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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Aug 08. 2020

심리학책은 언제나 재밌다.

심리를 알면 사람이 보이고 세상이 보인다. 그래서 언제나 심리학책을 읽으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언제 읽은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유명 심리학책에서 배운 '상호성의 법칙'은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테크 심리학>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은 기술 발전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살펴보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아래 목차에서 볼수 있듯이 책에서는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보편적 감정들인 허영심, 고독, 지루함, 집중, 경외, 분노 같은 감정에 대해서 심도있게 파고든다.

이 책을 읽고 정말 크게 깨달은 점은 내가 절대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개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첫 장에 나오는 허영심(vanity)만 봐도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개념은 점점 다른 뜻으로 다시 태어난다.


19세기 이전에는 허영심은 죄악 그 자체였다. 예일대 총장이었던 티모시 드와이트는 허영심을 탐욕, 야망, 바탕, 호색 등과 같은 악의 온상이 되는 총체적 죄악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다가 놀랍게도 편지라는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자신에 대한 허영심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공개적으로 자신에 대한 감정을 쏟아내는 것은 어려웠지만 편지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었기 떄문에 사람들은 편지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허영심의 사전적 정의를 한 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Vanity: If you refer to someone's vanity, you are critical of them because they take great pride in their appearance or abilities.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허영심(vanity)이 넘친다고 표현하면 영어에서는 자신의 외모나 능력에 엄청난 자긍심을 갖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사진이라는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연히 사람들의 허영심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1879년 한 신문에서는 "사람들에게 허영심이 없다면 뉴욕의 사진사들은 전부 가난뱅이가 되고 말 것이다."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고 한다.


거울 또한 지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거울이 상용화가 되어 보편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더욱 외모에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티모시 드와이트가 총체적 죄악으로 규명했던 허영심이 점점 긍정적 스펙트럼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세기에 지갑에 들어가는 거울 이름은 '베티니 미러(vanitiy mirror)'로 불리게 되었다. 20세기부터는 허영심과 자기애, 자기몰두는 전혀 인생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유익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으로 스며들 때 마다 감정에 대한 정의는 환경에 의하여 새롭게 정의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SNS라는 엄청난 기술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관련 얘기는 <테크 심리학>에서 계속 흥미롭게 전개 된다.


심리가 테크+역사를 만나니까 완전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내가 알고 있는 그리고 믿고 있는 개념들이 언젠가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뀔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은 챕터는 마지막 분노에 관한 내용인데 분노도 예전과 다르게 새로운 형태로 바뀌고 있으면 특히 중간에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우리의 분노에 영향을 준 부분이 매우 인상 깊었다. 정말 흥미로운 책이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책이 두껍지만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술술 읽을 수 있다. 참고로 이 책은 레퍼런스만 100쪽이 넘는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자료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쓰여진 책들은 집필해준 작가님들에게 그냥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읽은 사람이 무조건 승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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