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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Dec 27. 2021

기록해두면 좋은 것들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일을 하다 보면 과거를 돌아봐야 할 때가 있다. 일이 아니더라도 과거를 돌아봐야 할 때가 우리 삶에 종종 있기는 하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일에 있어서는 정확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은 그다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사람의 기억은 왜곡되기 쉽고, 여러 가지 기억이 혼합되기도 쉽다. 가끔은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일에 있어서는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기록에 의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할까?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겠지만, 기록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것에도 비용이 들며, 모든 것을 기록하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기록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중요한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는 특별히 정확한 과거를 남겨두어야 하는 것 몇 가지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회의록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회의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생각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회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사고방식과 관점이야말로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문제는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말로 표현되지 않은 추측과 가정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섞여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명 똑같은 문장에 합의했음에도, 그 이후의 액션이 서로 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심지어, 합의한 문장의 내용조차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다른 문장으로 바뀌어 버릴 수 있다.

그래서 회의에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장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 또한 필요하다. '서로 같은 내용에 도달한 것 같다'라는 추측으로 회의를 마무리되게 해서는 안 된다. 비록 완전히 합의에 도달한 것 같아도 한번 더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 마치 계약서를 작성하듯이 말이다. 회의실에서 이루어진 정식 회의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이상이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있는 것이 좋다. 


의사결정 과정


많은 의사결정이 회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의록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회의를 통하지 않고 의사결정자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사항들도 있다. 따라서, 회의록에만 의존하지 말고, 중요한 의사결정들은 따로 정리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최종적인 결정 내용뿐만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근거를 확보하였는지까지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특히,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중요한 의사결정들은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결정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분명히 어떤 의사결정에 따라 일이 진행되고 있지만, 하고 있는 일만 남고 의사결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구성원의 머릿속에서 사라질 때가 있다. 혹은 의사결정의 내용은 기억하지만, 왜 그렇게 의사결정을 했는지 그 근거와 과정이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의사결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생각들로부터 도전받게 된다. 의사결정자는 지난 의사결정의 내용이 여전히 유효한지, 아니면 새로 의사결정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때 기존의 의사결정에 대한 근거가 기록되어 있지 않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예전에 다 고려했던 것을 다시 고려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따라서, 중요한 의사결정들에 대해서는 그 과정과 근거, 그리고 최종적인 내용에 대해 잘 정리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일정 예측과 조정 과정


화살로 과녁의 한가운데를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겨냥한 곳과 실제로 화살이 꽂힌 곳을 확인하면서 계속 화살을 날리면, 과녁 한가운데와 내 화살의 거리가 점차 줄어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일정을 정확히 맞출 수는 없다. 하지만, 예측한 일정과 실제 일정의 차이를 점차 줄여나갈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작업에 대해 어떻게 일정을 예측했으며, 그것이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소요했는지 기록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일정을 예측하면, 기억에만 의존해 일정을 예측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일정을 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산정된 일정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도 좀 더 그 일정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을 두고 많이 많다. 말만 많은 게 아니라 의혹과 불신도 많은 게 일정이다. 그런데, 감에 의지해 일정을 잡으면 그게 더 심해진다. 과거의 기록에 근거해 일정을 산정하면, 아주 불식시키지는 못해도 일정과 관련된 잡음을 많이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크고 작은 실패들


회의 내용이나 의사결정 과정, 일정 예측과 조정 과정은 사실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기록이 남게 된다. 하지만, 실패는 의식적으로 남기려 하지 않으면 거의 남게 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 사람들이 실패를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고,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 그만한 자산은 없는데도, 그것을 자산으로 활용하지 않고 휴지통에 던져 버린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그냥 실패만 하고 있는다고 해서 성공이 저절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성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실패에는 회고가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실패를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면 실패를 경험했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도 같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실패를 기록하고 공유한다면, 마치 이미 많은 실패를 경험해 본 것처럼 성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실패는 아니지만, 구성원과 팀이 겪었던 어려운 점들도 기록으로 남겨두면 같은 의미에서 도움이 된다. 어려움을 먼저 겪어본 사람들이 기록을 남겨두면, 다른 사람들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도 있고, 겪는다고 해도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들이 기여한 부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실제로 동기부여는, 그 사람의 고쳐야 할 점을 말해줄 때보다는 그 사람이 잘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할 때 더 자극된다. 그런데, 칭찬에도 요령이 있다. 그냥 '잘하고 있다', '도움이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점이 좋다거나, 어떤 행동이 팀에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 아무래도 구체적으로 하는 이야기에 더 신뢰가 가고,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의 어떤 점이 좋은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구체적으로 칭찬을 하려고 하면 금방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할수록 착각이 개입될 여지도 많다. 따라서, 평소에 구성원의 행동과 성과를 눈여겨보고, 조직에 기여하는 부분이 발견되면 자신만의 장소에 잘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 이러이러한 점이 좋았다고 이야기해주면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간혹 너무 사소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나눠주는 지급품을 나서서 받아다 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것으로 팀에 대한 기여를 이야기하기에 대단치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행동이 팀과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바는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자신의 작고 사소한 행동에 다른 사람이 관심을 보일 때 오히려 크게 움직이기도 한다. 작은 기여에 대해서도 인정받고 감사받는다면, 그 사람은 팀과 프로젝트에 더 큰 기여를 하고 싶어 지게 될 것이다. 바로 '동기부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록은 생각을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막상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니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왜곡을 막고 정확한 사실을 유지하기 위해 기록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생각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도 기록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록은 일차적으로 기록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행한 적이 있다. 1만 시간을 훈련하면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하면서 1만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 그저 허공을 허우적대는데 1만 시간을 보내봤자 무술의 고수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최고가 되기 위한 제대로 된 훈련으로 1만 시간을 채워야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를 하나 둘 경험해 나가다 보면 공력이 쌓이고 자신이 성장해 가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성장의 속도는 눈에 띄게 다르다. 기록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자신의 역량으로 전환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허우적거림이 정확한 초식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그것이, 같은 높이에 서 있던 두 사람이 3년, 5년 뒤에 전혀 다른 높이에 서 있게 되는 비밀 중 하나다.


1. 회의록

동일한 문장에 합의했어도 그에 대한 해석은 각자 다르게 하고 있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결과만 남고 과정은 기억에서 사라지기 쉽다. 심지어, 결과마저 왜곡될 수도 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장으로 회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의사결정 과정

중요한 의사결정은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사결정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결정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근거를 잘 기록해 놓아야, 같은 논의를 반복하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3. 일정 예측과 조정 과정

일정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어도 오차를 줄일 수는 있다.

과거의 기록을 통해 일정을 예측하면, 일정과 관련된 오해와 불신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4. 크고 작은 실패들

고난과 실패는 팀과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가장 훌륭한 자산이다.

고난과 실패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해당 팀과 구성원이 성장할 뿐만 아니라, 기록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팀과 구성원들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

5. 구성원들이 기여한 부분

지적보다는 칭찬이 동기부여를 더 자극한다.

칭찬은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할 때 훨씬 효과가 있다.

작은 일이라도 자주 칭찬하는 것이 좋다. 작은 부분에서 인정받은 사람은 더 크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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