프로젝트의 생산성을 낮추는 병목지점을 확인하고 수정해야 한다.
시장 상황 같은 프로젝트의 전제 조건에 변화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 낭비를 제거해야 한다.
3. 어떻게 공유할까
장황한 내용은 왜곡된 전달을 야기한다. 내용을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하자.
전달받는 대상에 따라 관심을 두는 부분이 다르다. 대상이 관심 있어하는 부분에 집중하자.
점검은 반복되는 과정이므로, 그 형식을 잘 정리해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