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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May 11. 2020

오지랖병

나는 더듬이가 많은 괴물이다. 그래서 주변 일을 보면 넘어가지 못한다. 당사자들은 괜찮다고 해도 내가 더 나서서 참견할 때도 있다. (내가 볼 때 너무 명백히 괜찮지 않은 상황일 때만 그렇다.) 그냥 공감만 해도 사실 피곤한데 액션까지 취하니 병이 생겼다.


가끔 아니 사실 자주 눈물이 흐른다. 정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신병자로 보일만큼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서 눈물이 흐른다. 내 가슴이 가장 자주 뭔가 뭉클할 때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볼 때이다. 특히 아이들은 너무 해맑게 놀고 있는데 부모의 어깨가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볼때면 뭔지 모르게 슬퍼진다.


최근 우리 동네 상가에서 분수를 다시 작동했다. 그 분수는 바닥에서 나오는 분수라서 종종 아이들이 분수에서 놀고는 한다. 분수 옆을 지나가는데 아이 둘이 너무 신나게 놀고 있고 엄마는 초점도 없이 멍을 때리고 있다. 그냥 사실 아무 장면도 아닌데 갑자기 눈물이 쪼금 흐르더라.


아이는 축복이다. 우리도 ㄹㅎ 누군가에게 축복이었다. 그래도 양육은 힘들다. 통제가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지만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축복인 것을 알지만 해당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자주 든다. 내가 눈물이 나는 이유는 너무 강력한 믿음과 그리고 본질 때문일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는 사실 세상 전부이다. 내가 무조건 믿을 수 있는 사람. 내 고통을 덜어줄 사람. 세상을 다 알 것 같은 사람. 하지만 본질은 부모도 너무 세상이 무섭고 힘들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설명이 될수도 없고 심지어 할수도 없다. 그게 너무 슬프다.


그러면 여기서 해결책은 2가지 일 것이다. 첫번째는 그런 부모들을 공감해주는 것이다. 두번째는 그런 부모를 조금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둘 중에 우열은 없다. 둘 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더 힘든 것은 후자이다. 그래서 나는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가끔 찔끔찔끔 눈물을 흘리면서.


#오지랖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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