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회의를 참 많이 하게 된다. 20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직무를 경험했는데, 어떤 직무에서는 일주일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회의하면서 보낸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회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현업의 많은 사람들이 회의의 효율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인 것이 조직이니만큼, 다수가 모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회의가 없을 수 없다. 다만, 회의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안 해도 되는 회의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회의에 불러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으며, 회의 시간에 필요 없는 말들로 시간만 보내고 소득은 얻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회의를 어떻게 해야 잘하게 되는지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반복해서 언급하고 반복해서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좋은 회의가 되기 위해 생각해야 하는 것들을 여러 가지 나열해 보고자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더라도, 한번 더 읽어 보고 다음 회의 때 하나라도 더 적용해 보자. 그러면, 일터를 어지럽히는 회의는 점차 사라지고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회의들만 캘린더를 채우게 될 것이다.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회의의 목적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회의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회의의 목적과 상관없는 이야기가 끼어들게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 방어를 하게 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따라서, 회의를 시작할 때 회의에서 다룰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얻어야 하는지 명확히 선언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회의가 진행되는 중에도 가끔씩 회의의 목적을 상기시켜 주면 더 좋을 것이다. 물론, 회의를 소집할 때부터 분명한 목적을 명시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회의에 따라서는 분위기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갈등을 중재하는 회의라면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필요할 수 있고,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하는 회의라면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가 더 어울릴 수 있다. 사람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사람의 생각이 의외로 주변 분위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불편한 상황에서 회의를 진행하지 않게 신경 쓰는 것이 좋다.
형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회의에 있어서도 일정한 형식을 추구할 때가 많은데, 형식도 회의의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해 주면 회의의 효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 특히,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할 때, 기존의 형식을 벗어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회의실이 아닌 곳에서 회의를 한다던가, 메모지나 마인드맵처럼 다른 회의와는 다른 도구를 사용하면 창의력을 조금 더 자극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문제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회의는 보통 어떤 문제에 대해 답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답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쉽다. 문제는 그렇게 답을 중심으로 생각이 진행되면, 기존의 틀에서 잘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주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면 대부분 기존의 대응 방식이 존재할 텐데, 그 대응 방식과 비슷한 수준에서만 생각이 맴돌기 쉽다. 다들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선택지를 몇 개 검토하고,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한 후에 만족하며 회의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회의가 대체로는 쓸모가 있겠지만,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기회를 차단하게 된다. 따라서, 답을 도출하기 위한 회의더라도 끊임없이 문제로 돌아가 문제를 중심으로 생각을 전개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 가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알아내게 될 것이다.
회의를 하다 보면 유독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있다. 물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그 사람이 너무 많은 발언 시간을 점유하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발언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각각의 말을 짧고 간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짧게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발언할 기회를 넘겨준다면, 다른 사람도 충분한 발언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나의 말을 듣다가 지쳐서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꺾이는 일도 없을 것이다.
