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환 멘토님/ 이은진 멘토님
이전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문제라면 다시 꺼내 게임으로 만들어보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이미 갖고 있는 생각인데 가치를 아직 크게 부여해 본 적이 없는 문제에 대안으로 게임을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저희 멘토진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플레이어는 게임 세계 자체를 누비거나 또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면서 계속해서 상호작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소재가 무엇인지,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에 따라 플레이어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오규환 멘토님은 국민 게임 <바람의 나라>를, 이은진 멘토님께서는 <마비노기 영웅전>의 그래픽을 만드셨던 개발자셨지만 지금은 두 분 다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게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계십니다. 탐험대원들도 두 멘토님과 함께 탐험하면서 플레이어로서만 즐겼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게임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요, 두 분이 함께 소개하시는 게임 탐험의 매력을 들어 보세요.
‘게임에선 가능해’ 여럿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세계
(오규환 멘토님) 다른 분야와 다른, 게임 탐험만의 매력은 모호함이 허용된다는 점이에요. ‘이건 게임이야’ 라고 말하는 순간, 관용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기죠. 그럼 개발자는 그 부분에 자신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넣을 수 있게 돼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 게임을 활용할 수 있는 거예요. 작년 게임 탐험을 같이 한 대원들도 게임의 이름부터 등장하는 캐릭터, 스토리, 프로그래밍 모두 원하는 대로 집어넣었어요. 멘토인 저도 ‘이 부분은 너가 채워야 해. 그리고 너가 그렇게 정의하면 다른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쉽게 말할 순 없어.’ 라고 말해줄 수 있었고, 그래서 대원들도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던 것 같아요. 내가 주도해서 넣을 수 있는 요소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몰입할 수 있고 정말 재밌죠. 한 편으로는 학생들이 결정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라는 고민이 있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와 이은진 멘토는 방향과 범위를 잡아주는 역할을 했어요. 게임을 단순히 플레이하는 상황에서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 바라봤으면 해요.
(이은진 멘토님)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많은 분야가 융합된다는 매력이 있어요. 아트나 시나리오 작업할 때는 문학적, 예술적 역량이 필요하고 코딩을 해서 구현하려면 프로그래밍도 알아야 하고, 우리가 만든 게임만의 매력을 찾아서 보여주는 마케팅에 관한 역량도 필요하죠.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전문가와 인재가 모여서 협업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실제 게임 회사에선 각 파트별로 전문가가 담당해서 한꺼번에 작업하는 반면, 탐험대학에선 학생 3명이 게임 하나를 만들기 때문에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됐어요. 게임 개발 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 결과물이 미숙해 보일지라도, 스스로 탐험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수정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처음 게임을 개발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를 충분히 자료 조사하는 것입니다.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모두 처음에는 두루뭉술하지만 리서치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들이 정리되고 점점 머릿속에 완성됐을 때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몰입이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 하기 보다는 리서치를 계속해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완성하겠다는 마음으로 탐험을 시작해 보면 좋겠어요.
성장 중인 탐험가로 바라봐 주는 멘토를 만난다는 것
(이은진 멘토님) 제가 넥슨에서 일할 때 만났던 이은석 디렉터님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제가 다른 회사에 있다가 팀에 합류됐더니 처음에 제 의견을 물어보시더라고요. 디렉터가 개발자 한 명한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시면서 제 생각을 물어 보시는데, 처음에는 대답을 잘 못했어요. 이전에는 200명 정도의 인원이 5년 정도의 기간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 개발을 했었는데, 제가 넥슨에 와서 참여했던 <마비노기 영웅전>은 30여 명 정도의 인원이 2~3년 정도의 기간 동안 만든 게임이거든요. 프로그래밍과 아트 모두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있으셨고 또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면서 소규모 인원으로도 높은 퀄리티를 낼 수 있도록 팀 운영을 해 주셨죠.
특히 개발자들이 항상 공부하게끔 만드셨어요. 개발자들에게 ‘너희는 대체될 수 있는 부품이 아니다, 한 명 한 명이 전문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죠. 매주 세미나 같은 게 있어서 팀마다 돌아가면서 발표를 해야 했는데 사실 쉽지는 않았어요. 업무도 많은데 발표 준비도 해야 하니까 귀찮은 생각도 있었죠. 근데 디렉터님은 개발자들도 발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꾸준히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저는 그 문화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잘 맞기도 해서 나중에 리더가 된다면 이 분 같은 리더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후에 경기게임아카데미를 만들게 됐을 때 그 때의 경험과 노하우를 염두에 두고 구조를 짰었죠. 학교에 와서도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용하는 방안들이 많아요.
