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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Jan 25. 2021

[Share]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을 돕는 사소한 팁들

사람의 마음은 때로 의지와 상관없이 반응하기도 한다.


어떤 심리학 실험에 의하면, 호텔에서 사람들에게 환경보호를 위해 수건을 재사용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보다, 다른 손님들도 한번 이상 수건을 재사용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수건의 재사용률이 무려 26%나 더 높았다고 한다. '환경보호라는 대의'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가 손님들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본다. 아니면 적어도 자신만큼은 충분히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뇌를 덜 힘들게 하면서 괜찮은 판단을 내리는 쪽으로 인간은 진화해 왔고, 여전히 그런 도구를 활용하며 생활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는 현대인으로써는 오히려 그런 도구가 더더욱 필요할 것이다. 사람이 북적대는 식당이 맛있는 식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피곤하지도 않고, 결과도 대체로 좋지 않은가. 따라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할 때, 사람의 이런 면을 참작하여 내용을 구성하고 표현을 결정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내용에 기반하여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에 도움이 될만한 팁을 가볍게 나열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활용한 심리학적 측면은 주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참고하였음을 먼저 밝힌다.


나를 경계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상태는 어쩌면 '경계심'일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늘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야생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곧잘 정글로 표현되고는 하는 현대 문명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무언가를 늘 경계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어떤 사람에게 대화를 시도할 때, 평소에 충분히 신뢰를 쌓아둔 관계아니라면, 상대방이 나에게 경계하는 마음을 먼저 갖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계심은 분명 말하는 사람이 목적을 이루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혹은 전달하는 와중에라도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해법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먼저 상대방을 칭찬하고,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업무적으로 필요한 게 있어서 동료에게 메일을 쓴다고 생각해 보자. 나에게는 필요한 것을 요구할 당당한 권리가 있다. 무례하지 않게, 내가 필요한 것을 간결히 정리하여 메일을 전달한다. 아마, 상대방은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이므로 내가 필요한 것을 회신해 줄 것이다. 하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내가 원하는 것을 얘기하기 전에, 상대방이 우리 프로젝트의 성공에 기여하는 부분을 한번 더 얘기해주고, 상대방의 협조에 감사하고 있다는 얘기로 글을 시작하는 것이다. 어쩌면 상대방은 내가 필요한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나에게 돌려줄지 모른다. 아니면 당장에는 알 수 없지만, 그 사람 마음속에 나에 대한 우호적인 마음이 싹을 틔우고 있을 수도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또 한 가지는 공통점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우편을 통한 설문조사를 이용한 실험에서, 보내는 사람에 받는 사람의 이름과 비슷한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도 응답률이 치솟았다고 한다. 받는 사람 이름이 '신시아 존슨'이면 보내는 사람에 '신디 조핸슨'이라고 적는 식이다. 경계심의 반대쪽에는 나와 통하는 사람을 찾는 마음이 있다. 경계심이란 결국 안전을 추구하는 마음이고, 안전은 나와 비슷한 사람과 있을 때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를 하기 전에 나와 듣는 사람의 공통점을 언급하면, 상대방의 경계심을 어느 정도 무너뜨리고 시작할 수 있다. 이는 인간관계와 관련해 명저로 꼽히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도 여러 번 강조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려 할 때 상대방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설득의 확률이 올라간다고 한다. 상대방이 팔짱을 끼면 같이 팔짱을 끼고, 상대방이 몸을 앞으로 숙이면 같이 앞으로 숙이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행동을 따라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있으니, 그것은 상대방이 한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웨이터를 통한 실험에서, 손님이 주문을 한 후에 그냥 '알겠습니다'하고 테이블을 떠났을 때보다, 손님의 주문을 한번 반복하고 떠났을 때 팁을 70% 더 받았다고 한다. 비폭력 대화 같은 기법에서도 상대방의 말을 한번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권장했던 것 같은데,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해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대화 도중 상대방이 질문을 하거나 어떤 말을 하면 그 말을 한번 반복해 보라. 그러면 대화가 더 잘 풀릴 것이다.

