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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r 25. 2022

[Book]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그래도 난 노력은 했어. 젠장, 적어도 시도는 했다고. 안 그래?"




@ 결말에 대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려고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갔다. 생각하고 갔던 책들은 하나도 없어서, 서점에 있는 책들 중 세 권을 골랐다. 그중 마지막으로 선택한 책이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다. 원래 잘 알고 있던 소설은 아니지만 제목이 일단 주의를 끌었고, 표지에 있는 젊은 잭 니콜슨의 미소가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억압에 저항하는 내용을 원래부터 아주 좋아한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켄 키지가 1962년에 집필한 소설이다. 수간호사가 지배하는 정신 병동에 억압을 싫어하는 주인공 맥머피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소설의 대부분은 수간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병원 세력과 맥머피를 중심으로 하는 환자 세력이 대결하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이 책에 나오는 억압에는 특징이 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치료 활동을 한다. 환자들은 병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언뜻 보면 억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억압이 치료 활동과 교묘하게 섞여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환자들도 억압과 치료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맥머피가 병동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맥머피는 처음부터 병동의 시스템 따위는 안중에 없는 사람이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서 수간호사와 보조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런 모습은 환자들의 눈에도 신선한 것이었다. 그런데, 맥머피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맥머피는 첫날부터 병동의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챘다. 치료를 가장한 억압이 환자들을 억누르고 있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래서, 환자들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자유의 세계로 말이다.


맥머피는 처음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지만, 나중에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억압을 부수려고 노력했다. 그가 딱히 대의를 위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그저 그런 억압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런 노력 덕분에, 환자들은 자신들에게 자유를 쟁취할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설에 화자로 등장하는 추장의 변화야말로 그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애초에 시스템의 보호와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충분히 정상이고, 충분히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간호사로 대변되는 억압은 현대사회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사회에 의해 옳은 것, 혹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규정되는 폭력이 존재한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였지만, 사실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짓밟고 있는 현장들이 존재한다. 간혹 그런 현장들이 발견되고 기사화되지만, 들킨 장소에만 해방이 찾아올 뿐, 들키지 않은 곳에서는 계속 억압과 폭력이 자행된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는 더 교묘하게 돌아가는 뻐꾸기 둥지들이 산재해 있는 듯도 하다.


자유란 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거기에 고통과 절망이 따르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을 때, 인간은 자유를 획득하고 자신의 존엄함을 지킬 수 있다. 타인에 의해 조종당하는 삶은, 비록 그것이 편안함을 주고 고통을 제거해 준다고 하더라도, 자유로운 삶이 아니며 그 상태의 인간은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추장은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의 존엄성을 지켜주고자 했던 것이다.


새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갔다. 과연 우리들은 어디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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