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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r 18. 2024

물에 빠진 소년

직장인을 위한 이솝우화

한 소년이 강에서 목욕을 하다 깊은 곳에 빠져서, 익사할지도 모르는 큰 위험에 처했다. 그때 길을 따라 걷던 한 남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년의 외침을 듣고, 강변으로 갔다. 그리고는 깊은 곳을 조심하지 않은 소년을 꾸짖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년을 도와주려고는 하지 않았다.

"아저씨!"

그러자 소년이 외쳤다.

"제발 절 먼저 도와주세요! 꾸짖는 건 나중에 하시고요!"




1.

아마 물에 빠진 사람을 두고 도와주기는커녕 꾸짖기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않으면서 비판만 하는 경우는 흔하게 있다. 곤란에 빠진 사람이나 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는 많지만, 막상 자신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곤란에 빠진 사람이 도움을 요청해 왔을 때, 그것을 껄끄러워하기도 한다.

열심히 하려다가 실수를 하거나 일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곤란에 빠진 사람과, 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면서 방관하는 사람 중에 과연 어떤 사람이 꾸짖음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2.

소년을 사람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대입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프로젝트가 위기에 빠지고 좌초될 상황까지 몰렸을 때, 그것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거나, 아니면 실패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위기가 왜 발생했는지, 어떤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인과를 분석하고, 공과를 따지는 것은 시간을 두고 해도 된다. 그것은 속도보다 오히려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프로젝트를 수습하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 될 때가 많다.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는 프로젝트를 그냥 놔두면 점점 더 나쁜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이고, 가능하면 위기로부터 건져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비록 정확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빠른 처치가 중요한 경우들이 있는 것이다.


3.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직 생활에 있어 '보편적 선의'라는 것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위기에 빠졌을 때, 순수한 선의로 나를 도와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그리고 도와줄 의지가 있는 사람을 평소에 찾고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익으로 타인과 나를 연결할 수도 있고, 내가 먼저 선의를 보여줘서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의'라는 것이, 보편적인 가치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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