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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Feb 05. 2024

독수리와 여우

직장인을 위한 이솝우화

독수리와 여우가 절친한 친구가 되었고, 그들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기로 했다. 독수리는 높은 나무의 가지에 둥지를 만들었고, 여우는 그 아래 덤불에서 새끼를 낳았다. 

그로부터 오래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구해야 했던 독수리는, 여우가 자리를 비운 틈에 아래로 하강하여 새끼 여우 중 하나를 낚아챘다. 그리고, 자신과 새끼들의 먹이로 삼았다. 집으로 돌아온 여우는 자신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다. 여우는 새끼를 잃었다는 사실보다 독수리에게 복수할 길이 없다는 것에 더 슬퍼했다. 

하지만, 기회는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독수리가 제단 근처를 날고 있을 때, 마을 사람들이 염소를 제물로 바치고 있었다. 독수리는 잽싸게 달려들어 염소 고기 한 덩이를 낚아 채 둥지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고깃덩이에는 불씨를 담은 재도 묻어 있었다. 강한 바람이 불어 불씨는 불이 되었다. 아직 날지도 못하고 힘도 없는 새끼 독수리들은 불을 피하다가 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독수리가 보는 앞에서, 여우는 새끼 독수리들을 모조리 잡아먹었다.




1.

여우가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둥지를 옮기지 않은 것, 불을 피우고 있는 곳에서 먹이를 낚아채면서도 불씨를 조심하지 않은 것, 이런 방심들이 독수리에게 큰 화를 불러왔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를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미래는 언제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들도 가끔 일어난다. 따라서, 위협이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지만,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가급적이면 가까운 곳에는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가까운 곳에 있는 적은, 내가 약점을 보일 때 금방 그 약점을 찌르고 들어와 나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친구나 동료였던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것은 더 위험하다. 그들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자. 외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카이사르는 결국 가까운 곳에 만든 적 때문에 유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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