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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짓것 Dec 24. 2019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어색한 관계

06 추락하는 50대 만년 부장 이야기

회사에 나오니 스트레스가 올라왔다. 집에서 즐거웠던 것은 회사에 나오는 순간 반납이다.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얼굴들, 마음에 들지 않는 무지막지한 일거리들, 피할 수 없는 어색한 순간들. 아마 모르는 사람은 직급이 올라가면 좋은 것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다. 더 할 수도 있다.


내가 처지가 이렇게 되다 보니 가장 고민이 그동안의 인간관계다. 나야 조용히 지내면 된다고 하지만, 나를 따르던 사람들의 외면은 참기 힘들다. 그들도 살기 위해 그런다는 거 다 알지만 순수할 수 없는 조직 내 인간관계가 서글프다. 내가 조용히 지내야 하니 예전처럼 모임을 하기 어렵다. 만약 예전처럼 무리 지어 다닌다면 그건 또 내가 해야 할 몫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 좋자고 마음에도 없는 직원들을 선동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이해는 되는데, 보기에도 태도가 너무 달라지는 직원을 보면 오히려 무섭다. 입에 혀처럼 굴던 친구가 대부분 더 그렇다. 아닌 것은 과감히 돌아서야 살아남는 게 직장 관계다. 그나마 표현은 못해도 신경 쓰는 척이라도 하는 친구는 눈에 보인다. 어떤 상황이 그 사람들을 드러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회사 사람과 술자리도 줄고 점심 먹자는 사람도 줄었다. 술이야 당분간 줄이면 된다지만 점심은 누구라도 붙잡고 먹어야 한다. 생각해보니 점심 먹는 파트너가 주로 내 무리에 있는 친구들이라 그 범주를 벗어나면 외부 사람들하고 아니면 대충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로 바꿔야 한다.


자연스럽게 내가 생각하는 무리는 구심점이 없으니 흩어졌다. 이제 주야장천 업무상 내 통제를 받는 직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무슨 죄냐. 죄가 있다면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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