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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Jun 07. 2020

처음으로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의 폰은 다 비슷할 것 같다. 별 것도 아닌 아이의 일상 사진으로 꽉 차 있을 것이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그 사진은 더욱 많을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일상이 아니다. 삶 자체가 특별함이다.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의사소통을 언어적으로 완벽하게 못하는 시기는 기대 수명이 80이라고 하면 10% 정도이다. 그 순간은 어떤 순간보다 특별하다.


이번에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를 읽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유명 유튜버의 아이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에 그 아이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나도 울었다. 그리고 아이를 학대하여 죽인 어느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심장 박동이 쉽게 진정이 안될 정도로 분노하기도 했다. 두 아이 모두 나랑 일면식도 없었지만 확실히 내가 유튜브로 접할 수 있었던 애기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조금 더 연결된 추모를 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두 아이 모두 편안하게 쉬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우리는 결국 모두 죽는다. 그것만큼 자명한 사실이 없는데 또 그것만큼 우리가 잊고 사는 사실도 없다.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를 읽고 바로 떠오른 생각은 부모님이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뒤적거렸는데 부모님과의 사진은 거의 없었다. 동영상은 한 개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 부모님 집에 갔을 때 몰래 동영상 촬영을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다시 그 영상을 보는데 아무것도 아닌 그냥 일상 대화인데 눈물이 미친듯이 쏟아졌다. 그리고 후회가 밀려왔다. 부모님이랑 함께 있는 순간 좀 더 남겨 놓을 걸....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는 기회가 되면 내 아이 사진 영상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의 영상을 더욱 기록으로 남길 생각이다. 언젠가 생물학적으로 부모님은 세상을 떠나시겠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영원하실 것이다. 결국 부모님이 우리를 진정으로 떠나는 순간은 내 기억이 소멸되는 순간일 것이다. 사람마다 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시간이 나면 꼭 부모님의 영상을 찍어보기를 바란다. 작은 기록이 큰 기억이 되는 경험이 될수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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