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수 멘토 /과학탐험가, 플레이랩스 대표
탐험을 다녀온 후 처음 책을 쓸 때는 현장에서 발견한 신기한 사실들을 최대한 집어넣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은 결국 탐험지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로 마무리하게 되죠. 탐험은 나 혼자 깃발 꽂으러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서호주, 알래스카, 고비사막까지! 과학탐험가 문경수 멘토는 전 세계 곳곳을 과학자와 함께 누비면서 발견한 경이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서 클럽에서 키워왔던 호기심을 꼭 한 번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실현시키고자 꿋꿋이 길을 걸어왔던 덕에 결국 NASA의 우주생물학자팀과 서호주를 탐사하거나, 제주도 토박이 지역 탐험가와 함께 만장굴 속을 더욱 들여다볼 수 있기도 했죠. 하지만 탐험은 절대 개인적인 이유로만 떠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시는 문경수 멘토님. 어떤 사건들을 만나셨는지 탐험가의 진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과학탐험의 매력은 더 알고 싶다는 불꽃이 타오르는 것
저는 2006년도에 첫 번째 탐험을 서호주로 갔었는데 그때 엄청난 은하수를 보고 탐험의 길을 계속 걸어왔던 것 같아요.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에 선명한 은하수를 보면서 지구가 처음으로 태양계의 한 행성으로 느껴졌어요. 그 날 처음 봤던 은하수가 저를 계속 탐험의 길로 이끌어 주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더 궁금증이 생기고 공부하고 싶은 동기가 커졌는데, 그게 바로 과학탐험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주도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탐험해온 건 맞지만, 책을 쓰기로 결정하면서 이 기회를 계기로 좀 더 재밌게 공부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어요.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을 출발점으로 다시 제주도를 탐험하면서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깊숙이 가보고, 연구소에서 발행한 연구보고서로 공부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그게 진짜 보물들이거든요. 그 때 ’아, 내가 과학탐험가라는 일을 하게 돼서 정말 좋다, 축복같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도 적지 않은 분들이 과학탐험가라는 직업에 대해 ‘그저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서 돌아다니는 것 아니냐’ 라고 오해하세요. 하지만 탐험가는 절대 개인적인 유흥을 즐기러 다니는 게 아니에요. 탐험의 의미는 현장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 있거든요. 탐험은 발견과 생존, 그리고 우연한 만남이 담긴 매력적인 이야기예요. 가장 어두운 바다 깊은 곳, 태양계 행성의 색다른 광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람들은 이들의 인상적인 업적과 모험 정신을 기억하고 배우려 하죠.
현장에서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모아보세요
좋아하는 걸 해야 하는지, 잘하는 걸 해야 하는지 많이들 물어보세요. 저는 답을 하기 전에 먼저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과학탐험가로 일하기 전에는 저도 다른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처럼 탐험을 했어요. 다만 ‘1년에 한 번만 탐험을 가자, 그리고 이 탐험을 위해서 에너지를 집중해 보자.’ 라고 결심하면서 저금도 하고 정비 기술, 캠핑 기술, 사진 찍는 법들을 트레이닝했죠. 호주, 몽골 이런 탐험지를 다니면서 총 4번 정도의 작지만 스스로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이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도 오기 시작했고 저 개인적으로도 무언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데이터가 모였어요. 6-7년 정도 파일럿 테스트를 꾸준히 하면서 고민의 시간을 거친 거죠. 오랜 시간 동안 경험을 쌓았을 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요.
경험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현장을 가보는 거예요. 생태 연구자가 탐사하는 필드만 현장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박물관, 과학관, 연구기관, 도서관처럼 연구가 이뤄지고 기록이 모아지는 곳이라면 모두 여러분이 가봐야 할 현장이죠. 현장에 계시는 전문가분들께 질문을 드려 보세요. 아직 자신의 질문이 모호하다고 하더라도 물어보고 답을 들으면서 개념들이 깨져 나가고 다듬어져요.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탐험하고 싶은 문제가 또렷하게 보이죠.
