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대학 윤운정 매니저
몰입한 순간에는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5분이든 6개월이든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건지 결과를 걱정하는 마음도 어느새 증발해 버린다. 하지만 몰입한 경험 뒤에 분명히 남는 것도 있다. ‘그 때 내가 지~인짜 집중했었어!’라고 미간에 힘 주어 말하는 탐험대원의 눈빛에서 발견한 것은 바로 자신감이었다. 온전한 몰입을 위해선 먼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여파로 가장 고민을 했던 것은 바로 ‘제주도 탐험캠프’다. 진짜 탐험을 시작했다는 결단, 함께할 친구들을 만났다는 강한 소속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여름까지 기다리다 우리는 캠프형을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탐험대원이 각자 제주도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탐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스로 제주탐험 키트’를 개발했다. 장이권 교수는 천년의 숲 곶자왈에서 소리를 기록하는 미션을, 문경수 과학탐험가는 불의 숨길이 만들어낸 제주 탄생의 흔적을 찾는 미션을 안내했다. 두 멘토와 운영진이 먼저 제주도로 내려가 360도 캠과 드론까지 동원하며 미션 영상을 촬영했고, 제주 탐험 지도에 QR로 심어 놓았다. 정성을 쏟은 운영진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하나둘씩 대원들의 미션 인증이 탐험채널에 올라오기 시작한 건 10월 초부터다. 남방큰돌고래를 보기 위해 해안도로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고, 곶자왈 깊은 곳에서 들리는 소리와 공기의 습도가 너무 좋아서 뒤의 일정이 어그러지도록 머물렀다는 탐험담이 들려올수록 ‘이거구나!’ 싶었다. 다같이 한 시공간에 모여 흘린 땀을 진하게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은 분명 아쉽지만 학생이 주체가 되어 과학탐험을 하는 방법은 ‘스스로 제주탐험 키트’를 통해 알게 된 것 같다.
오랜 기간 집중해야 할 때는 키트보다 다양한 지지대와 자극이 더욱 절실했다. ‘스스로 탐험’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탐험대원은 스스로 적절한 방법을 발견하고 실험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걸 느끼면서 집중도가 떨어지는데, ‘중간 점검 탐험가 회의’를 거치면 불씨가 되살아난다. 특히 올해는 온라인 회의여서 구글 프레젠테이션으로 피드백을 교환했는데, 실시간으로 적히는 의견들을 지켜보는 표정들이 진지했다. 회의 이후 학생들은 다시 바빠졌다. 할 수 있는 만큼 계획을 바꾸기도 하고,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움직였다. 새롭게 기록한 탐험노트와 질문도 이때부터 다시 늘어났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대안을 찾는 과정은 분명 고독하지만 결국 성취해냈을 때의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긴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완주 끝에 후회보다는 배움이 남았다는 대원들의 고백을 보아 몰입의 경험은 성장을 위한 좋은 땅이 되어주는 것 같다. 후기북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원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글이 몰입 챕터에 실렸으면 하는 인원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이 챕터가 비죽 두꺼워져 버렸지만 진심으로 기쁘다. 몰입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다면 다음 도전이 약속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많은 청소년들도 몰입의 맛이 궁금해서 무엇이든 한 번 용기내서 빠져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