(오규환 멘토님) 멘토로 생각하는 분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존경하는 분이 한 분 계시는데 학부 때부터 석사, 박사 과정까지 지도해 주셨던 지도 교수님이에요. 학계에서도 지금까지 학자로서 굉장히 존경받으시는 분이시죠. 제가 박사 학위를 받고 난 이후부터는 제게 ‘교수님’ 하시면서 말을 높여 주시면서 지도 학생이 아닌 같은 학계의 동료 교수로서 대우해 주시기 시작했던 모습은 아직도 인상이 많이 남아요.
연구를 하시거나 논문을 쓰실 때 절대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없으셨어요. 학자로서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까지 정리를 하시고, 본인이 세우신 기준과 원칙을 지키시는 분이셨어요. 현실의 문제와 절대 타협하지 않고 반드시 지키면서 연구하셨죠. 시간이 지나 저 역시도 대학에 있게 되면서 ‘어떻게 그 분은 한결같으셨을까’ 되돌아볼 때가 있죠.
탐험가는 광야에서 성장한다
(오규환 멘토님) 2005년과 2008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게임 개발자 학회(GDC)에 강연자로 초대를 받은 적이 있어요. 세계 각국의 개발자들이 모인 자리라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영광스러운 기회거든요. 근데 학회 3개월 전 즈음 제가 입원을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어요. 포기한다는 이메일을 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한국인이 발표한 사례는 몇 건이 안 되는 귀한 기회여서 병원에서 계속 준비했어요. 비행기 안에서도, 호텔에서도 계속 준비한 끝에 약속된 1시간의 강연을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제가 준비한 발표 제목은 ‘온라인 게임에서 퀘스트를 디자인하는 방법’ 이었어요. 그때 당시 미국에선 온라인 게임이 많이 서비스되지 않고 있는 반면 한국에선 온라인 게임이 큰 히트를 치고 있었기 때문에 질의응답 시간까지도 세계 개발자들의 관심이 높았어요.
탐험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날 때가 있죠. 그때마다 저는 ‘시련은 극복할 수 있는 만큼만 오는 게 아닐까, 대부분 헤쳐 나갈 수 있는 어려움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분명 힘들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굉장히 성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성공, 실패를 과연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성공, 실패라는 생각을 조금은 버리고 내가 무엇을 배웠나 하는 질문에 대답해보도록 탐험대학도, 어른들도 가이드를 계속해서 주셨으면 좋겠어요.
재미가 동기 부여에는 굉장히 큰 역할을 하지만 재미있는 활동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제가 언제 성장했는지를 돌이켜 보면 외로울 때인 것 같아요. 사람 관계 사이의 외로움이 아니라, 학문을 탐구할 때의 외로움이 있는데 그 때가 성장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아무도 내가 하는 과정에 가이드를 주지 않고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찾는 자료가 없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때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때가 한 단계씩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면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부터는 성장을 하는 시간이 오는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은진 멘토님) 저는 지금도 도전을 많이 하는데요, 실패에 대한 생각은 별로 안 합니다. 왜냐하면 실패의 경험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제는 무뎌진 것 같아요. 실패를 해도 ‘다음엔 안 하면 되지’ 라면서 가볍게 생각하려고 해요. 사실 어렸을 때는 ‘왜 나는 꼭 겪어봐야 아는 걸까, 사람들이 안 되는 이유들을 설명해줬었는데 그때는 왜 안 들렸지?’ 하는 생각에 자책도 많이 했어요. 근데 지금은 여러 가지 실패를 겪다 보니까 성장을 분명히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시도를 했는데 실제로 실패를 하더라도 그 방법은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것, 경험을 많이 해본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 자신감이 높아지기도 해요. 실패할까봐 망설이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 실패하더라도 시도를 많이 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어렸을 때는 많이 아파요, 하지만 저처럼 경험을 많이 쌓으면 오히려 실패 많이 했던 게 밑거름이 되고 더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길러지게 된답니다. 한 번 믿어 보세요! ^^
탐험대원들은 멘토님들과 어떻게 게임을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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