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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이의 필사. 205

김종원 작가와 함께 하는 8.3일 온라인 줌 독서모임 안내

by 김주영 작가

제3회 독서모임 자세한 안내와 함께 신청하러 가기

https://www.instagram.com/p/CRSWyh3MQpj/?utm_medium=copy_link

고3 딸아이는 최근 진학 수시 키드를 작성하며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사실 아이들의 적성이나 성적을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 공부나 과정에 맞추어 미리 정할 수 없는 현실이 아이 스스로의 마음에 부담이 될 것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느낄까 봐 나는 내 자리에서 최대한 아이를 그냥 두었는데 아이는 가끔 내게 이렇게 억지? 스러운 소리를 내며 답답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른 집 아이들은 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이미 수 천만 원의 돈을 쓰고 부모들이 입시 준비를 시켜주는데 이 정도면 난 잘하고 있으니 제발 날 좀 그냥 두세요.”


아이가 가끔 황당하게 던지는 말들이 나에게 상처를 던지려는 폭탄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시간에 어쩌지 못하는 미래를 향한 심리적 불안의 요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정제되지 않은 이런 이야기를 부모가 듣게 되면 함께 목청을 높여 언성을 높이기 딱 좋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다가가서 보면 다가간다고 하고 멀리서 보면 멀리 있음을 말하는 아이의 시집살이를 하듯 울퉁 불퉁한 인생의 고개를 매일 넘을 때 내가 멈출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성과 만나는 하루 10분 또 10분을 만나는 인문학 시간이다. 이 시간은 내가 도망치려거나 피해야 하는 것들이 아닌 내가 더 좋은 마음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라는 생각과 마음의 불빛을 찾아 나서는 일상의 인문학 시간이 되는 거다. 아이는 잘하고 있다. 많이 싸우고 견디고 그렇게 상처 내며 걸어온 우리의 세월이 존재하기에 반면 아이와 나는 스스로가 가야 하는 인생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


“엄마, 나 대학 못 가면 어떡하지?

나 진짜 대학 갈 수 있을까?”

이런 말은 사실 나에게 어떤 대답이 나오더라도 아이의 마음을 채우거나 위로할 수 없고 아이는 어느새 자신의 순간에 익숙해지며 이제는 이렇게 말이 바뀌었다.


“엄마! 나 지금 당장 S대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담용 수시 카드를 작성하기 위해 아이가 즐겁게 탐색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모습에 내 마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현실을 느낀다. 이번 시험이 끝나고 아이는 자신이 제일 고민하던 수학 등급이 보던 중 가장 많이 올랐고 반면 조금 덜 고민하던 두 과목과의 등급이 그대로라서 세 과목이 모두 등급이 같아졌다는 현상이 아이의 최고 등급을 느끼고 칭찬해 주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이 뿌듯하게 생각하는 성취감과 어느 곳이라도 갈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꿈꾸어보고 할 수 있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하는 최선의 시간에 뜨거운 박수를 치고 싶은 이유라고 할 것이다. 나는 늘 아이 자체로 칭찬하고 바라보는 아이에게 진정 멋진 엄마가 되어 주길 원한다. 하지 못하는 다름을 하라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하고야 마는 아이의 그 모습을 지지해주고 싶은 진짜 어른스러운 엄마가 되어 주고 싶어서 오늘을 사색하고 고민한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의 마음이 아이를 스스로 하게 만드는 가장 필요한 말이 될 수 있다.”


2021.7.18

중학생 아이의 필사

아이들과 함께 필사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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