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고 있는 조직은 이메일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많이 쓰는 조직이다. 지금은 메신저로도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진행하지만, 예전에는 거의 이메일을 통해 진행했다. 심지어 비교적 자리가 가까이 있는 사람끼리도 구두 협의보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했던 것 같다.
이메일이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메일을 많이 작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메일을 어떻게 써야 좋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회사 안에서도 '좋은 이메일 쓰기'에 대한 논의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메일은 모든 조직에서 많이 쓰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지만, 코로나로 원격 근무가 많아지면서 그 사용량이 더 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예전에는 자주 활용하지 않았던 사람이나 조직도 이메일을 많이 쓰게 되었을 것 같다. 메신저나 원격 회상 회의 도구가 있지만, 메신저는 커뮤니케이션 내용이 많거나 복잡할 때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고, 화상 회의는 자주 하기 번거로운 면이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메일을 활용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에 대해 간단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자주 사용하는 도구이니, 사용성을 조금만 개선해도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메일의 가장 큰 특징은 커뮤니케이션의 송신과 수신 사이에 시간 간격이 크다는 것이다. 만나서 얘기하거나, 메신저, 화상 회의를 이용할 때는 송신과 수신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하지만, 이메일은 송신과 수신이 거의 독립적으로 일어난다. 물론, 알림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송신과 수신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여줄 뿐,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두 행위를 동시에 일어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메일을 보낸 순간에는 아직 커뮤니케이션이 완성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이메일을 보냈다고 해서 함부로 상대방이 읽었을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몇 시간 뒤에 읽을 수도 있고, 하루 지나서 읽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상대방이 이메일의 존재를 계속 모른 채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만약 상대방이 빨리 수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병용해야 한다. 메신저 같은 동시성 수단을 이용해서 상대방에게 이메일의 확인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로 누군가 나에게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면(즉, 내가 이메일을 받았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내가 메일을 인지했다는 사실을 송신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실질적인 업무 처리는 나중에 하더라도, 일단 메일 내용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빨리 알려주면, 상대방은 일단 커뮤니케이션이 완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내용 확인했습니다' 한 마디가 있고 없는 것이 협업 관계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대화를 할 때 적용되는 법칙이 이메일에도 적용된다. 말하거나 쓰는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커뮤니케이션이 지루하지 않겠지만, 듣거나 읽는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이 피곤하고 빨리 끝났으면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독자나 청자도 많지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청자는 화자에 비해 의지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화자는 항상 청자가 커뮤니케이션을 받아들이기 쉽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면 말이다.
이메일도 내용이 간결하고 분명해야 한다.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방의 열의가 더 적다. 이메일을 받는 사람은 '그래서 뭐가 필요하다는 거야?'하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이메일을 다 읽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장황하게 쓰이는 이메일이 여러 이메일 중 최악의 이메일이 된다.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이메일의 내용이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도 최대한 군더더기는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핵심 내용을 독자가 빠르게 알아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문장에 볼드나 색채 처리를 해줄 수도 있고, 메일의 앞 뒤에 중요한 내용만 요약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원하는 내용을 모호하게 표현하지 말고, 누구나 같은 해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핵심은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글이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 봐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메시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어투, 어조, 몸짓, 표정 등이 커뮤니케이션을 같이 채우고 있다. 이런 비언어적 요소가 커뮤니케이션에 포함되는 것은, 상대방의 기분, 감정, 그리고 나에 대한 태도 같은 것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요소들을 무의식적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일상적인 대화보다는 메시지의 비중이 더 큰 법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상대방의 태도나 감정을 알아내고자 한다. 그게 커뮤니케이션에 임하는 사람들의 '본능'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나 감정이 잘 감지되는 요소가 바로 '표현'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나를 도구로 대하는 사람과, 나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사람을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 아마 같은 일을 해도 후자의 경우 더 성실하게 업무를 진행할 것이다. 따라서, 이메일의 표현에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상대방이 해 주어야 할 일을 나열하기만 한다면, '그건 당신이 당연히 해주어야 하는 일이니 얼른 해주십시오.'라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쓴 사람의 의도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적절한 표현을 추가하여, '내가 지금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데, 다음과 같은 요청사항을 당신이 처리해 준다면 나에게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와 같이 받아들여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을 상대방이 느끼려면, 분명한 표현으로 알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요청이 지시처럼 느껴지든, 부탁처럼 느껴지든, 자신이 그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시를 받고 하는 것과 부탁을 받고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히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적절한 상황들이 있다. 하지만, 이메일 같은 비동기 시스템이 더 좋은 경우도 있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만이 갖는 장점들이 있다. 이메일을 이용하면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사람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다. 논리 정연한 의사소통을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같은 말이 반복되는 등 커뮤니케이션에서 곧잘 발생하는 시간 낭비를 예방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의 기록이 남는다.
일이 급하거나, 혹은 대화가 빈번하게 오고 가야 하는 상황(아이디어 발굴처럼)이라면 이메일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메일이 적절한 상황도 많고, 실제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많은 부분을 이메일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해지지 않고서는 좋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직무를 맡고 있든 간에 좋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당신의 직무를 도울 것이다. 그것이 대부분의 채용 공고에 커뮤니케이션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는 이유다.
1. 이메일은 비동기 시스템이다
이메일은 송신과 수신 사이에 예측할 수 없는 시간 간격이 존재한다.
상대방이 읽었다고 확인이 되기 전에는 수신을 가정해서는 안 된다.
이메일을 받았을 때는 송신자에게 수신했음을 먼저 확인시켜 주는 것이 좋다.
2. 간결하고 명확하게 쓰자
대화를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만큼 대화에 몰입하기 어렵다.
장황한 메일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의해서 읽고자 하는 의지도 꺾어 버린다.
핵심 내용을 잘 구분해 주고, 누구나 똑같이 해석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3. 글에서도 감정과 태도가 느껴진다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뿐만 아니라, 감정과 정서도 교환되는 과정이다.
'표현'을 통해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감지할 수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표현을 분명하게 사용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되고, 일의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