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을 믿는다는 것은

오늘의 인문학 낭송 (5분 50초)

by 김주영 작가

행복과 기쁨만 자신에게 허락하자.

오늘의 원고지 50매는 이곡으로

내가 많이 사랑하는 일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낭송

지성 김종원 작가의 글 낭송

내일은 아빠가 지내실 새 집을 가기로 했다. 주인이 오늘 이삿짐을 빠고 나는 그 집을 가보지 않았기에 둘러보고 청소를 할 수 있을지 업체에 맡겨야 하는지 눈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드시는 것도 마시는 양이 많이 줄으셨다. 환경이 바뀌면 조금 더 편하게 생활하게 될지 여전히 같을지 지내면서 더 좋아지실 거라고 생각한다.


당장 청소라도 하게 되면 아빠를 모시고 갈 것 같기도 하고 당분간 함께 지내기로 한 여동생 내외가 주말이 지나고 온다고 해서 나는 여전히 낮에 오후 이후부터는 하던 대로 언니가 간병을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가전제품이 거의 다 있지만 에어컨이 빠져있어서 요즘처럼 더운 날에 이불을 덮고라도 가끔은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습하지 않고 적정 온도에 맞춰 잠깐씩 틀어드려야 하는데 급하게 필요한 제품이라서 어서 구해지기를 기대해야 한다. 나는 저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물이라고만 말할 수밖에 사실 마땅한 집을 구하기 힘든 때 마침 구하게 된 집을 다녀온 기분이 마치 풍경화를 그리는 풍성한 계절이 내게 온 것만 같아 조용히 눈을 감는다.


방 3개 욕실 2개에 주인이 놓고 간 대형 TV 2대와 함께 전자레인지 냉장고 4인용 소파와 김치 냉장고가 웬 말인가 사실 이 풀옵션이 아니었다면 한 살림이 오고 가야 하는 중대한 일이 되기 때문에 내가 먼저 집에 도착하고 바라본 3층 베란다 창문으로 보이는 앞의 전경이 그야말로 우리의 울창한 정원이 아닐 수 없고 양편에서 불어주는 미지근한 바람들이 청소를 하고 난 후 맛보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사실 33평 모두를 청소한다는 게 엄두가 나질 않았고 업체에 부탁하려 했으나 언니랑 올케랑 청소도구를 가져와 바닥을 쓸고 닦는 것만으로도 집이 청소가 된 듯 우리에게는 충분히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지금까지 계속 계속 이 집주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문자라도 전화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렇게 포근하게 머물 수 있는 소중한 월세 공간을 내어주셔서 제 마음이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요. 이곳에서 아프신 아빠께 할 수 있는 사랑을 가득 드리고 싶습니다. 이 모두가 베풀어 주신 선생님의 크신 은혜 덕분입니다.”


덥지만 기분이 참 좋다. 힘들다고 생각하기보다 힘들지 않음을 느낄 수 있어서 할 수 없는 것이 아닌 할 수 있는 내 안의 나를 꺼내쓸 수 있어서 빛나는 나의 지성과 함께하는 중년의 길이 이제는 내가 원하는 현실이며 좋은 마음이 가득한 한 여름밤의 꿈이다.


2021.7.14


일상에서 풀리지 않은 문제는 없습니다. 인문학의 대가 김종원 작가님과 함께 사색으로 풀어가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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