저도 탐험가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호주에 갔을 때를 돌아보면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었는데, 도서관과 박물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도서관에 가보니 정말 많은 탐험 이야기가 모아져 있는 거예요. 열여섯 살 여중생이 낙타를 끌고 호주 대륙을 횡단하고, 더 어린 나이의 학생이 요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이야기가 가득했죠. 호주에는 <Australian Geographic>이라는 잡지가 있는데 탐험에 관한 이야기만 삼십 년 넘게 모아놓은 매체예요. 도서관에 가서 매일 그 잡지를 한 권씩 보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보게 됐고, 호주 사람들도 탐험의 가치를 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체감했어요. 특강 때도 얘기했듯이 매일같이 도서관을 드나들던 중에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마틴 반 크라넨동크 박사님이 제가 있는 도시에 와 계시다는 소식을 접했고, 연락을 취해 박사님을 만나 NASA 우주생물학 탐험대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결과적으로 보면 처음 정했던 목표를 이루진 못했어요. 하지만 두렵고 외롭고 힘든 시간을 현장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견뎌냈고 좋은 기회도 만나게 됐던 것 같아요.
중요한 건 탐험을 함께할 동료와의 만남
저 같은 경우도 마틴 박사님 찾아가서 인터뷰했던 그 만남 때문에 과학탐험의 세계에 본격적인 첫 발을 들였고, 그 이후 제주 탐험 때는 민속자연사박물관 박사님들, 몽골은 이융남 박사님, 이런 식으로 전문가들과 만났기 때문에 그 지역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관점을 배울 수 있었어요. 혼자 책을 보거나 영상을 보면서 머릿속에 내용을 넣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한 단계 성장할 추진력을 얻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그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의 말 한 마디, 몸에 밴 행동 하나가 초보자에겐 큰 에너지로 전달돼요. 올해 스쿨 프로젝트에서 만난 학생들도 저와 임석희 멘토님 통해서 비슷한 느낌들을 받았을 거라 생각해요. 아마 더 큰 배움으로 이끄는 촉매제가 되었을 거예요.
전문가를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동료예요.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처음 NASA 우주생물학팀과 호주를 탐험했을 때 차량을 운전해주신 드라이버 프레클 불렌(Freckle Bullen)씨예요. 탐험대 전원인 23명이 탈 수 있도록 8톤 트럭을 개조했는데 그 분이 모든 일정 동안 운전은 물론이고 팀원들의 식사부터 잠자리까지 책임지셨어요. 이 분을 만나면서 그동안 제가 여행했던 패턴의 틀이 완전히 깨졌어요. 함께한 전문가들이 과학탐험의 새로운 영역을 만나게 해주었다면, 그 분은 전혀 다른 형태의 리더십과 서비스 마인드를 배우게 해주었어요. 결국 <35억 년 전 세상 그대로> 챕터 마지막에 그 분의 이야기를 넣게 됐죠. 만약 우주로 갈 일이 생겼는데 이 분이 우주선을 조종한다, 저는 무조건 따라갈 거예요. 탐험은 제한된 인원이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기간 안에 미션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내가 잘 아는 부분이더라도 상대방을 믿어야 해요. 과학탐험이라도 지식만 배우는 게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세대와 문화가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최고의 선물이죠.
탐험대학 친구들이 다른 또래들을 자신의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학생들을 만나면서 동종업계 사람들을 만난다고 생각해요. 연구나 프로젝트를 언젠가는 함께 할 수도 있는 동료들이죠. 여러분이 탐험대학 몇 기였다는 연대감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탐험을 동경하는 모두가 경쟁심리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경쟁자보다는 동료가 많은 게 더 좋잖아요?
탐험을 떠나기 전,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문경수 멘토의 강연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