칭찬으로 시작하고, 둘 간의 공통점을 언급하고,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면 반복해서 한번 말하면 되니, 이렇게 쉬운 걸 한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은가?


사람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민감하다.


당신이 이벤트에 당첨되었는데, 상금을 탈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무조건 1,000만 원을 받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2,000만 원을 가져가고 뒷면이 나오면 0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평균적으로는 1,000만 원을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선택은 대부분 첫 번째 방법에 편중된다고 한다. 얻을 수 있는 1,000만 원을 못 얻게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번째 방법에서 앞면이 나왔을 때 가져가는 돈을 2,500만 원으로 올려도 사람들은 첫 번째 방법을 더 많이 선택한다. 두 번째 방법의 기댓값이 더 높은데도 말이다.

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쓸모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것이 쓸모 있는 상황이 왔을 때 그 물건이 없을까 봐 걱정돼서이다. 계속 가지고 있었으면 누렸을 이익을 못 누리게 되는 '손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은 굉장히 강력해서, 많은 마케팅이 고객의 이러한 부분을 공략하고 있다. '저거 다 거짓말이다'라고 하면서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문구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끌린다. '지금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는 홈쇼핑 진행자의 말에 '지금 빨리 결정하지 못하면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따라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이익보다는 손실 위주로 전달하는 것이 말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회사의 이익을 더 늘릴 수 있다는 메시지보다 인공지능을 도입하지 않으면 경쟁자에게 시장 점유율을 뺏길 수 있다는 메시지가 더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어떤 위협처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능숙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이 집을 살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 아침에도 어떤 신혼부부가 이 집을 보고 갔습니다.'라고 말할 뿐이다.

비슷하면서 약간 다른 얘기가 하나 더 있는데, 사람은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에서 더 잘 배운다고 한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를 교육하는 상황이라면,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 사례를 꼭 수집해서 교육의 소재로 활용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네'를 말하게 하라.


사람은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많은 마음의 법칙들이 자연에서의 생존과 연결되는 것에 비해, 이 부분은 사회적 통념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대부분의 인간 사회에서 일관적이지 못한 모습은 부정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사람은 일관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이 과거에 한 말이나 행동의 정당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영업 사원들이 쓰는 전략 중 하나인 '문턱 전략'도 인간의 이러한 면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작은 허락을 받아내면 더 큰 허락을 받아내기 수월해지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그들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먼저 논의하지 말라. 동의하는 것에 대해서 말을 시작하고 계속 그것을 강조하라.'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한번 '아니오'라고 말하면 '네'를 이끌어 내는 데 장애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고 이끌어 가는 것이 말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밖에 비가 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지금 밖에 비가 오나요?' 같은 질문들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떻게든 '네'를 계속 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를 계속 말하게 하는 것이 얕은수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어있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상대방에게 '네'를 말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관심사를 알아야 하며,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대화를 풀어나가서는 상대방으로부터 '네'라는 대답을 보장받기 어렵다. 결국, '네'를 말하게 하는 것은 상대방을 현혹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공감해 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어떤 심리적 작용 덕분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진정성 덕분에 커뮤니케이션의 성공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볼 수도 있겠다.


만병 통치약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한다는 것이 꺼림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메시지이든 그 내용뿐만 아니라 형태와 방식으로도 듣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 영향력이 높은 형태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특히나 그 내용과 의도에 악의적인 것이 없다면 더더욱 쓰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심리학의 법칙은 모든 상황에서 유효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도 않는다. 다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내용들이다. 따라서, 본인의 상황에 따라서 사용 여부는 적절히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거나 중요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면, 이런 요소들을 한번 검토해 보는 것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할 가능성을 다소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어주자.

칭찬과 감사의 말로 시작하자.

둘 사이의 공통점을 이야기하자.

상대방의 말을 반복해서 이야기하자.

2. 이익보다는 손실 위주로 메시지를 전달하자.

사람은 손실에 더 민감하다.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의 교육 효과가 높다.

3. '네'를 대답하게 되는 질문을 던지자.

상대방의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보자.

상대방이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찾아보자.

상대방의 입장과 관심사에 주의를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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