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우위는 보유가 아니라 활용과 재구성에서 나온다
기업은 흔히 자산을 많이 가진 조직이 강하다고 믿습니다. 특허 건수, 공장과 설비, 현금성 자산, 우수 인재의 숫자 같은 지표가 풍부할수록 경쟁력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승패를 가르는 요인은 단순한 보유량이 아니라 그 자산을 어떻게 조합하고, 언제 버리며, 무엇으로 대체하고, 어떤 속도로 방향을 틀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자원기반관점은 기업마다 서로 다른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자원이 모방되기 어렵다면 경쟁우위를 만든다고 설명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기술환경에서는 정태적인 보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원을 지속적으로 감지하고, 붙잡고, 재편하는 동태적 역량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장기적 우위가 유지됩니다.
자원기반관점의 핵심은 자원의 이질성과 이동의 제한성입니다. 같은 업종이라도 기업마다 축적된 노하우, 데이터, 공급망 관계, 브랜드 신뢰도는 서로 다르며 쉽게 이전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희소성, 모방의 어려움, 대체 불가능성 같은 특성이 더해지면 경쟁력의 원천이 됩니다. 하지만 이 논리는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오늘의 희소한 자원이 내일도 희소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점입니다. 기술 표준이 바뀌거나 규제가 도입되거나 고객 행동이 이동하면, 어제의 강점은 순식간에 굴레가 되기 쉽습니다. 자원을 보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 변화를 읽는 감지 능력, 기회를 포착하는 실행 능력, 그리고 자산 구성을 바꾸는 재편 능력입니다.
동태적 역량은 바로 이 세 가지를 체계화한 개념입니다. 첫째, 감지는 시장·기술·정책의 변곡점을 빨리 알아채는 일입니다. 탐색적 R&D, 고객 데이터의 미세 신호, 표준화 논의의 분위기, 공급망의 리스크 지도를 통해 미묘한 변화를 포착해야 합니다. 둘째, 포착은 감지한 기회를 사업으로 실체화하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입니다. 어떤 인수합병을 추진할지, 어떤 파트너와 동맹을 맺을지, 어떤 기술을 내재화하거나 라이선스로 들여올지, 가격과 유통에서 어떤 실험을 할지와 같은 결정을 빨리 내리고 자원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셋째, 재편은 기존의 자산 풀을 과감히 재배열하는 일입니다. 중복 기능을 합치고, 낡은 설비를 정리하고, 핵심 인력을 새 사업으로 이동시키며,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를 함께 고쳐야 합니다. 이 세 과정은 연속적이며 상호보완적으로 굴러갈 때 힘을 발합니다.
사례로 보면 맥락이 분명해집니다. 넷플릭스는 DVD 우편 대여라는 안정적 현금을 과감히 포기하고 스트리밍으로 이동했을 뿐 아니라, 다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글로벌 배급으로 자원을 재배치했습니다. 감지에서 포착까지의 의사결정 속도가 빨랐고, 물리적 자산보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창작 네트워크로 자원을 갈아 끼웠다는 점에서 동태적 역량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애플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자체를 넘어 칩 설계, 운영체제, 앱스토어, 결제, 보안이라는 복합 자산을 긴밀하게 엮어 지속적으로 재구성하며, 기기간 연동 경험을 강화해 경쟁자를 따돌렸습니다. 단일 자산의 우위가 아니라 이질적 자산의 조합과 재편이 핵심입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최첨단 공정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객 설계팀과의 공정 공동최적화, 설계 자동화 툴과 IP 생태계, 장비업체와의 학습 루프를 얼마나 촘촘히 연결하느냐가 공정 세대 전환의 속도를 좌우합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전제로 한 전자전기 아키텍처의 재설계, 배터리 체인 파트너십, 주행 데이터 축적과 학습 인프라가 결합되면서 전통적인 조립 역량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모두가 자산을 새롭게 묶고 푸는 능력의 경쟁입니다.
