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추락하는 50대 만년 부장 이야기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하필 이럴 때 실수가 나올게 뭐람. 하급 여직원이 거래처에 보낸 돈이 이중으로 나간 것이 시재 감사를 하면서 들통이 났다. 문제는 이중 지급에 대해 부서에서 전혀 체크가 되지 않고 모른 상태로 몇 주가 흘러갔다는 것이다. 여직원이 하루 휴가 가면서 인수인계를 했는데, 하필 그날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감사는 나와 여직원을 호출하였다.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잘 넘어가 주던 감사가 이번에는 원칙대로 나왔다. 여직원에게 뭐라고 혼낼 힘도 없었다. 감사는 특유의 일장 훈계를 길게 늘어놓았다. 거의 삼분의 이는 나를 개인적으로 위로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사실은 오지랖이 넓어도 한참 넓었다. 막상 여직원에게는 한마디도 안 했지만 그 자리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아마 여직원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일 가지고 따지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동정하는 척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듯하면서 엄포를 주는 것은 참기 힘들었다. 목까지 치밀어 오르는 반항을 눌렀다. 내가 말대꾸를 하면 시간은 더 길어진다. 일단 이곳을 나가고 보아야 한다.
나오면서 여직원은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차라리 혼내는 게 더 면죄부가 되려나 하는 생각을 하다 그만두었다. 그럴 힘도 없다. 바깥공기가 쐬고 싶어 건물 밖으로 나왔다. 흙냄새 비슷하게 났다. 다른 때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것 같다.
안 좋은 일은 겹쳐서 온다. 그렇지만 이런 일 뒤에는 또 좋은 소식도 오는 법이다. 혼자 위로를 하며 마음을 달랬다. 깨지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지고 담대해질 때가 있다. 조바심이나 두려움도 들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좋은 일아. 올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