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표현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우주만큼 복잡해서 우리는 극히 그것의 일부분만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우리는 아직 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발달하면서 뇌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뇌를 제대로 이해하면 훨씬 쾌적한 인생을 살수 있다. 그런 복잡하면서 동시에 너무 중요한 뇌에 관하여 최신 연구를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과학자가 있다. 주인공인 <운명의 과학>을 쓴 한나 크리츨로우 박사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뇌과학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이번 책이 가장 특별했다.(실제로 너무 유용한 정보가 많아서 3번 읽었다.) 그 이유는 크리츨로우 박사의 스탠스는 다른 뇌과학 혹은 신경과학자보다 훨씬 보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뇌과학을 이야기할 때는 무한한 잠재력과 장밋빛 미래에 대해서 열변을 토한다. 하지만 크리츨로우 박사는 달랐다. 냉정하게 유전적 한계를 인지하고, 엄밀한 팩트 중심으로 뇌과학 이야기를 풀어갔다.
<운명의 과학>의 구성은 매우 탄탄하다. 아래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뇌를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정말 마음에 들었던 점은 크리츨로우 박사 자신도 캠브리지/옥스포드에서 연구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이지만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정말 많은 분야의 전문가를 직접 인터뷰했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던바의 수(150)”의 던바 교수도 인터뷰를 했다.
최신 뇌과학에 대한 지식을 삶에 적용하면 당장 많은 부분에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아래에 언급된 시선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이다. 저자는 유아기 뇌 발달 연구에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인 캠브리지 대학교의 빅토리아 교수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빅토리아 교수는 아이를 양육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아이컨택이라고 강조했다. 똑같이 교육을 받아도 부모 혹은 교사가 아이와 아이컨택을 했을 때 그 효과는 훨씬 컸다. 더욱 놀라운 점은 시선을 맞추면 성인들이 교육을 받거나 팀활동을 할 때도 상당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크리츨로우 교수는 신경과학자이다. 그래서 유전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생각보다 바꾸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도 올바른 전략이 있으면 생각보다 많이 나아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특히 20년 동안 노인들의 인지능력, 건강 상태, 행복도 등을 20년 간격으로 설문조사 했을 때 지금의 노인들은 20년 전 노인보다 모든 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답했다. 유전적으로 바뀐 것이 없는 상태에서 노인들의 인생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는 것은 후천적인 환경적 요소가 매우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었던 부분 중에 하나는 아래 나오는 가면 그림이다. 두 개의 그림은 사실 똑같은 가면이고 왼쪽 그림은 가면의 오목한 면이 앞으로 나오도록 뒤집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가면 모두 볼록한 모양으로 보인다. 아무리 자세히 봐도 볼록하게 보인다. 그 이유는 뇌가 그렇게 신호를 패턴으로 만들어서 해석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오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현병(정신병) 환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조현병 환자들은 신호를 필터링 할 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까지 보게 되어서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사회적 뇌 부분에서는 그 유명한 던바 교수가 나와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해준다. (정말 많은 내용이 나오니 책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 중에서 하나만 언급하면 아래 나온 것처럼 심장마비 이후 회복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먹는 것도 운동도 아닌 바로 인간관계다. 우리는 진사회성 동물이기 때문에 DNA에 함께 생활하는 것이 기본 값으로 입력되어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피상적 인간관계가 보편화 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이해가 낮으면 자신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건강에 많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운명의 과학>은 정말 알찬 정보로 꽉 차있고, 심지어 철학적인 부분도 있다. 잘 읽으면 당장 자신과 가족에게 적용해볼 수 있는 조언들이 너무 많고, 조금만 사고를 확장하면 비즈니스에도 많은 부분을 적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2번 읽었는데 확실히 두 번째 읽을 때 더 많은 부분이 들어왔다.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니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