동태적 역량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자산 오케스트레이션이 필요합니다. 자산을 구조화하고, 묶고, 레버리지하는 세 단계의 일을 반복해야 합니다. 구조화는 필요한 자산을 식별해 확보하는 일이며, 내부 개발과 외부 획득의 경계를 전략적으로 설계합니다. 묶기는 이질적 자산을 하나의 가치 제안으로 엮는 과정으로, 모듈화와 인터페이스 설계, 지식의 표준화가 핵심입니다. 레버리지는 이미 엮인 자산을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거나, 비용구조를 낮추거나, 속도를 높이는 활동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가 분리된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하나의 루프를 형성하도록 경영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 빠지는 함정은 성공의 덫과 모방의 덫입니다. 특정 사업 모델이 높은 수익을 내면 그 모델에 맞춘 프로세스와 문화가 굳어져 변화 신호를 외면하게 됩니다. 반대로 선도자의 모범 사례를 표면적으로 흉내 내면, 정작 그 사례를 가능하게 한 보이지 않는 보완적 자산과 루틴은 복제하지 못한 채 비용만 늘어납니다. 동태적 역량은 베스트 프랙티스를 베껴오는 능력이 아니라, 자사 맥락에서 새로운 루틴을 발명하고 폐기하는 메타 능력입니다. 그래서 조직의 인사·보상·지배구조 같은 거버넌스가 중요합니다. 실패를 용인하는 포트폴리오 보상, 경계 넘는 순환보직과 태스크포스 운영, 임원의 자원 배분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가 역량을 뒷받침합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무형자산의 비중이 커지며 동태적 역량의 무대가 넓어졌습니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가치가 아니라 파이프라인과 거버넌스를 통해 제품과 의사결정으로 전환될 때 의미가 생깁니다. 수집에서 정제, 피처 엔지니어링, 모델 개발과 배포, 모니터링과 재학습으로 이어지는 전체 수명주기를 운영하는 능력은 더 이상 IT 부서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법규 준수와 프라이버시, 보안 설계와 윤리 기준까지 통합한 체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체계가 자리 잡으면 신사업 간에 데이터와 모델을 재사용하고, 외부 파트너와 안전하게 교환하며, 성능 저하를 감지해 신속히 모델을 교체하는 역량이 생깁니다. 이는 전형적인 감지–포착–재편의 순환입니다.
특허 전략 또한 보유에서 활용으로 관점이 이동합니다. 많은 특허를 쌓아 올리는 것보다, 핵심 특허를 중심으로 보완적 자산과 연결해 라이선스, 합작, 표준 특허 전략을 설계하는 편이 더 강력한 방어선을 만듭니다. 특허는 실험의 부산물이자 옵션으로서 의미가 있으며, 사업 가능성이 확인되면 권리화를 강화하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히 정리해 포트폴리오를 가볍게 유지해야 합니다. 대학과 스타트업과의 협력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술의 원천보다 내부 흡수역량과 통합 계획이 성패를 결정합니다.
성과 관리는 무엇을 지표로 삼느냐에서 갈립니다. 동태적 역량은 전통적 생산성 지표만으로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선행 지표가 필요합니다. 신제품 매출 비중에서 3년 미만 제품의 비중, 실험의 주기와 종료 속도, 엔지니어링 배포 빈도, 기능 간 프로젝트의 비율, 전략 프로젝트에 재배치된 핵심 인력의 규모와 회전율, 인수 후 통합 완료까지의 리드타임, 외부 파트너십의 공동 특허·공동 논문 산출 같은 지표가 역량의 온도를 보여줍니다. 숫자는 조직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므로, 무엇을 측정할지 정하는 일 자체가 역량 설계의 일부입니다.
현장에서 실행하려면 몇 가지 원칙이 유용합니다. 첫째, 경영진 회의체에 감지–포착–재편 안건을 고정 아젠다로 올려 탐색과 활용의 균형을 매월 점검합니다. 둘째, 전략실이나 CTO 조직에 자산 지도를 상시로 업데이트하게 하고 사업부 간 중복 자산을 통합합니다. 셋째, 연간 예산 외에 옵션 풀을 별도로 두어 신호가 보이는 기회에 즉시 재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넷째, 핵심 인력의 순환을 제도화하여 사일로를 깨고 지식의 재조합을 촉진합니다. 다섯째, 외부와의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해 파트너 추가에 드는 조정 비용을 줄입니다. 이 모든 조치의 목적은 변화의 마찰을 낮추고 재편의 속도를 높이는 데 있습니다.
국가와 지역의 산업정책 차원에서도 동태적 역량은 의미가 큽니다. 특정 기업의 성과를 넘어 산업 생태계가 기술 변곡점에서 함께 방향을 틀 수 있어야 합니다. 표준화 협력, 시험인증 인프라, 인력 재교육, 데이터 공유 프레임워크는 개별 기업의 감지–포착–재편을 가속하는 공공재입니다. 공공의 투자와 규제 설계가 시장의 실험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안전과 신뢰를 보장할 때, 민간의 자산 오케스트레이션은 더 빠르게 작동합니다.
경쟁우위는 재고량이 아니라 전환 속도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보다, 언제 무엇을 버리고 어디에다 새로 묶을지 결단하는 능력이 기업의 운명을 가릅니다. 기술의 수명주기가 짧아질수록, 시장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규제가 자주 변할수록 이 능력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지금 손에 쥔 자산을 다시 바라보고, 새로운 조합을 상상하고, 작은 실험으로 증거를 만들고, 성공과 실패에 따라 과감히 자원을 재배치하는 일. 이것이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자원을 움직이는 능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