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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학동아 탐험대학 Apr 18. 2021

화석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하는 ‘꾼’

박진영 멘토/ 서울대 고생물학과 박사과정

고생물학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학문이에요. 화석을 연구해 과거 환경을 복원하고 미래 환경의 변화, 생물의 진화과정도 예측할 수 있죠. 오늘날 살아있는 공룡인 새를 통해 과거에 살았던 공룡들의 생태도 추정해볼 수 있어요. 

    어릴 적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 공룡! 지금은 볼 수 없는 생물이기에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와요.공룡에 푹 빠진 어린 친구들은 침까지 튀기며 무슨무슨 사우루스!’ 외치는 걸 좋아하겠지만, 탐험대학에선 대에 살아가고 있는 생물 종과 비교하고, 화석 분류를 통해 진화의 계통을 밝혀내면서 진짜 고생물학 탐험을 맛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중생대 거대 도마뱀 화석을 학계에 보고한 고생물학자인 동시에 어린이 그림책 작가과학 저술가, 고생물 전문 화가까지! 공룡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는 것도 좋아하는 박진영 멘토 만나 봤습니다. 


빨래를 색깔별로 너는 것을 좋아한다면? 당신도 최고의 생물학자가 될 수 있다! 

    제가 처음 화석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전남 보성 비봉리 공룡알 화석지를 방문했어요. 그곳에서 거북 화석으로 보고된 화석을 보았는데, 거북이라고 하기에는 등딱지가 없는 거예요.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등딱지가 없는 거북 화석’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오늘날 거북의 뼈와 비교해보기로 했죠. 그래서 사체를 얻어 직접 뼈를 추려내고 화석과 비교해 보았더니 역시 맞지가 않았어요. 다른 동물들의 골격들과 계속해서 비교한 끝에 도마뱀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총 2년 정도의 연구 끝에 결국 거북 화석이 아닌 왕도마뱀 화석이라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어요. 밝혀낸 왕도마뱀에게는 발견 장소 이름을 담아 ‘아스프로사우르스 비봉리엔시스(Asprosaurus bibongriensis)’라는 학명을 붙여주었습니다. 

    한 번은 부채꼴 모양의 뼈의 주인을 밝히라는 미션을 받은 적이 있어요. 손톱만 한 크기로 크기도 굉장히 작았고, 사실 부채꼴 모양 뼈는 다양한 동물종에서 나오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였어요. 새끼 공룡일 수도 있고 포유류일 수도 있고 작은 악어일 수도 있고 심지어 새일 수도 있어요. 다양한 종의 생물 자료들을 요리조리 찾다 보니 오전에 시작했는데 밤 11시가 훌쩍 넘길 때가 태반이었죠. 그렇게 몇 주간 연구하다 결국 물고기 머리뼈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미지의 뼈를 어느 과, 어느 목에 속하는 생물의 일부인지를 정확하게 분류할 때 희열을 느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원래도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참고문헌을 달 때도 순서대로 정리하는 과정을 굉장히 즐겨하는데, 빨래를 널 때도 참고논문들처럼 색깔별로 차곡차곡 분류해서 널어요(웃음). 

    동물 뼈에는 그 동물이 살아있었을 당시 어떤 행동을 했을지 알게 해주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화석을 연구할 때는 오늘날 살아있는 동물과 어떤 점이 유사한지를 비교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풀을 주로 먹는 동물의 이빨 모양은 어떻게 생겼는지, 꼬리뼈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 해부학적인 특징들을 잘 알아두면 고생물이 어떤 분류군이었을지를 추측하는 데 도움이 많이 돼죠. 생물학의 기본은 정리하고 분류하는 것이에요. 어떤 생태계에 어떤 생물들이 구성원을 이루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밝히는 게 중요하죠. 특히 고생물학의 매력은 몇 천만 년 동안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던 화석을 가장 먼저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미지의 세계에서 희미한 질서를 발견하고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고생물학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고생물학자는 발견한 뼈 화석이 어떤 생물 종의 무슨 뼈일지 유추해야 한다.

공룡이 연결해 준 멘토와 동료들 

     연구실 문 앞에 공룡 포스터가 붙어있어서 공룡을 연구하는 곳인 줄 알고 연구실을 들어갔는데 당시 지도교수님이 코노돈트의 이빨을 주로 연구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저도 처음엔 코노돈트를 연구하게 됐죠. 코노돈트의 이빨은 굉장히 작아서 2mm 이하의 미화석으로 분류되고, 현장에서 발견하기는 어려워요. 일단 야외에 나가서 석회암을 5kg정도 뜯어내 연구실에 들고 와 잘게 쪼개 가루를 낸 후 말립니다. 그 다음 돌 부스러기들을 하나하나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이빨 화석을 찾아내야 해요. 공룡 연구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엔 실망을 했지만, 공룡밖에 몰랐던 제게 고생물학자로의 시각을 넓혀주신 분이에요. 공룡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생물들을 통해 과거 지구 환경이 어땠을지를 복원할 수 있고,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것을 이 분께 처음 배우게 된 거죠. 

    공룡을 연구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알게 된 동료는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예요. 이 친구는 고등학생 때부터 인터넷 공룡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운이 좋게도 같은 대학 전공에서도 만났고, 결국 학부 졸업논문도 함께 썼어요. 함께 연구를 한 지역이 강원도 태백의 한 산지였는데 일정한 지점마다 석회암을 샘플로 채취해 와야 했어요. 산 전체가 석회암 지대라고 하더라도 흙이랑 나무가 뒤덮여 있기 때문에 막상 올라가도 화석 연구를 할 만한 노두1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근데 데이터를 충분히 얻기 위해서는 두세 곳이 아니라 스무 곳을 넘게 샘플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산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하루를 다 보내지 않으려면 산을 오르기 전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했죠. 그 때 친구랑 이 산을 가야한다 저 산을 가야한다 하면서 많이 티격태격 했었어요. 야외 조사를 나갔을 때 점심 메뉴까지도 다투던 이 친구는 바로 대구과학관에 있는 최병도 박사입니다. 사실 같은 목표를 향해가는 동료가 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즘도 매번 학회에 가면 그 친구를 만납니다. 죽을 때까지 볼 인연일지도 모르겠어요! 


공룡 이야기보따리한 번 들어보실래요? 

    지금은 공룡 책도 여러 권 내고 강연을 가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할 생각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선배들이 강연을 한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원래 예정됐던 강연자 분을 급하게 대신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최선을 다해 첫 강연을 했는데 그 자리에 우연히 참석하셨던 출판사 편집자 분께서 책을 한 번 써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가벼운 마음으로 ‘그럼 한 번 해볼까?’ 해서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책을 만들다 보니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했을 때 그 사람도 함께 재미있어 하도록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전문가들만 쓰는 용어, 영어로 된 정의를 많이 사용하면 초보자는 이해하기 점점 어려워지잖아요. 잘 모르는 사람이 흥미를 갖게 하려면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인내심을 갖고 듣는 경우는 많지 않더라고요. 저는 연구실 후배들에게도 항상 연구 결과를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요. 같은 학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도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중요하다는 가치를 공감해야 연구가 지원을 받고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신종 공룡뼈 화석을 발견한다면?

고생물학자의 연구를 영상으로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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