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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랑카 Oct 15. 2024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띄우는 편지

4화  찬란한 유산의 글자, 싱할라어 학습의 즐거움


스리랑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상좌부 불교( 옛날, 소승불교)의 종주국으로, 대표적 언어 싱할라어는 타밀족이 쓰는 타밀어와 함께 공식적인 국어이다. 문헌을 뒤지다 보니 그 옛날 BC( Before Christ) 6~5세기에 '붓다'가 실제 사용했다는 언어와 가장 가까웠다는 팔리어가 문자화된 최초의 기록이 싱할라 문자였다고 한다. 당대의 최고 경전이 싱할라 문자로 (학자들은,프라크리트어에서의 싱할라 문자로 보고 있다) 기록된 것으로 봐도 찬란한 유산의 언어임에는 틀림없다. 힌두철학의 보고였던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브라흐미문자, 불교의 유산이 곧 싱할라어의 근저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쉬운 예로, 태국의 싱하(singha), 싱가포르(singapore), 싱할라(singhala), 모두 산스크리트어에 기반한 '사자'라는 뜻으로, 스리랑카의 국기에는 사자가 그려져 있고, 태국의 유명한 싱하 맥주도 같은 '사자'를 의미하는데 정작, 이 사자는 스리랑카를 비롯한 태국 싱가포르등에는 살지 않는다. 즉, 인도철학의 관념적 용어가 스리랑카를 거쳐 동남아시아에 전해진 것이라 한다. 성인의 설법을 '사자후'라 칭하는 것 또한 그 적절한 사자의 상징적인 의미로, 인간의 욕심에 대해 상대적으로 '냉철한 지혜'를 '사자'가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부분적으로, 동국대 인도 철학박사인 강대공선생의 저서에서 차용했다)  




말이 나온 김에, 지루해도 몇 마디 더 지껄여야겠다. 싱할라어를 비롯한 미얀마어, 크메르어, 태국어등이 거의 직선으로 이뤄진 우리 한글과 비교해, 유난히 동글 거리며 둥근 획이 많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위 강대공 선생의 글에서 속 시원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유인즉, 종이가 없던 시절 패엽(貝葉)이라 일컬어지는 야자나무 잎에, 철필로 글씨를 쓰다 보니 잎에 구멍이 뚫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폰트가 개발되었는데, 그것이 동글동글한 글자라는 이라 한다. 역시 연구는 재미있는 구석이 더러 있어야, 딱딱한 논문도 쉬어가면서 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찬란한 고대 유산 같은 싱할라어를 자부심으로 배우며 버티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와 어순이 유사하다는 점을 빼고는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없지만, 그 반면 유구한 역사 속에 변모된 모습이 있을지언정, 현재 싱할라어 알파벳 숫자는 모음 18자, 자음 40자, 도합 58자에 이른다. 몇 가지 싱할라어의 특징을 살펴보면 단수 복수의 개념이 명확하고, 여성과 남성명사의 구분이 있으며, 상황에 따른 용언의 변화가 우리처럼 무쌍하나 불규칙해, 배우는 이들에게 애를 먹인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즉, 문어체와 구어체가 따로 논다고 하는데, 말은 유창하게 해도 공식적인 문서나 기록물을 읽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하니, 이 또한 궁금한 부분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글자는 쓰면 쓸수록, 통통한 형태의 글자를 그려나가는 손놀림이 즐겁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모든 자음의 음가에 '아' 소리의 음가가 여 있고, 모음은 형태를 바꿔 자음의 앞, 뒤, 위, 아래에 붙어 여러 다양한 소리를 만든다. 그러나 비교적 발성 원칙에 충실해, 자모음 결합의 음가는 일정한 편이다. 성조 형태는 태국어의 나긋한 사운드보다는 강한 면이 있는 반면, 쉼표 없이 쏴대는 랑카인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면 순간, 어느 세월, 이소리가 친근하게 들릴지 자못 아득하기만 하다.




   



      




 







싱할라어 말하기 교재

사실, 싱할라어 '학습의 즐거움'이란 다분히 심리적 중의적 표현이다. 뒤늦게 굳어진 머리를 쥐어짜 읽고 또 읽고, 미친놈 육갑하듯 소리를 내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랑카의 라디오를 틀어놓고, 귀를 훈련하는 일 또한 때론 지겹다. 그 반면 어쨌든, 반복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 어렴풋 기억할 수 있는 단어들이 늘어나는 축적 또한, 곡간의 쌀가마가 늘어나는 재미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학습의 즐거움'이란 건방을 선택했다. 잘난 체하여 공부에 푹 빠져있는 것은 결코 아니니, 벗들의 오해 없기를 당부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고군 분투하는 이 몸의 가여움을 너그럽게 봐주길. 생각 같아선 한바탕 얼큰한 감자탕에 달큰한 소주라도 곁들여, 뒤죽박죽 된 머릿속을 싹 다 헹궈내고 싶은데, 이곳에선 상상만으로도 요금을 지불해야 할 것 같은 낯선 곳. 벗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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