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탐험대원 / 팥중이와 왕귀뚜라미 소리 분석 전문 탐험가
탐험대학 1기 때부터 곤충 소리 세계를 탐험했습니다. 1기 팥중이에 이어 2기 때는 귀뚜라미의 소리를 분석해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듯이 토종인 왕귀뚜라미한테 더 호감(?)이 갔습니다. 판매용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쌍별귀뚜라미의 소리보다 왕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더 예쁘고 맑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탐험이 시작된 10월은 귀뚜라미가 살기엔 너무 추웠습니다. 생태 팀원들과도, 혼자서도 나가보았지만 날씨는 더 추워졌고 왕귀뚜라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몇 날 며칠을 헤맸고 ‘그냥 포기할까’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1월 초 희망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과 탐험대학 매니저님의 도움으로 국립농업과학원의 연구원분께 연구를 위한 왕귀뚜라미를 모셔(?)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탐험 주제를 ‘온도에 따른 왕귀뚜라미의 소리 속도 변화’로 확정한 후 수컷 50마리, 암컷 10마리와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실험을 위해 왕귀뚜라미를 사육하는 중이라는 걸 친구들이 알게 되었을 때 “방생해라, 에어프라이어기에 구워 먹어라, 내가 지금 세스코를 불러주겠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했지만, 저는 그냥 웃으며 꿋꿋이 길렀습니다.
학원을 갔다 온 뒤 숙제만 하고 뻗어서 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밥 배와 디저트배가 따로 있듯이 공부 체력과 탐험 체력이 따로 있다고 믿었습니다. 보일러로 방 온도를 실험 온도로 설정한 다음 울 때까지 숙제하면서 기다리다가, 왕귀뚜라미가 울면 그때 녹음을 했습니다. 바깥은 겨울인데 방이 25도, 30도, 35도까지 올랐습니다. 먹이로 준 무 조차도 방 온도 때문에 무말랭이가 되고 저도 녹초가 된 찜닭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페스티벌은 다가오고 결과 분석도 해야 하는데, 녹음은 생각만큼 되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왕귀뚜라미는 더듬이에 있는 소리 신경이 발달해서 제가 녹음하기 위해 움직이는 소리를 귀신같이 알아챘습니다. 녹음기를 딱 켜면 울음을 딱 멈추고, 녹음기를 끄고 숙제하러 책상에 앉으면 다시 울었습니다. 제우스와 아프로디테 님께는 아니어도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 성모 마리아님한테까지 울어 달라고 빌었는데, 눈치 빠른 왕귀뚜라미는 매정하게도 울음을 계속 멈췄습니다.
어쩔 수 없이 녹음을 정말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고 모든 데이터를 탈탈 털어 분석값을 내게 되었습니다. 데이터양이 너무 적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단위로 채집을 해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온도가 높아질수록 소리 속도가 빨라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몰입’이란 문제에 흠뻑 빠져서 오직 그 생각만 나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집중해서 고민하는 상태입니다. 탐험대학에서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스스로 탐험’ 기간은 제가 강력하게 몰입했던 때입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으면 실패든 성공이든 끝을 내야 된다고 생각했고, 도중에 포기하면 해 놓은 게 너무 아까울 것 같아서 견디는 마음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탐험대학 1기에는 도전 정신과 성공, 실패의 의미를 배우게 되었다면 탐험대학 2기에서는 탐험주제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과 고민을 하면서 더 집중하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집중하고 몰입하는 탐험가가 되겠습니다.
왕귀뚜라미 소리 탐험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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