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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이트리 Oct 05. 2024

호주의 딥테크 육성사

딥테크네이션: 글로벌 첨단기술 발전사 (17편)

호주의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통적인 자원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새로운 산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호주는 자원 기반 경제의 특징을 유지하며 광업, 에너지, 농업, 그리고 천연 자원 개발에 집중해 왔으나, 21세기 들어 경제 구조의 다변화와 기술 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로보틱스, 재생에너지, 양자컴퓨팅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풍부한 인재 풀, 강력한 기초 연구 역량, 그리고 정부와 민간 부문 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딥테크 혁신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 혁신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1950-1990년대: 자원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와 과학 연구의 기초


호주의 딥테크 역사에서 초기 단계는 자원 기반 경제 구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50년대 이후, 호주는 광물 자원, 에너지, 농업, 그리고 천연 자원 개발을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왔으며, 이를 통해 강력한 경제적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이 시기 호주는 전통적인 자원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주로 철광석,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광물 자원의 개발과 농업 생산을 통해 국가 경제를 성장시켰습니다. 호주의 경제 구조는 자원 수출에 크게 의존했고, 이는 호주가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자원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기술 혁신보다는 대규모 자원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호주는 기초 과학 연구와 기술 혁신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1949년에 설립된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는 호주의 기초 과학 연구와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물리학, 화학, 생물학, 그리고 농업 기술에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CSIRO는 1950년대와 1960년대 동안 호주의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환경 관리와 자원 개발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며 호주 과학 연구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이 시기 CSIRO는 주로 농업, 수자원 관리, 광물 자원 탐사, 그리고 환경 보호에 중점을 두었지만, 기술 상업화와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1970-1980년대에 호주는 기초 과학 연구를 확대하며, 물리학, 생명과학, 그리고 항공우주 기술에서 중요한 연구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이 시기 호주는 호주 국립대학교(ANU,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그리고 멜버른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와 같은 세계적인 대학들을 중심으로 물리학, 컴퓨터 과학, 그리고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까지도 호주의 기술 혁신은 대부분 학문적 성과에 그쳤고, 상업화와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경제 구조의 변화와 기술 혁신 모델의 도입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호주는 자원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 개혁을 단행하고, 기술 혁신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삼기 위한 전략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호주 정부는 국가 과학기술 전략(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Strategy)을 발표하고, 기술 창업과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이 전략은 기초 과학 연구 성과의 상업화와 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기술 스타트업 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2001년에 발표된 백서 ‘Back to the Future’는 호주가 전통적인 자원 산업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의 혁신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호주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연구 성과를 상업화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 센터와 창업 인큐베이터를 구축했으며, 기초 과학 연구에서 상업적 성공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호주는 이 시기에 창업 비자(Start-up Visa)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기술 창업가와 혁신 인재들이 호주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인재들이 호주로 유입될 수 있는 중요한 촉진제가 되었고, 호주가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호주의 기술 창업 생태계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으며, 독립적인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습니다.


2010년대: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본격적인 발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호주는 본격적인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글로벌 벤처 캐피탈(VC)의 투자 증가, 정부의 강력한 기술 혁신 장려 정책, 그리고 호주 내 혁신 허브와 기술 클러스터의 형성이 결합된 결과였습니다. 2012년, 호주는 ‘호주 혁신 전략(Australian Innovation Strategy)’을 발표하고, 기술 창업과 혁신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이 전략은 호주 전역에 기술 혁신 허브와 인큐베이터를 구축하고, 초기 단계의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하여 호주의 기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호주의 주요 도시들(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애들레이드 등)은 기술 창업의 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시드니는 핀테크(FinTech)와 AI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멜버른은 바이오테크와 의료 기술(HealthTech)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자리잡았으며, 브리즈번과 애들레이드는 로보틱스와 재생에너지 기술에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 시기 등장한 대표적인 딥테크 스타트업으로는 CSIRO Data61, Quantum Brilliance, ResApp Health, 그리고 FluoroSat이 있습니다.


CSIRO Data61은 2016년에 설립된 AI 및 데이터 분석 전문 연구 기관으로, 호주 전역의 대학 및 산업체와 협력하여 다양한 산업의 데이터 분석과 AI 연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은 AI 기반의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과학 연구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이루며, 호주의 AI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Quantum Brilliance는 2017년에 설립된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으로, 독창적인 양자컴퓨팅 하드웨어와 양자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호주가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특히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산업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ResApp Health는 2014년에 설립된 헬스테크 스타트업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호흡기 질환 진단 기술을 개발하여, 비접촉식 진단 기술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ResApp Health의 기술은 전통적인 의료 진단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FluoroSat은 2016년에 설립된 농업 기술 스타트업으로,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여 농업 생산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디지털 농업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FluoroSat의 기술은 농작물 생육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농업 관리 방안을 제공하여, 호주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 글로벌 시장 진출과 첨단 기술 분야의 다변화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호주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더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독창적인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호주는 AI, 양자컴퓨팅, 바이오테크, 재생 에너지, 그리고 스마트 농업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민간 부문의 투자 확대가 결합되어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 정부는 ‘디지털 경제 전략 2030(Digital Economy Strategy 2030)’을 발표하여, 디지털 기술을 국가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첨단 기술의 상업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AI와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는 Canva와 Hyper Anna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Canva는 시각 디자인을 위한 AI 기반의 플랫폼을 제공하여, 글로벌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호주의 대표적인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Hyper Anna는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여, 기업들이 비즈니스 데이터를 활용하여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Silicon Quantum Computing(SQC)과 Quantum Brilliance가 대표적입니다. SQC는 2017년에 설립되어 실리콘 기반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호주가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딥테크 혁신 허브로 성장


호주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제 초기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AI, 양자컴퓨팅, 바이오테크, 재생 에너지, 스마트 농업, 그리고 헬스테크와 같은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혁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세계적인 연구기관의 존재, 그리고 민간 부문의 활발한 투자는 호주가 앞으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딥테크 혁신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향후 호주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도 호주는 새로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새로운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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