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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짓것 Dec 24. 2019

어색한 승진 축하 자리

04 추락하는 50대 만년 부장 이야기

금요일이자 사건 발생 4일째다. 김상무 승진 축하 회식이 있는 날이다. 간부들이 십여 명 모인다. 예전 같으면 내가 직원 서열 일 번인지라 다들 나를 중심으로 대화가 되고 집중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나는 없다. 웬만하면 시선에서 사라져 주는 게 좋겠지만, 그것도 어렵다. 하루 종일 참석할까 말까를 고민했다. 참석하지 않자니 속 좁은 사람이 되고, 참석하자니 다른 사람도 어색하고 나도 어색할 게 뻔했다.


시간은 나를 참석 쪽으로 몰고 갔다. 시간은 고민의 끝을 강제하는 힘이 있다.


나는 일단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김상무는 말로라도 중앙으로 오도록 했다. 다른 직원들도 덩달아 시늉을 냈다.

"아냐 나 여기가 편해."

극구 사양하고 버텼다. 이심전심 다들 넘어가 주었다. 소고기가 올라오고 건배 잔이 채워졌다. 먼저 김상무의 말씀 한마디 순서였다. 내가 할 때는 잘 몰랐는데 김상무가 일어서니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덤덤했다. 의기양양한 김상무는 본인이 당연히 승진해야 된다는 완곡한 표현과 그리고 승진해서 좋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일부러 겸손을 뺀 것이리라. 그래 인정. 결과니까.


내심 바란 건 아니지만 선배보다 먼저 가서 미안하게 되었다는 등의 얘기는 개나 주어야 했다. 아니 그런 멘트는 나도 거추장스럽다. 이어서 참석자 중 막내 여 팀장이 준비해온 꽃다발 증정이 있고 핸드폰 즉석 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다들 나를 의식하는지 적극적인 아부 멘트는 없었지만, 티 안 나게 한마디라도 치고 들어오려 애를 썼다.


나는 평소보다 더 너스레를 떨며, 술을 끊지 않고 마시고 권했다. 간간히 “김상무 님” 멘트도 날리며 술잔도 부딪히고 예우를 했다. 김상무는 몇 년 선배라도 된 양 당당했다. 나에게 존대는 하였으나 줄곧 시선은 내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표정관리를 하며 떠들고는 있었지만 술자리 시간은 더디갔다. 이차는 얼른 빠져줘야지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회식 자리에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느껴 보았다. 십 년 넘게 부장을 하며 때로는 똥 씹은 얼굴을 하며 회식 자리에 오는 직원을 핀잔 준 것을 후회한다. 아마 나도 부장이 되기 전에는 가기 싫은 회식 자리도 많았고 불만도 많았는데,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조직 생활이고 단합을 위해 회식자리 - 엄밀히 말하면 술자리 그것도 술로 승부하는 - 필요성에 대해 특별한 문제를 몰랐는데, 없어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아니면 술을 강요하지 않고 적당히 먹고 건배사도 없어지고 일차만 하는 분위기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나 같은 꼰대가 사라져야 하겠지만. 씁쓸한 하루지만 얻은 것도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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