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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pr 04. 2022

게임은 데이터의 보고다

게임이 가지는 가치


게임이 아닌 서비스에 게임의 기법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교육 서비스나 홈트 앱처럼 게임과 별로 상관없는 서비스에 게임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고객의 몰입과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 게임이 가장 잘하는 것이 플레이어를 게임에 몰입시키고, 다음 날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몰입을 일으키는 것 말고도 게임이 가진 중요한 가치가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데이터다. 게임 서비스에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발생한다. 그 데이터들이 기존에는 게임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데이터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게임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게임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게임에서 얻어지는 데이터에는 중요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을 텐데, 그것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소멸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게임이 데이터 수집에 있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나열해 보고자 한다. 데이터 획득에 있어 게임이 가진 장점을 잘 이해하는 것이, 게임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에 연결하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다


게임이 가진 첫 번째 장점은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게임은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이용자가 소프트웨어와 상호 작용하는 모든 것을 로그로 남길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무척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 수 있다.

물론, 게임이라고 이용자의 모든 행동을 다 수집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시선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는 게임을 통해 알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할 때는 별도의 카메라가 있는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전반적으로 현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비해, 게임 속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데이터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양'이다. 많은 연구가 데이터의 양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짧은 시간에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게임에 따라 이용자 수가 다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흥행이 되고 있는 게임이라면 수십만 건의 데이터는 짧은 시간에 모을 수 있다. 기간을 조금 길게 잡으면, 수천만 건이나 수 억 건의 데이터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아마 게임 영역이 AI 연구자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요인도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용자가 다양하다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나이, 성별 같은 것뿐만 아니라 플레이 패턴이나 콘텐츠 선호도 등도 다양하다. 그래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도 하지만, 다양한 고객 집단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고객 집단을 분류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게임 자체가 다른 서비스에 비해 많은 선택과 액션을 요구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유저가 선택해야 할 것이 많고, 취해야 할 액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유저를 이해하고 분류할 정보가 많다는 것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에서 예전에 '오염된 피(Corrupted Blood)'라는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한 마디로, 게임에 어떤 오류가 있어서 전염병이 퍼졌고, 그 전염병 때문에 게임 속 캐릭터들이 계속 죽어나간 사건이다. 오류가 해결되기 전까지 게임 내 캐릭터가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는데, 그때 이용자들이 게임 속에서 보여 준 다양한 행동들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여러 학계에서 그 사례를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에 영화 '돈 룩업'이 흥행에 성공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보일 지를 게임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어떤 유형들이 존재하는지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임의의 플레이어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고객이 검색한 검색어나 고객이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통해 고객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광고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흔해졌다. 만약, 여기에 그 고객이 게임에서 한 행동들에 대한 정보까지 연계할 수 있다면, 고객을 더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황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딥러닝이 사람들을 한참 들뜨게 했을 때, 자율주행 자동차가 몇 년 안에 실용화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용화는 늦어지고 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예외적인 상황에 잘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평온한 상황에서는 잘 주행하지만,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보행자라던가, 홍수가 휩쓸고 간 뒤의 도로 상황이라던가, 잘못되거나 상실된 교통 표지판 같은 것들에 대처하는 것이 아직 어렵다.

이런 상황들에 대처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상황들을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들을 학습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학습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 언제든지 도로에서 벌어질 수 있다.

현실에서는 학습하기 어려운 이런 상황들을 게임에서는 얼마든지 학습할 수 있다. 갑자기 다리가 무너지는 상황이라던가, 앞에 가던 트럭이 싣고 가던 짐을 떨어뜨리면서, 그 속에 있던 닭들이 날뛰는 상황 같은 것들을 임의로 만들어 낼 수가 있다. 한마디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그것도 안전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자동차 충돌 테스트 시 인형을 넣어 놓는 것과 달리, 다른 자동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같은 데이터도 만들어 볼 수 있다.


메타버스, 게임, 그리고 사람


게임을 놓고 이야기를 풀어내기는 했지만, 사실 어떤 면에서는 메타버스에 더 적합한 얘기일 수도 있겠다. 현실을 모사하는 데는 게임보다 메타버스가 더 가깝고, 게임보다 더 다양한 이용자를 확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서비스와 연결되기에도 게임보다 메타버스가 유리하다.

메타버스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의견이 일부 있지만, 메타버스에서 얻어낼 수 있는 데이터만으로도 메타버스는 충분히 기업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실체화될 가능성은 꽤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메타버스가 발전하면 결국 게임도 그 일부로 통합될 것이기 때문에, 메타버스라는 큰 플랫폼 안에서 게임의 데이터와 다른 서비스가 연결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임은 그저 '놀이'이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거기에는 어떤 이해관계도 없다. 그저, '재미'를 따라갈 뿐이다. 그리고, 그 재미의 끝에는 이용자의 본모습이 존재한다. 이용자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편한 것, 불편한 것, 잘하는 것, 못 하는 것이 어떤 의도도 개입되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간단한 보드 게임을 통해서조차도 사람의 본모습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을 활용할 여지를 찾아본다면, 기존에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1.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다

이용자의 선택과 행동을 데이터로 변환하기 쉽다.

대량의 데이터를 짧은 시간에 확보할 수 있다.

2. 이용자가 다양하다

다양한 이용자 집단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특정 이용자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3. 상황을 쉽게 만들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을 마음대로 일어나게 할 수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의 사람의 반응 같은 것도 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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