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추락하는 50대 만년 부장 이야기
회사에 나오니 스트레스가 올라왔다. 집에서 즐거웠던 것은 회사에 나오는 순간 반납이다.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얼굴들, 마음에 들지 않는 무지막지한 일거리들, 피할 수 없는 어색한 순간들. 아마 모르는 사람은 직급이 올라가면 좋은 것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다. 더 할 수도 있다.
내가 처지가 이렇게 되다 보니 가장 고민이 그동안의 인간관계다. 나야 조용히 지내면 된다고 하지만, 나를 따르던 사람들의 외면은 참기 힘들다. 그들도 살기 위해 그런다는 거 다 알지만 순수할 수 없는 조직 내 인간관계가 서글프다. 내가 조용히 지내야 하니 예전처럼 모임을 하기 어렵다. 만약 예전처럼 무리 지어 다닌다면 그건 또 내가 해야 할 몫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 좋자고 마음에도 없는 직원들을 선동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이해는 되는데, 보기에도 태도가 너무 달라지는 직원을 보면 오히려 무섭다. 입에 혀처럼 굴던 친구가 대부분 더 그렇다. 아닌 것은 과감히 돌아서야 살아남는 게 직장 관계다. 그나마 표현은 못해도 신경 쓰는 척이라도 하는 친구는 눈에 보인다. 어떤 상황이 그 사람들을 드러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회사 사람과 술자리도 줄고 점심 먹자는 사람도 줄었다. 술이야 당분간 줄이면 된다지만 점심은 누구라도 붙잡고 먹어야 한다. 생각해보니 점심 먹는 파트너가 주로 내 무리에 있는 친구들이라 그 범주를 벗어나면 외부 사람들하고 아니면 대충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로 바꿔야 한다.
자연스럽게 내가 생각하는 무리는 구심점이 없으니 흩어졌다. 이제 주야장천 업무상 내 통제를 받는 직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무슨 죄냐. 죄가 있다면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