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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Sep 22. 2020

살기 위해 뛴다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내 경우는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 사실 절대값 측면에서는 똑같지만 맥락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나도 여유가 생기면 능동적으로 건강 증진을 위해서 운동을 하겠지만 안타깝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최근에 일을 하다가 이거 지금 뭔가 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체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서적 압박감도 컸기 때문에 정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스위치가 꺼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먼저 아내에게 말하고 다음 같이 일하는 고작가님에게 연락을 해서 지금 뛰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서 일을 멈추고 뛰로 간다고 말했다.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밥만 먹고 일하고 고민하다보니 1년이 어떻게 지난지 기억의 재구성이 힘들 정도이다. 다행이 난 작년 가을에 열심히 뛴 "경험"이 있었다. 벨라 마키의 작가의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를 읽고 인생에서 최고로 열심히 뛰었던 기억과 기록이 있다. 나는 달리기를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때 이 책을 읽고 감동받은 것이 너무 커서 정말 미친듯이 뛰었고, 당시에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3km를 완주했었다.



그런데 다시 제대로 뛰려고 하니 바로 숨이 찼다. 그리고 몸이 여기저기가 욱씬거렸다. 진짜 몸이 썩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은 200~300m만 뛰고 걸었다. 몸에 좋은 긍정적인 스트레스를 늘리기 위해 그냥 걷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건강해지려고 뛰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뛰기로 결심했다. <시작하기엔 너무 늦이 않았을까?>를 읽고 나면 내 생각에 정말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도 30초는 뛰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에 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는 책이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뛸 수 있는 최대한은 뛰고 나머지 3km는 걸었다.

그러다가 어제 신박사tv에서 말한 것처럼 걷다가 체력이 차면 다시 10m라도 뛰고 체력이 더 남았으면 숨이 차지 않으면 100m도 뛰고 그랬다. 그러니까 갑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지기 시작했다. 딱히 기록에도 집착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 몸에 좋은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뛰니까 확실히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2주 정도를 꾸준히 하니까 확실히 몸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점점 더 좋아져서 어제는 2km는 6km/분의 페이스롤 꾸준히 뛰고 나머지는 체력이 안되서 뛰다 걷다를 반복하니 결과적으로 3km를 20분 안에 완주하였다.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게 뭐가 대수라고 말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엄청난 기록이다. 그리고 조금만 뛰면 5km/분의 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니 가시적인 외적 동기도 생겼다.


이렇게 뛰었다고 인생이 막 극적으로 180도 바뀌고 그러지는 않는다. 내 건강은 워낙 고강도(?)로 오랫동안 망가져왔기 때문에 절대 단기간에 회복될 수 없다. 그리고 내 일하는 상황이 운동에 쉽게 시간을 많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특히 정서적인 부분에서) 하지만 나는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뛰기 시작했고 확실히 나쁜 느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미약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누군가에게 여러분도 뛰라고 힘들면 살기 위해서 뛰고, 뛰어서 뭔가를 느껴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지금도 미팅에 가야되어서 자판에 불이날 정도로 빠르게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오늘 저녁에도 살기 위해서 뛸 것이다. (문제는 이러다가 조금 괜찮아지면 뛰지 않는다는 것이다.....이 망할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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