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친한 친구와 논쟁이 있었는데, 주제는 가변익(날개를 젖혔다가 폈다가 할 수 있는 기능) 전투기가 F-14인가 F-16인가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내 주장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친구와 다투다 보니 내가 틀리고 친구가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논쟁에서 이기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지만 절대로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온갖 궤변을 동원해서 결국 결론 없는 논쟁으로 끝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패배는 하지 않았지만, 뒷맛이 굉장히 씁쓸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빨리 인정했으면 별거 아닌 일로 끝나버렸을 텐데, 스스로 틀렸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어떻게든 그것을 숨기려 했던 내 모습 때문에, 마음이 더 불편해지기만 했다.
토론을 하거나 협상을 할 때 대결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대결 구도가 되면 상대방은 좋은 결론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데 더 몰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결 구도로 내몰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상대방뿐만이 아니다. 자기 자신도 대결 구도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이겨야 한다' 혹은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휩싸이면 올바른 것을 보지 못하게 되거나, 혹은 보고도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것 때문에 상대방과의 관계가 나빠지기도 한다. 그것은 결국 나에게도 내 조직에게도 이롭지 못한 것이 된다. 작은 것을 지키고 큰 것을 잃는 경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