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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이트리 Mar 28. 2023

선거제도 개편 함수 풀이: 매년 반복되는 도돌이표인가?

국회의원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

국회가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를 30일 시작합니다. 전원위는 국회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 모여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2주 동안 5차례 모여서 난상 토론을 펼치게 됩니다. 국회는 여기서 의견을 모은 뒤 1년 뒤 4월 총선부터 적용될 새 선거제도를 정하게 됩니다.

논의의 기본 틀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결의안으로 3개 방안으로 좁혀졌습니다.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가 결합한 방안 ▲소선거구제에 권역별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합한 방안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에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더하는 방안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거제도는 무엇인가요? 선거제도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요?
이번 글을 통해서는 매년 반복되는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선거구제 개편과 선거구 구획 방식에 대한 게임의 룰을 정해야 합니다. 과연 어떤 대안이 슬기로운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이미 지방선거 기초의원선거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하고 있고, 한 정당에서 여러명의 후보자가 등장할 때 생길 수 있는 기호효과로 인한 선거결과 왜곡에 대한 우려는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하여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기초의원선거 결과에 대한 리뷰를 통해 다시금 돌아보고자 합니다.

2022년 12월 30일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현행 소선거구제로 인해 선거가 과열되어 좌우 간 진영 양극화 문제 및 사회 균열의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조선일보, 2023). 이후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중대선거구제가 우리나라 선거 제도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역구도 타파 등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선거제도 도입의 논의가 대두될 때마다, 언론과 학계할 것 없이 기존의 선거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외국의 선거제도 사례(매일경제 2023; 서울신문 2023) 혹은 도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선거제도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선거지형의 변화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해보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져 왔습니다(김종갑·신두철 2014; 시사저널 2019; 신명순 2000; 한겨레 2021; 홍주은 외 2021). 하지만 한국에서 하나의 선거구에서 둘 이상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가장 최근인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총 5회 동안 기초의회 의원선거에서 한 선거구에서 2~5인에 이르는 의원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본 연구는 선거 수준(tier)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약 16년에 걸친 기초의회 의원선거에 대한 분석이 국회의원 선거에 중선거구제가 도입되었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기대효과와 잠재적 문제점 등을 살펴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번 분석은 2006년과 2022년 사이의 기초의원선거를 통해 선거구의 크기가 한국정치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지역주의와 거대 양당 편향성을 완화시킬 수 있는지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분석 결과는 다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중선거구제는 지역구도 타파에 기여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전통적인 지역 기반의 거대양당 구도를 강화시켰습니다. 둘째, 기호효과와 순서효과는 어떠해서 중선거구제 도입 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편 등에 관해서 다른 국가의 제도를 바탕으로 기존의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연구 등이 주로 이루어져왔습니다. 하지만 선거제도 이전에 정치지형에 있어서의 상이성으로 인해, 제도적 개제만을 변화시킨다고 해서 함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중선거구제를 지속해 온 선거단위가 지방선거의 기초의회 의원 선거이고, 선거 수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선거구제 등을 도입했을 경우에, 기존 기초의원 선거의 결과들로부터 타산지석으로 어떤 함의가 있을지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기초의원 선거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어떤 문제점들이 예상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는 단순다수제를 기초로 일부 비례대표 제도가 가미된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공직선거법 제21조 1항의 국회의 의원정수 조항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 전국 지자체의 지역구 국회의원 253석과 비례대표 47석 등 총 300석으로 정해져있습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를 둘러싸고 불비례성과 지역주의 등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강원택 2009; 김형철 2017; 김종갑·이정진 2020; 참여연대 2020).

1987년 한국의 민주화 이후,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현재 모습의 소선거구제 선거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지난 35년 간 현행 선거제도는 지지부진한 개편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도농복합선거구제(농촌과 소도시는 소선구구제,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적용)를 제안하기도 했었으며, 2004년 17대 총선에서 1인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습니다.(한겨례 2023).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 거대양당 구도를 타파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한다는 명목하에 준연동형 비례대표가 시행되었지만, 결국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이러한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습니다(BBC 2023).

