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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Jul 25. 2022

게임 '문명'이 보여주는 보상 체계

악마의 게임


게임 중에는 '악마의 게임'이라는 칭호를 얻은 게임들이 있다. '디아블로'와 '문명'이 그런 게임들인데, 이 게임들에 빠지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악마의 게임'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만큼 이 게임들은 플레이어를 게임에 강하게 몰입시킨다. 이 중 '문명'은 내가 특히 심하게 몰입했던 게임이다. '문명 2'는 대학 시절 학점을 날려버렸고, '문명 5'는 1,000 시간이 넘는 플레이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문명'이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보상 체계가 단연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목표를 주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명은 이 부분에서 탁월함을 보여준다. 비슷한 게임이 많은 가운데, 문명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문명 시리즈 중에 실패한 시리즈도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던 '문명 2'와 '문명 5'를 기준으로 얘기한다고 보면 되겠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중간 목표들


문명에는 큰 목표가 있다. 내가 운영하는 문명이 세계 최고의 문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작은 목표들이 여러 개 존재한다. 작은 목표들 중에도 특별히 더 중요한 것들이 있어서, 그런 것들은 중간 목표라고 부를 만하다. 게임은 이 중간 목표들을 바라보며 진행하게 된다. 세계 제패라는 큰 목표도 물론 잊지 않고 있지만, 플레이어의 실질적인 시선은 중간 목표에 맞추어져 있다. 예를 들어, 나처럼 기술 발전에 몰입하는 플레이어는 '화약' 같은 중요한 기술을 빨리 습득하는 것에 시선을 맞추고 게임을 진행한다.

중간 목표에 시선을 맞추게 되는 것은, 그것을 달성했을 때 확실한 보상이 나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달성하는 순간, 다른 문명에 비해 크게 앞서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너무도 잘 느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심지어, 중간 목표보다 작은 목표들에 대해서도 성취감을 분명히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확실한 피드백


문명의 목표와 성취 시스템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내가 얼마나 그 목표에 다가가 있는지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문명에 운이 작용하는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교적 미래를 정확히 계산해 볼 수 있는 게임에 속한다.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할 때마다 목표에 더 다가가게 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플레이를 해야 목표에 도착할 수 있는지도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요소는 몰입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부분은 문명 같은 전략 게임뿐만 아니라, 롤플레잉 게임 등 여러 장르의 게임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갈증을 해소하면 또 다른 갈증이 찾아온다


이상의 장점들은 다른 게임들에서도 잘 갖추고 있는 부분인데 반해, 문명이 특별히 잘 보여주고 있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문명은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개의 작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구조인데, 이 작은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고 나면, 완성이 얼마 남지 않은 또 다른 작은 목표가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달성해야 하는 여러 작은 목표가 적절히 엇박을 이루며 완성되어 가기 때문에, 하나의 목표를 이루었어도 바로 또 다른 목표에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 밥도 먹어야 하고, 회사도 가야 한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서는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데, 자신이 목표한 바를 성취했을 때, 그래서 갈증이 해소되었을 때, 많은 플레이어가 현실로 돌아가게 된다. 게임에 만족하지 못해서 이탈하기도 하지만, 원하는 것을 달성해서 이탈하기도 하는 것이다. 바로 이 갈증이 해소되는 시점에 문명은 또 다른 갈증을 일으킨다. 그래서, 문명을 상징하는 유명한 문구가 바로 'one more turn'이다. 어디까지만 하고 그만하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그 지점에 가면 한 턴만 더 하고 싶은 이유가 다시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10 턴, 20 턴, 계속하게 된다.


몰입이 필요한 곳이라면


문명에 대해서 알리고 싶었다기보다는 게임이 플레이어를 몰입시키기 위해 목표와 보상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간단히 적어보고 싶었다. 게임의 보상 체계가 다른 서비스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조직의 평가와 보상 체계에도 어떤 힌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직이 보상 체계를 갖추는 것은 보상을 정확히 나누는 데 최종적인 목적이 있다기보다, 구성원들이 업무(혹은 성과)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 최종적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상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기보다 구성원이 성과에 욕심을 내도록 하는 데까지 이르는 것이 대부분의 조직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조직의 목표와 보상 체계가 구성원의 몰입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면, 사람으로부터 몰입을 이끌어내는 게임의 보상 체계에서 힌트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summary>

큰 목표를 몇 개의 중간 목표로 나누고, 각 중간 목표마다 효용이 확실히 느껴지는 보상이 존재한다.

목표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얼마나 더 노력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알려준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 바로 다른 목표에 몰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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