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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Dec 29. 2023

[Book] 전쟁의 시대가 남긴 것, '전쟁론'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고, 그중에서도 전쟁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책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유명한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쟁 이론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조직 운영에 대한 교훈이 전쟁 속에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전쟁 이론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책이 '손자병법'일 것이다. 막상 손자병법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손자병법'을 모르는 사람도 역시 많지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한 전쟁 이론서다. 나 역시 이미 십 수년 전에 손자병법을 읽었고, 손자병법에 기초해서 전쟁을 많이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전쟁 이론서가 손자병법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역사는 주로 유럽의 역사였고, 따라서 유럽의 전쟁 이론에 대해서도 한 번쯤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다.


'세계대전'이라고 하면 보통 20세기 초의 전쟁을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에 한정하여 생각하면 이미 18세기에 한 번의 세계대전이 있었다. 18세기 중반에 이른바 '7년 전쟁'이라 부르는 역사인데,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러시아가 치열한 전쟁을 벌였고, 거기에 작센 등의 지방 세력들도 가세했다. 이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의 재정이 파탄 나고, 그것이 혁명의 씨앗이 되었으며, 이후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배경 위에서 탄생한 것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다.


'전쟁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부분에서는 '전쟁의 본질'에 대해 다루고, 두 번째 부분에서는 '전략과 전투'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뒷부분에서는 방어와 공격 등 '실질적인 전투 지침'을 다루고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의 도구로 본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고, 중단될 수도 있다. 적의 격멸이 전쟁의 기본적인 목적이지만, 때로는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전쟁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마 7년 전쟁에서 영국이 프랑스의 식민지를 빼앗기 위해 유럽 전쟁에 개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다.


전략과 전투에 대한 부분은 조직 경영에 참고가 가장 많이 되는 부분이다. 모든 구성원에게 하나의 목표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 주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 정보를 수집하되 수집된 정보의 가치를 세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 물리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역량이 조직의 운명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 등은 기업과 여타 조직의 운영에도 필요한 얘기일 것 같다.


방어와 공격 등 실질적인 전투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여러 전투들을 떠올리며 읽어 보면 더 재미있는 부분이다. 물론, '전쟁론'은 18세기 유럽의 전쟁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시대나 다른 지역의 전투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기습'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적이 예측하지 못할 때 공격하는 것을 좋게 보는 손자병법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손자병법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을 몇 개 더 뽑아보자면,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항복을 받아내는 것을 상수로 보고 있지만, 전쟁론에서는 대규모 전투 없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아마 손자병법의 시대와 전쟁론의 시대가 정치적으로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손자병법은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하고 전쟁을 하라고 하는데, 전쟁론에서는 불확실성은 전쟁의 필연적 요소이기 때문에, 적절히 잘 대응하는 것을 더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전쟁론은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추상적으로 표현된 문장이 많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철학 같은 느낌도 들기 때문에, 철학 서적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쟁론을 읽는 것이 꽤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원서를 충실히 번역한 번역본보다 해설서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뒷부분에 해설이 들어가 있는데, 만약 책의 초반부터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해설 부분을 먼저 읽고 본문을 읽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프로이센의 군인이며 사상가다. 7년 전쟁 때 프로이센이 보여 준 전쟁 수행 방식은 유럽에서 하나의 모범이 되었다. 그리고,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이 수행한 전쟁도 프로이센의 전쟁과 많이 닮아 있다. 어쩌면, 당시 독일군의 장성들이 프로이센의 전쟁사나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많이 참고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근대 전쟁이나 세계대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한번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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