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기 전에도 우선순위 관리를 해봤을 것이다. 청소를 할 때도 범위와 순서를 정하고, 주말 계획을 짤 때도 할 일과 순서를 정한다. 그런데, 일상생활 속에서의 우선순위와 직장에서의 우선순위는 성격이 좀 다르다. 일상생활에서는 내 기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고, 즉흥적으로 우선순위를 바꿀 수도 있다. 우선순위를 잘못 정했다고 해서 큰일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우선순위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한번 정해진 우선순위를 이유 없이 바꿔서도 안 된다. 그리고, 우선순위 관리를 잘못하면 일이 크게 잘못될 수도 있다.
신입에게 많은 일을 맡기지 않는 조직에서는 우선순위 관리를 익히는 것이 급하지 않을 것이다. 주어진 일을 하나씩 확실히 마무리하고, 일의 양이 늘어날 때 차츰 배워나가도 된다. 그런데, 간혹 신입에게 많은 일을 맡기는 조직도 있다. 특히, 일손이 부족한 조직에서는 신입이라고 해도 여유 있게 업무에 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선순위 관리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해 두는 것이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좋을 것 같다.
우선순위를 나눌 때 가장 많이 쓰는 기준이 ‘급한가’와 ‘중요한가’이다. 급한지 급하지 않은지,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를 통해 업무를 4가지 영역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때, 머릿속으로만 업무를 분류하지 말고, 어딘가에 명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누락되는 일이 없으면서 중요한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일단, ‘급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면 된다. 급하고 중요한 것을 제때 처리하는 것이 1차적인 업무 목표가 된다. 급하고 중요한 업무가 아직 남아있다면 다른 업무는 대체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시하면 된다. 다른 일을 모두 처리해서 시간이 남아돌아도, 웬만해서 이 목록에 있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이 남는다면 다른 급한 일이나 중요한 일을 찾아보거나, 아니면 차라리 학습과 성장에 시간을 쓰는 것이 좋다.
헷갈리는 것은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영역은 대체로 비슷한 우선순위를 가진다. 굳이 구분하자면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이 대체로 더 우선순위가 높기는 하다. ‘급한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참고할 만한 것이 있다.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은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통 ‘빨리’ 처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결과의 품질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된다. 반면,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결과의 품질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따라서, 이 업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 노력하는 것이 대체로 좋다.
주의해야 할 것은, ‘급한지’와 ‘중요한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입 직원의 경우 이러한 판단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팀장이나 연차나 높은 직원에게 확인을 받으면서 진행하도록 하자.
앞에서 이야기한 것은 전형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은 그렇게 딱 부러지게 나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 중에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지 않은 것도 있고, 중요하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만약, 중요도가 너무 낮아서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면, 급한지를 떠나서 아예 그 업무를 진행하지 않는 것을 고려사항에 넣어야 할 수 있다. 핼러윈 시즌을 한 달 앞두고 게임에 핼러윈 스킨을 넣고자 한다면 일정이 촉박할 수 있다. 그러면 ‘급한 일’이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그 게임이 ‘바둑’이라면 중요도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을 수 있다. 바둑 유저들에게 핼러윈이 아무 의미도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업은 아예 작업 목록에서 빼버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다른 제약 조건 때문에 우선순위를 즉흥적으로 조정해야 할 때도 있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 남아있는데,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어 기획한 상품을 테스트해야 하는데, 테스트 환경에 문제가 있어 당장 테스트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외부 요인 때문에 진행이 불가능하다. 이때 테스트 환경이 정상화되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고 있을 수 있다.
게임 제작처럼 여러 사람의 업무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애초의 우선순위에 묶여있기보다는, 진행 상황이나 환경의 변화에 맞춰 우선순위를 유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순위의 세밀한 관리는 보통 리더나 시니어가 해줄 것이다. 다만, 정해주는 우선순위에 따라 기계적으로 일을 진행하기보다는, 어떤 이유로 우선순위가 조정되는지 관찰하고 배워 놓도록 하자. 주니어 수준을 벗어나 중견 직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어차피 알아야 하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불가능은 없다’, ‘한계는 없다’, ‘하면 된다’, 이런 말은 다 거짓말이다. 세계 최고의 능력자에게도 불가능한 일이 있고 한계가 있다. 자신의 한계를 과소평가하고 그 안에 안주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한계를 무시하고 일을 있는 대로 벌려놓는 것도 좋지 않다.
직장에서 진행하는 업무가 충분히 소화 가능한 범위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급하고 중요한 일’이 나의 업무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 ‘급하고 중요한 일’을 외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을 하려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자칫 조직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만약, ‘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내 한계를 벗어나는 것 같다면 반드시 리더와 상의해 보자. 리더에게 판단을 맡기고 리더의 판단에 따르자. 내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라면 리더가 해결책을 찾아줄 것이다. 만약, 내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리더가 판단한다면, 그 판단을 근거로 일을 진행하면 된다.
직장의 업무에서만 우선순위 관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개인의 커리어 관리에도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좋은 커리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지만, 그것을 동시에 진행할 수는 없다. 무엇을 할지, 어떤 것을 먼저 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런 결정의 품질에 따라 커리어의 품질도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직장에서 배운 우선순위 관리 기법을 커리어 관리에도 사용해 보자. 그러면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더 선명하게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 급한 것과 중요한 것
'급하고 중요한 것'을 우선 처리하고, '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시간이 있어도 하지 말자.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은 빨리 처리하고,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하자.
'급한지'와 '중요한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리더나 시니어에게 확인받으면서 진행하자.
2. 세밀한 관리
현실에서는 더 세밀하고 융통성 있는 우선순위 관리가 필요하다.
급한 정도와 중요한 정도는 크기가 다양하며, 그 크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환경의 제약이나 협업 관계에 따라 우선순위가 즉흥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
3. 역량의 한계
역량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을 무턱대고 진행하지 말자.
일의 양이나 종류가 소화하기 어려운 범위에 있다면, 리더와 상의하고 리더의 판단에 따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