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Jun 19. 2024

내가 만든 선입견

나는 듀얼 모니터를 쓴다. 듀얼 모니터를 쓰면 보통 왼쪽 모니터의 오른쪽 끝으로 마우스 커서가 나갔을 때 오른쪽 모니터의 왼쪽 끝에서 마우스 커서가 나온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반대로 해 놓았다. 왼쪽 모니터의 왼쪽 끝으로 마우스 커서가 나가면 오른쪽 모니터의 오른쪽 끝에서 마우스 커서가 나오는 것이다.


내가 모니터 설정을 이렇게 한 것은,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 창의성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평소와 다른 손으로 밥을 먹어보고, 평소와 다른 길로 퇴근하는 것 등이 창의성을 담당하는 두뇌를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니터를 새로 설정하다가 우연히 일반적인 듀얼 모니터 세팅으로 회귀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모니터 순서가 설정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오히려 나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일부러 어색하게 설정한 것이 이제는 익숙한 것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예전부터 선입견에 갇히지 않으려고 애썼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려고 했고, 일부러 다르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색한 모니터 설정에 익숙해진 나를 보면서, 어쩌면 내가 만든 선입견에 스스로 갇혀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입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선입견에 묶여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결국, 선입견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게 익숙해진 것들을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했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시도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또 어딘가에 갇히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회사의 듀얼 모니터 세팅과 집의 듀얼 모니터 세팅을 다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종종 마우스 이동에 혼란이 생긴다. 하지만, 그 혼란은 나를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다. 어쩌면 무언가를 당연하게 떠올리는 때보다, 무엇이 옳은지 잘 모르겠는 때가 내가 더 자유로운 상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기부여는 회사가 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