아울러 2020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주의에 기반한 투표행태가 유지되고 있었고(차재권 외 2020), 위성정당 등장으로 인해 불비례성 문제 해결도 해소되지 못했습니다(이정섭 외 2020). 이러한 지역주의 기반 투표경향은 <그림 1>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국회의원 및 기초의원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지역 기반 주요 정당 편향성


중선거구제 하에서는 각 선거구에 배정된 의석의 수에 따라 한 정당에서 복수(複數)의 후보를 동시에 공천할 수 있습니다. 동일 정당에 소속된 2명 이상의 후보자가 한 선거구에 출마하고자 하는 경우, 투표용지 상의 두 후보를 구분하여 기재하기 위해 ‘가’번과 ‘나’번과 같은 기호를 부여합니다. 즉, 정당 순서와 동일 정당 내 후보 간 순서에 따라 1-가, 1-나, 2-가, 2-나 등의 기호가 조합됩니다.


선거 제도(electoral formula)는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뒤베르제는 제도적 선거 제도와 정당 체계 간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승자독식 체제(first-past-the-post system, FPTP)와 같은 소선거구제(single-member district)와 다수제 원칙(majoritarian rule)을 따르는 선거 제도를 채택할 경우, 양당 중심의 정당 체계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보다 큰 선거구를 갖는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 PR)를 갖는 경우에는 정당 체계가 다당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림 2> 선거구 크기에 따른 주요 정당 또는 이외 소속 예측 후보자 수와 당선 예측확률


포아송 모델 분석 결과, 2인 선거구에서 4인 선거구로 선거구 크기가 커질수록 주요 정당 후보자는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평균적으로 약 2.61명에서 약 4.66명으로 예측 후보자 수가 증가하며, 이는 군소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선거구 크기에 따른 후보자 수의 증가 효과는 군소정당 또는 무소속일 경우에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2006년∼2022년 기초의원선거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공정한 선거가 선거 제도와 관련한 문제로 인해 위협받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였습니다. 기초의회 선거는 한국의 중대선거구제 시행이 미칠 영향을 알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그림 2>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한국 기초의회에서 선거구 크기는 지역주의 타파에 큰 역할을 미치지 못헀고, 오히려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낮고 후보자 수가 많은 기초의회 선거의 특성 때문에 도리어 기호효과와 순서효과라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영향은 제4회부터 제8회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무려 17년간 지속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순수하게 ‘가’ 기호 획득을 통해 얻은 추가적인 평균 득표율로 인해 당락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고질적인 선거제도의 문제입니다. 더 큰 문제는 기초의원의 선출이 후보자의 정책이나 후보의 개인적인 강점을 통해 유권자에게 선거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일꾼으로써 공정하게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양대 정당의 공천과정에서 ‘가’ 기호의 배정만 확정된다면 선거운동기간의 홍보 혹은 별도의 공약 이행 약속 등 유권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을 줄이고도 부당하게 당선될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중대선거구제가 국회의원 선거로까지 확장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파장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여 다수의 후보자가 같은 정당에서 한 선거구에 출마하여, 기호효과와 순서효과가 발생하게 되면, 그로인한 당락 변동과 공천 과정에서의 파열음 등 여러 피해들은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으로 청구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호효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대안과 연결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선 국·내외 선행연구에서 기호효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대안들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대안은 기본적으로 선거 제도의 전반적인 설계와 관련되어 있다. 물론 선거 제도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합니다.

선거제도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며, 국민들에 의해 정당하고 공정하다고 합의된 내용을 구현하는 도구입니다. 선거 제도의 변화는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실시된 가로 순환배열 투표용지와 같이 투표용지의 변화를 통한 개선을 비롯하여 현재 중선거구제와 정당 공천 문제로 인해 투명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부분 그리고 보다 민주적인 선거 운영에 관한 문제 개선 노력 등을 포괄적인 의미를 담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가장 근본적인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의미인 참여에 대한 관심도 포함될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호효과는 정보와 관심이 부족한 선거에서 더 강하게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의 개선을 위해 유권자 후보 결정에 충분한 검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선거공보물을 일찍 발행하고,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선거 정보의 접근성도 높여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불투명한 정당 공천제도로 인해 매번 선거가 가까워지면 양대 정당 내에서 ‘가’ 번 기호를 부여받기 위해 후보들 간의 날선 언쟁으로 정당들은 내홍을 겪습니다. 정당 공천제도의 개혁을 통한 투명한 공천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며, 투표용지 자체의 개선을 통해 기호효과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선거에 대한 관심을 통해 기초의원선거가 외면 받지 않도록 관심을 제고하여 지역 자치단체 단위에서 민주적 가치의 증진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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