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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Feb 15. 2017

바나나의 멸종

카벤디쉬 (Cavendish)? 


꼭 미국 몇 번째 대통령일 것 같은 이 이름은 우리가 매일같이 먹는 바나나의 품종명이다. 다른 바나나 종을 먹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오산이다. 현재 식용으로 재배되는 바나나의 95%는 카벤디쉬 품종이다. 카벤디쉬 품종은 사실 영양과 맛 면에서는 좋은 바나나는 아니지만, 껍질이 다른 바나나에 비해 단단해서 수송에 용이하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단 하나의 바나나라는 왕좌에 오르게 되었다. 수차례의 개량으로 맛과 영양도 크게 향상되어서 이제는 모두가 즐겨먹는 바나나로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였다. 바나나 마름병이 창궐하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바나나가 곰팡이에 전염되어 죽어가고 있다. 실제로 1950년 전에는 그로스 미셸(Gros Michael)이라는 품종이 대표 품종이었으나, 파나마에 창궐한 바나나 마름병 때문에 실질적으로 모든 농장이 그로스 미셸을 경작을 포기하였다. 그로스 미셸의 바나나 왕좌를 넘겨받은 것이 바로 카벤디쉬였으나 기존의 바나나의 제왕이 걸어갔던 몰락의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바나나 한 번 안 먹는 게 그리 대수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바나나는 밀,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식용작물이다. 나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바나나는 일 년에 평균 일인당 130개 정도가 소비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단순한 기호식품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중요한 식량이기도 한 것이다. 


이 엄청난 문제가 왜 초래되었을까? 바로 다양성의 부재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된 것처럼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95% 이상의 바나나가 카벤디쉬 단일 종으로 재배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우리는 당장 바나나가 주 식량원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이런 큰 인적 재앙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재앙일 것이다. 고압적인 관료주의가 만연한 대한민국에서는 다양성을 꽃 피우기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그냥 방치하고 방관하면 세상마름병을 초래하는 사회적 곰팡이가 우리 사회를 순식간에 멸종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다양성은 꼭 존중받아야 한다. 다름을 무의식적으로 틀림으로 간주하는 것이 대재앙에 씨앗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아주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끝까지 고수하고 싶어 한다. 그럴수록 바나나 한입 베어 물어 먹으면서 바나나의 과거와 미래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 다양성이 당연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는 한순간에 멸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주 철저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출처: 신박사가 쓴 <졸업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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