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좌에 딱 타당한 대가를 꽂아주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왜 속물같이 사랑은 계좌라고 말하는가? 우선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남녀나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좁은 정의라기보다는 좋은 관계에 대한 인정의 표현이라고 정확하게 다시 정의해야 할 것 같다. 계좌도 돈이라는 한정적 개념이기보다는 어떤 노력의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교환 수단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더 쉽게 말하면 “내가 너의 사랑을 일억에 사겠어!” 이런 드라마 같은 상황이라기보다는 회사에서 대표가 직원들에게 “올 해 수고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의 성과금을 지급하는 것이 훨씬 더 올바른 사랑의 표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돈만 주는 것보다 얼마나 고마운지 적절한 표현까지 한다면 맛있는 메인요리에 심지어 맛있는 밑반찬까지 나오는 최고의 식당일 것이다. 왜 자꾸 내가 툭하면 사랑은 계좌 타령인지 내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나는 회사를 다니다가 우연한 기회에 단어장을 제작하기 위해 로크미디어라는 출판사와 계약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계약이 내 인생을 이렇게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었다. 일단 로크미디어는 당시 장르문학(로맨스, 판타지, 무협)에서는 업계 탑이었지만 논픽션에서는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는 아니었다. 나는 그래도 나를 알아봐주는 로크미디어가 고마웠고 기쁜 마음으로 계약을 했다. 그리고 사랑은 시작되었다. 보통 초보 작가는 10% 이하의 인세 계약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고영성 작가님과 함께 가장 높은 인세를 받는 작가일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인세를 받기보다는 우리가 마케팅을 직접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 사실 적절하지만 어떤 작가가 자신의 책을 더 팔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아무튼 로크미디어는 내가 인지도를 전혀 쌓기 전부터 과감하게 인세를 지급하였고, 그 사랑의 씨앗은 엄청난 결실을 맺고 있다.
나는 그럼 로크에 사랑에 어떻게 보답하였는가? 나 또한 계좌로 말했다. 이 악물고 독자와 소통해서 로크회사에 계좌에 매출을 따박따박 꽂아 주었고 또 20개 이상의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를 받았지만 나는 스스로 “저는 로크미디어 전속 작가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정중하게 출판을 거절했다. 그리고 내가 전세계에서 가장 통찰력있는 글을 쓴다는 고작가님을 로크미디어로 스카웃했다. (여기에는 엄청난 비화가 있다. 이건 나중에 오프라인 강연에서 얼마나 로크와 우리와의 신뢰가 높은지 ‘오프더레코드’로 한 번 강연할 예정이다.)
또 로크와의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왔기 때문에 당시 출판에 진짜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맨 처음에 대표님에게 내가 로크미디어 마케팅 팀에 취직하겠다고 하니까 대표님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하셨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나는 “유기적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대표님과 이사님에게 한 시간 가량 발표를 했고 거기서 감동을 받은 대표님과 이사님은 나에게 조건 없이 인생공부 설립을 위해 천만원을 투자해주셨고 이후에 추가로 이천만원을 관련 계약서 하나 쓰지 않고 추가로 투자를 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당시 투자를 확정하고 나오면서 이사님한테 “이사님! 저 책 백만권 팔고 싶습니다~” 라고 솔직히 막연한 꿈을 얘기했었고 이사님도 영혼 없이 “나도 꼭 팔고 싶어!”라고 대답했었다. 그리고 만 2년 반이 지난 지금 나는 내가 집필한 책과 기획한 책을 통틀어서 50만권이 조금 안되게 책을 팔았다. 그리고 앞으로 만 2년 안에 백만 권을 돌파할 예정이다. 이게 서로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인정)하고 표현(계좌)을 제대로 했을 때 발생하는 기적 같은 결과이다.
나는 지금 3개 회사의 의사결정권자이다. 내가 사랑은 계좌로 말한다고 하는 것은 우리 회사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 회사는 소위 말하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스타트업이다. 아직은 절대적 액수로는 충분한 돈을 지급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마 앞으로 2년 정도 안에는 업무 성과를 인정받는 피디분들은 내가 계획했던 거처럼 카카오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연차보다는 돈을 더 많이 받을 것 같다. 업무 환경은 뭐 이미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우리가 자유롭다. 여기서 또 다른 관점으로 계좌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당장 돈을 많이 주고 싶었지만 우리 회사가 매출이 그만큼 되지 않고 투자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투잡을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회사에서 몇몇 분들은 실제로 부업을 하고 있다. 나는 주어진 업무만 잘 소화해낸다면 피디 분들이나 개발자분들이 투잡을 하던 쓰리잡을 하던 1도 상관하지 않는다. 정말 사랑을 한다면 이렇게 계좌를 깔끔하게 인정을 해줘야 한다. 말로만 사랑한다고 해놓고 일 다하고 다른 일 한다니까 “너 회사생활 널럴한가보다!” 이따구 말이나 하고 있으면 그것은 위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그런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내 의견이 모든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상황은 그것에 맞는 맥락이 있기 때문에 “사랑은 계좌다!”라는 나의 지론이 통하지 않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사람들에게 특히 리더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진짜 사랑한다면 계좌로 편지를 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