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재미가 있다. 결과가 나오는 것도 재밌고, 그 결과가 점점 좋아지는 것도 재밌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결과가 더 나아지지도 않고,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것에 싫증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고비를 못 넘기면 하던 것을 접고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결과의 품질보다 양을 목표로 많이 세운다. '소설 쓰기'를 예로 들면, 최종적으로는 소설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일단은 짧은 이야기를 백 개쯤 써보자는 생각을 한다.
양을 목표로 하면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확실하게 한발 한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잘 쓰려고 하면 나아가지 못하는 순간이 올 수 있지만, 백 개를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하나 쓸 때마다 진도가 확실하게 1%씩 올라간다. 그래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한 느낌을 피할 수 있다.
물론, 양만 생각하면 실력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하나하나 쓸 때마다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단지, 그 결과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결과물이 안 좋았으면 다음번에 안 좋았던 부분을 보완하면 된다. 어쨌든 하나를 추가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다음 작업으로 빨리 넘어갈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조삼모사'같은 이야기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조삼모사'는 생각보다 훌륭한 도구다. 동기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자신을 속여먹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하지만, 남을 속이지는 말자) 어떻게든 바퀴를 계속 굴려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