회의에서 많이 발견되는 또 다른 광경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같은 말이 반복되는 광경이다. 때로는 두 사람 이상이 각자 자신의 주장만을 반복하면서 논의가 맴도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이미 다른 사람이 했던 말을 조금 바꿔 말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은, 같은 얘기를 서로 다른 용어와 언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서로 입장이 같은 줄도 모르고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회의 진행 상황을 정리하고, 반복의 굴레에서 논의를 꺼내 다음 단계로 진행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반복이 시간을 쓸데없이 태워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의 진행자가 이런 부분을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회의 시간을 태워버리는 주범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주제와 상관없는 발언으로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히 이런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본인의 머릿속에서는 그것이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어서 떠올랐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보통은 그런 이야기들은 생각이 나도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런 것을 참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이럴 때, 비록 이야기 중이더라도 진행자가 과감하게 그 발언을 끊어내고 회의를 원래 주제로 돌려놓아야 한다. 한번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 이야기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끊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심한 경우 무엇을 위해 회의를 소집했는지조차 불분명하게 되어버린다.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는 등 말을 끊어야 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오히려 말을 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소위 '빅마우스'로 언급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끊고 들어가는 상황을 간혹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말이 끊기는 사람에게 무례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사람의 발언 기회를 묵살하는 행동도 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면 말을 끊어서는 안 되고, 자신이 이미 많은 발언권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더라도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꺼낼지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
회의를 길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리 결론을 도출하고 회의를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조금만 그럴듯한 답이 나와도 빨리 합의하여 회의를 마치려는 움직임이 가끔 형성된다. 문제에 따라서는 그런 움직임이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슈에 대해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회의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최선의 결과를 찾지 못하고 적당히 괜찮은 결과에 만족하고 멈춰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괜찮은 해결책을 두 가지 이상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괜찮은 해결책 하나에 머무르면 늘 같은 자리에 있기 쉽지만, 괜찮은 해결책 두 가지를 찾아 더 좋은 것을 선택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과거의 해결책보다 좋은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포함되면서 최선의 해결책에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조직의 역량도 그만큼 성장하게 된다.
때로는 두 가지는커녕 한 가지도 찾지 못하는 회의도 있다. 너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수도 있고,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일 수도 있다. 만약, 정해진 회의 시간을 다 썼는데도 적절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바로 회의를 연장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회의를 다시 잡는 것이 좋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같은 곳에서 계속 틀리는 사람은 그 문제를 계속 보고 있어도 풀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잠시 다른 것을 하다가 다시 그 문제를 보면 갑자기 쉽게 풀려 버린다. 같은 자리를 맴돌던 생각이 반복의 굴레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회의 중에는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도 계속 회의를 하기보다는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대립의 현장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되돌아보기 어렵지만, 그 현장을 벗어나면 자신의 주장이 가진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회의를 마쳤으면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회의 참석자에게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회의 시간에 모두가 합의한 것 같아도, 실제로는 서로 다른 해석에 동의한 것일 수 있다. 심지어 회의 시간에는 같은 해석을 공유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합의한 내용은 잊고 원래의 자기 생각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회의 내용은 가급적 구체적으로 기록을 남겨놓고, 그것을 모두에게 확인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집에 물건이 너무 많아서 이제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며 물건을 싹 정리할 때가 있다. 그래서 꽤 많은 물건을 정리하고, 꼭 필요한 것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상태를 보면서 만족해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집에 하나둘 물건이 쌓이게 되고, 결국 원래 상태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회의에 대해서도 비슷한 일이 종종 벌어진다. 회의가 과하게 많아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며 꼭 필요한 회의만 남기는 회의 다이어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이런 회의도 필요하게 되고 저런 회의도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시 수많은 회의가 캘린더를 채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회의가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회의가 많아서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회의가 비효율적이어서 일 때가 더 많다.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한다면, 회의가 많아도 업무 효율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다. 따라서, 회의 때문에 조직의 퍼포먼스가 떨어진다고 생각되면, 회의를 줄이기보다 회의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조직과 프로젝트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 회의 진행 시 주의할 점
회의의 목적을 명확히 하자.
회의에 적합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지하자.
경우에 따라서는 정해진 형식을 벗어나는 것을 고려하자.
답보다는 문제를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해 보자.
2. 커뮤니케이션에서 주의할 점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말을 짧고 간결하게 하자.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는지 살피고, 반복되고 있으면 정리하여 다음 단계로 진행시키자.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과감하게 끊고 주제로 돌아가자.
명확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말을 끊지 말고, 발언과 발언 사이에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의견을 기다려보자.
3. 회의를 마무리할 때 주의할 점
괜찮은 해결책 하나에 머무르지 말고, 가급적 두 개 이상의 답을 찾아보자.
답을 찾기 어렵다면 회의를 연장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다시 회의를 잡아보자.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도,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갖고 다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결론에 도달했으면 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참석자 모두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